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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대추 곶감`을 차례상에 진설하는 이유

슈퍼관리자
등록일 2009-09-30 22:30 게재일 2009-09-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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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경기대 교수남포항로타리클럽 회장
민족 대 명절 추석이 목전에 다가왔다. 그리고 여느 해보다 극성스러웠던 오랜 가뭄과 늦더위를 이겨낸 산야에는 지금 오곡백과가 풍요의 결실을 재촉하는 완연한 가을이다.

그런데 우리가 결혼식 폐백상이나 돌·회갑 잔치 상, 그리고 설이나 추석 차례 상과 성묘와 제사상에 항상 빠지지 않고 진설(陳設) 해 올리는 과일이 `대추와 밤과 곶감`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왜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반드시 이 세 가지 과일은 빠뜨리지 않고 정성껏 준비하여 진설하는지 잘 아는 이는 별로 없는 듯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교나 웃어른들께서 가르쳐 준 바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저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하는 줄 알고 따라서 하고 있다.`고 표현함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잔치나 제사상에 이 세 가지 과일을 꼭 진설하는 이유를 알고 나면 조상들의 간절한 바람과 염원을 담은 지혜와 슬기에 저절로 감탄사는 물론 머리가 숙여지게 된다.

우선 `대추`부터 살펴보자.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과일은 꽃을 피워 완전한 열매로 성숙되기까지 절반 이상은 아예 열매도 맺지 못하거나 아니면 중도에 낙과한다. 그러나 유독 대추는 꽃이 피면 핀 꽃 전체가 주렁주렁 열매를 맺어 누군가 인위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 한 탐스럽게 영글 때까지 나무에 매달려 자태를 뽐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대추를 진설하는 이유는 바로 `다산과 풍요`를 염원하는 간절함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꿈 해몽가들도 신혼부부가 대추 꿈을 꾸면 총명하고 체력이 좋은 귀한 아들을 낳게 되고, 사업하는 사람이 만약 대추 꿈을 꾸면 횡재, 수주, 관급, 도급, 낙찰 등 재물과 돈이 생기고 푸짐한 먹을 것이 들어올 운수로 해석하는 등 대단한 길몽으로 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밤`은 왜 진설하는 것일까?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씨앗은 새 생명을 움 틔움과 동시에 그 씨앗은 썩어 밀알이 된 후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유독 밤은 땅속에서 씨앗으로 움을 틔운 후에도 썩지 아니하고 그 밤나무가 죽을 때까지 밤나무 밑뿌리에 씨앗 밤이 붙어 있다가 자신이 움 틔운 밤나무가 생명을 다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썩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신비함이 있다. 이는 한번 맺은 인연을 중시하라는 뜻으로 이왕 맺은 인연이면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친다 해도 모진 풍파가 몰아친다 해도 흔들림 없이 한마디로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변죽이 죽 끓듯 아내와 남편이, 부모와 자식이, 동지와 동지가 서로를 불신하고 배신과 변절을 밥 먹듯이 하는 현 세태 풍조에 경종을 울려 주는 조상들의 준엄한 충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아니 할 말로 집안의 어른들이 폐백장에서 새댁의 치맛자락에 밤톨을 던지면서 이 같은 깊은 의미를 알고, 또 그 의미를 설명해 주고 던져주고 받았던들 신혼 여행길에서 갈라서고, 나아가 불과 30년 만에 OECD국가 중 이혼율 1위라는 불명예국이 되었을까?

한 번쯤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곶감`은 왜 진설하는 것일까?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씨앗은 심으면 자신의 품종을 싹 틔우지만, 유독 감 씨앗만은 땅에 심으면 감나무가 아닌 엉뚱한 일명 군천자(君遷子) 또는 소시(小枾)라고 하는 고염나무가 난다. 그래서 주인은 자신이 원하는 품종의 좋은 감을 얻으려면 반드시 씨앗감에서 자란 고염나무에 접을 해야 한다. 이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개척해 나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과일을 진설하는 순서도 대추는 빨간색인데 임금이 입는 옷이 붉은색이고, 씨가 하나밖에 없어서 임금을 뜻하여 제일 처음(왼쪽)에 놓고, 밤은 알이 셋인데 3정승(우의정, 좌의정, 영의정)을 뜻하여 두 번째에 놓고, 감은 씨가 여섯이어서 6조 판서를 의미하니 그다음에 놓고, 배는 씨가 여덟 개로 8도 관찰사를 의미하니 그다음에 놓는다는 얘기가 있다.

이제 내일 모래면 추석이다. 아무쪼록 이번 추석에는 가족이 둘러앉아 한해 동안 정성들여 가꾸고 준비한 오곡백과를 차례상에 진설하기 전에 진설의 의미와 조상들의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는 뜻 깊고 풍성한 한가위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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