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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하면서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2-28 20:02 게재일 2011-02-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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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에 `와신상담`이란 말이 있다. 불편한 섶에서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마음 먹은 일을 이루기 위하여 온갖 괴로움을 무릅씀을 이르는 말이다. 운동경기에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로 좋은 결과를 가져옴을 칭찬하고 싶다. 싸움이나 경기는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운동경기에서 승자와 패자의 갈림에서 한 쪽은 환성을 지르고 기뻐하지만 다른 한편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나지 아니한다. 억울하고 슬퍼서 가슴을 쥐어 뜯고 한 없는 후회를 한다. 그 때부터 패자는 이를 악물고 다가올 4년을 기다리며 준비한다. 이처럼 싸움과 경기는 냉정하리 만치 엄격하고 잔인하다. `와신상담`의 유래도 역시 싸움이었다. 춘추시대 오나라와 월나라의 전쟁에서 오나라 왕 합려는 화살을 맞고 신음하다 결국 임종이 가까워 오자 아들 부차에게 월나라 왕 구천을 물리쳐 자신의 원수를 갚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버지의 유언을 잊지 않고 부차는 땔나무 위에서 잠을 잤으며 자기 방을 드나드는 신하에게 아버지의 유언을 큰 소리로 외치도록 했다. 이렇게 하여 부차의 복수심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복수의 그날을 위해 군사들을 훈련시켜 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하게 되었다. 또한 패자가된 월나라 왕 구천은 다시 12년 만에 복수의 칼을 들고 싸움에서 다시 승리하게 된다. 복수는 악랄하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으로, 상처는 상처로, 멍은 멍으로 갚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복수는 무섭다. 그래서 복수는 비열한 인간의 희열이며 섣부른 복수는 자신의 파멸을 초래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때로는 와신상담하여 선(善)과 영광스러운 결과를 가져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일은 환영할 일이지만 흉한 일에 적용된다면 더 큰 비극을 초래한다. 가장 고귀한 복수는 관용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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