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이제 한국 축구가 큰일 났다고 농담을 했다. 뻥축구를 안하고 우왕좌왕을 안하고 문전실축을 안하면 이제 한국축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신이 나서 떠들고들 있다. 이제 저 선수들이 자라면 우리 축구가 진짜 큰일을 낼 것 같다.
이번 대회만 해도 아직 경기가 남았고, 혹시 우리 선수들이 조금 마음에 덜 드는 경기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번에 보인 경기만 가지고도 우리는 아낌없이 칭찬을 해야 한다. 이번 경기 정말 잘 했다. 진심으로는, 남은 경기도 멋지게 뛰어서 이겨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번 경기를 보도하면서 `일사분란`한 선수단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사분란`하기는 어렵다. `一絲紛亂`인가? 실 한 가닥이 마구 엉킨다? 아니다. 잘못 쓴 말이다. `한 가닥의 실처럼 엉키지 않는다.`라는 뜻이니, `一絲不亂`이 맞다. 실은 `일사불란`이라고 써도 청소년 축구를 표현하는 데는 적당하지 않다. 그 말은 군대가 척척 행진하는 느낌이 있어서 어색하다. `손발이 아주 잘 맞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
사실, 한자로 만들어진 말은 우리말과 구조가 달라서 조금만 잘못 쓰면 이상한 뜻이 되는 수가 있다. 점점 한자말의 영향이 줄어가는 요즘, 억지로 한자말을 쓸 이유가 없다. 더욱이 정확하지도 않은 한자말을 섞어 쓸 이유는 도무지 없다.
내일이 한글날인데, 이렇게 아름답고 쉬운 우리 글자를 버리고 어렵고 괴로운 한자말을, 더욱이 틀리면서까지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可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