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명실 공히 세계적인 명품 산이 되었다.
해발 494m의 야트막한 산자락 40여 계곡에 절터만 해도 150곳이나 되고, 석불 마애불 129기, 탑 99기 등 지금까지 발견된 문화유적만 694점에 이른다. 특히 마애불상이 많은 것은 신라인들의 암석신앙과 불교신앙이 합쳐진 흔적이라 할 수 있다.
7세기에 통일된 신라의 영광을 위해 조성된 칠불암(七佛庵) 불상군은 보물 제200호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석불`로 알려져 왔는데 2009년 국보 제312호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으로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었다. 넓은 면의 암벽에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본존불과 좌우 입상의 두 협시보살상이 있고 그 앞쪽 사면석주의 각 면에 비슷한 크기의 불좌상을 부조해 모두 일곱 구(軀)로 구성돼 있어 칠불암이라 부른다. 이곳에 가면 본존불의 근엄한 얼굴 표정, 적합한 신체 비례와 탄력 넘치는 양감, 유려한 선의 표현 등에서 통일신라시대 전성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조각 기술과 예술적 감각, 그리고 종교적인 숭고미를 엿볼 수 있다.
칠불암 불상 군을 오르는 길은 초입부터 소나무 숲이 무성한데 이곳의 소나무는 유난히도 곧은 소나무는 거의 없고 죄다 구불구불 휘어져 있다. 그 길을 걸어 들어가노라면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의 인체 여행을 하는 듯하다. 게다가 산길은 비질을 막 끝낸 새벽 도량같이 매끈하고 길 위로 어지럽게 삐져나온 소나무 뿌리 또한 근육질 인체 피부 표면에 돋아난 혈관처럼 불쑥불쑥 도드라져 있다. 산길을 오르며 이처럼 길이 닳도록 남산을 찾았을 1300여 년 전 신라인들의 간절한 소망을 떠올려 봄직도 하다.
불국사나 석굴암, 황룡사나 분황사가 신라 왕족이나 지배층의 주된 신앙 공간이었다면 민초들의 불심에는 어쩌면 경주 남산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비 피할 지붕도 없이 바람 막을 벽도 없이 셀 수조차 없이 많은 바윗돌에 새긴 마애불의 흔적들은 불교에 귀의해 위안을 얻고자 했던 신라인들의 불심이었고 이런 것들이 모여 경주의 남산은 신라인들의 불국토가 되었고 성지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