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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가덕도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4-07 23:24 게재일 2011-04-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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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창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백지화되자 후보지 물망에 올랐던 영남권에서는 분노와 허탈에 빠졌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시작과 끝이 잘 짜인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블랙코미디는 웃음을 자아내는 드라마이지만 이면에 깔린 주제는 무겁다. 왜 블랙코미디인가? 처음부터 다시 감상해보자. 신공항 건설 공약은 정치권에서 1997년부터 있어왔다. 김중권, 정동영 등의 정치인이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공항이 들어서는 지역은 기업가에게는 물류유통의 장점이 있고 지자체에서는 관광지로서의 장점이 생기게 되고 지역 주민들은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게 된다. 공약으로서는 매우 매력적인 공약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MB께서도 `동남권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하셨다. 이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니까 신공항 건설은 거의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고 드디어 후보지가 물망에 올랐다. 부산의 가덕도와 경남의 밀양이 그곳이다. 두 곳이 꿈에 부풀어 뜨겁게 달아올랐다. 밀양은 행정구역은 경남이지만 사실상 대구·경북권과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지역이다. 영남권은 현 대통령의 출신지이자 근거지이고 가덕도는 이미 김해 공항이 있으므로 사실상 밀양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듯 보였다. 밀양과 가덕도에서는 지역유지와 전문가, 지자체가 하나가 되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인다. 유치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상경하여 독립투사와 같은 비장한 심정으로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는 삭발투쟁을 벌인다. 해당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이해에 따라 신속하게 자리를 피하고 지역민과 국회의원들 사이애도 갈등이 커진다. 드디어 정권에서 진화에 나선다. 밀양이 선정되어도 가덕도가 선정되어도 정치적으로는 득이 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백지화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30일 신공항 입지 평가위원장이라는 분이 드디어 발표를 하신다. 100점 만점에 가덕도가 38.3점, 밀양이 39.9점이라고 했다. 100점 만점에 50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신공항 건설계획은 백지화한다고 했다. 소수점까지 친절하게 점수를 일러주셨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가덕도 쪽도 밀양 쪽도 모두 부글부글한다. 누가 그 소수점까지 밝힌 점수를 믿겠는가?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마음이 몹시 무겁다”고 한 말씀 하셨다. 드라마가 모두 끝났다.

이 드라마에서 대통령은 단 두 마디 했을 뿐이다. “동남권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와 “마음이 몹시 무겁다”이다. 이 두 마디 사이에 온몸으로 연기한 배우들은 참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그 기대를 현실화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서 뛰고 또 뛰었다. 백지화 발표 뒤에 바로 눈앞에 무지개가 사라지는 허망함과 믿음에 대한 배신감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믿었던 한나라당에 대한 배신감으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곧 잠잠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에 출연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거의 절대적 믿음을 가진 분들이기 때문이다.

위의 드라마는 관객에게 씁쓸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 웃음의 실체는 신뢰의 실종에 있다. 이 시점에서 신뢰라는 어휘에 대한 물음을 다시 던져볼 수박에 없다. 신뢰란 무엇인가?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무리 법과 제도가 잘 마련되었다고 하드라도 신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경제도 정치도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은 나아갈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된다. 누구나 실언과 실수는 할 수 있다. 그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그런 잘못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 누구도 우리는 신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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