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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방 추억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4-15 20:48 게재일 2011-04-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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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전설같은 얘기지만 우리나라 전통한식 가옥에는 방을 덥게 하려고 때는 불을 군불이라 했다. 그래서 그 중에도 방의 가장 따뜻한 쪽을 아랫목이라 한다. 구들 놓은 방에서 아궁이에 가까운 쪽이 방바닥의 맨 아랫 쪽이다. 온돌방문화 시절에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화기(火氣)가 방밑을 지나 방바닥 전체를 덥게 하는 난방장치가 바로 온돌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법으로 우리 민족의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모든 민가에 사용됐던 방식이었다. 땔감이 부족한 시절이라 부엌에서 불을 때서 밥을 하고 나머지 불은 아궁이 깊숙히 넣어 방을 덥히는 것이다. 초저녁에는 방이 뜨끈뜨끈하고 새벽녘이면 온기가 식어 날이 샐 때 까지는 방은 항상 추웠다. 온 식구가 저녁밥을 먹은 후 모두가 안방 아랫목에 모인다. 넓다란 이불때기 밑에 전 가족이 발을 넣고 세상사는 이야기에 밤이 깊어간다. 고구마나 감자, 밤을 까먹기도 하고 할머니의 구수한 귀신 나오는 설화에 잠이 먼저 온다. 한옥 아랫목에는 항상 콩나물 시루가 차지하고 간장, 된장, 고추장의 원료가 되는 메주도 이곳에 차지한다. 전통음식인 식혜도 삭히고 음식도 사람도 다 온돌방에서 자랐다. 아마 이런 온돌문화가 오늘날의 찜질방문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 아파트의 입식문화는 편리성과 현대식 삶의 구조가 시대에 맞게 현대화 됐지만 가족간의 유대관계는 온돌문화를 따라잡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방에서 거의 전 식구가 생활하던 때와는 달리 대화도 단절되고 소통도 없는 일인만능주의 시대에 누구나 느끼는 고독감이 더 외롭게 된다. 식사가 끝나면 각자 자기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 버린다. 단절감, 고독감, 소외감도 바로 온돌로 따뜻하게 데워진 아랫목 문화를 상실한 데서 오는 현대병인지도 모른다. 자식을 위해 아랫목 둥지를 양보하는 부모님의 마음씨-세월이 갈수록 아련히 저려옴은 나이가 든 탓일까.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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