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사불란(一絲不亂)

可泉 기자
등록일 2009-10-08 19:48 게재일 2009-10-08 18면
스크랩버튼
국가대표 청소년 축구팀이 세계 8강에 올랐다. 새벽잠을 줄이고 축구를 본 모든 국민이 함께 환호했다. 오랫만에 본 시원한 경기였다. 득점을 하자 재미있는 동작을 하고 감독에게 가 안기는 선수들도 예쁘고 선수들을 안아주는 감독도 멋있다. 보면 볼수록 선수들이 귀엽고 대견하다.

어떤 이들은 이제 한국 축구가 큰일 났다고 농담을 했다. 뻥축구를 안하고 우왕좌왕을 안하고 문전실축을 안하면 이제 한국축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신이 나서 떠들고들 있다. 이제 저 선수들이 자라면 우리 축구가 진짜 큰일을 낼 것 같다.

이번 대회만 해도 아직 경기가 남았고, 혹시 우리 선수들이 조금 마음에 덜 드는 경기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번에 보인 경기만 가지고도 우리는 아낌없이 칭찬을 해야 한다. 이번 경기 정말 잘 했다. 진심으로는, 남은 경기도 멋지게 뛰어서 이겨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번 경기를 보도하면서 `일사분란`한 선수단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사분란`하기는 어렵다. `一絲紛亂`인가? 실 한 가닥이 마구 엉킨다? 아니다. 잘못 쓴 말이다. `한 가닥의 실처럼 엉키지 않는다.`라는 뜻이니, `一絲不亂`이 맞다. 실은 `일사불란`이라고 써도 청소년 축구를 표현하는 데는 적당하지 않다. 그 말은 군대가 척척 행진하는 느낌이 있어서 어색하다. `손발이 아주 잘 맞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

사실, 한자로 만들어진 말은 우리말과 구조가 달라서 조금만 잘못 쓰면 이상한 뜻이 되는 수가 있다. 점점 한자말의 영향이 줄어가는 요즘, 억지로 한자말을 쓸 이유가 없다. 더욱이 정확하지도 않은 한자말을 섞어 쓸 이유는 도무지 없다.

내일이 한글날인데, 이렇게 아름답고 쉬운 우리 글자를 버리고 어렵고 괴로운 한자말을, 더욱이 틀리면서까지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可泉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