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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양동마을을 찾으며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4-15 23:31 게재일 2011-04-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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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시인
뿌리 깊은 가문의 대물림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하회마을은 이미 우리나라를 벗어나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그중 양동 마을은 내가 사는 포항과 가까운 관계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에도 한 해에 서너 번은 찾았었다. 며칠 전 올해 들어서 네 번째로 그곳을 찾았다. 으레 바닷가를 찾던 손님들도 요즘 들어서는 그곳을 목적지로 하는 경우가 있다. 손님과 동행한 며칠 전은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을 곳곳을 훑으며 무엇인가 찾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일본인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사실 양동마을은 경주를 찾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전통미학을 발견하게 하는 곳으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잘 어울려 그 자체가 사진의 배경으로 좋을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학을 비롯해 한국의 건축 미학에서도 대표적 모델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보다 빈번하게 양동마을을 찾으면서 왠지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보고 오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 때문에 걸어둔 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오랜 전통을 이어온 마을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행한 어린 손님은 옛날에 양반과 상놈이 살았는데 기와집은 양반이 살았고, 초가집은 하인이 살았다는 일반적인 이야기에 덧붙여 하인이 높은 곳에 사는 양반 댁에 물을 길어다 주기 위해서 얼마나 땀을 흘렸겠냐는 상상까지 한다. 어른 손님 역시 우재 손중돈과 회재 이언적의 출생에 얽힌 서백당 이야기는 꺼내지만 양동마을의 정신적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물론 500여 년이나 된 마을의 역사에 어울리는 전통과 맥을 잇는 다양한 체험학습은 마을 곳곳에서 분명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도도하게 흐르는 양동마을의 핵심은 유학의 가르침일 것이다. 그 자체가 쉽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현시대에 적용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뒤떨어진 것 같은 학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크게 내세우는 데는 약간의 문제가 따를 것이다.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은 분명 다르겠지만 역시 명문가의 맥을 잇고 있는 경주 최부자 댁에 가서는 일목요연하게 그 집안에 내려오는 가풍을 엿볼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곳간에 너무 많은 식량을 모으지 말고, 진사 이상의 벼슬도 마다하라는 등 몇 가지 내용이 `스토리텔링`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넓은 양동마을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다. 500여년 이어오는 유학의 그 깊은 학문을 어찌 몇 줄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발길 닫는 몇 군데라도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방법을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충(忠)이면 충, 효(孝)면 효…. 위인전기나, 이야기책 한 부분에 있을만한 이야기를 현대화 시켜 놓는 것이다. 누구나 그것을 보고 감동할 수 있도록 관광 코스 중간 중간 초가집이든, 기와집이든 빈 공간을 활용하여 관광객이 쉬면서 새겨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물론 현장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 좀 더 낫겠지만 그것은 단체로 갔을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극소수의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찾았을 때 그곳의 외형적인 모습도 중요하지만 외형에 어울리는 내면의 가르침까지 보여준다면 그 가치는 더 빛나고 훌륭할 것이다.

양동마을을 찾을 때 그런 가치를 곳곳에서 발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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