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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伐草)

可泉 기자
등록일 2009-09-29 20:39 게재일 2009-09-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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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계절이 바뀌면 조상을 생각하는 좋은 습관이 있다.

그래서 봄에는 한식성묘를 하고 가을에는 벌초하고 계절성묘를 한다. 봄에 산소에 갔을 때는, 이슬이 내리니 산소를 돌본다고 아뢴다.

가을에도 마찬가지로 “상로기강 첨소봉영(霜露旣降 瞻掃封塋)”이라고 해서, 찬 서리가 내리니 산소를 돌보며 뵙는다고 아뢴다. 계절이 바뀌니 더욱 조상의 은혜가 감사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워서 찾아와 뵙는 것이다. 더욱이 가을에는, 새로 난 곡식과 새로 익은 열매를 누구보다 먼저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산소를 찾아가는 것이 자식되고 손자된 사람의 다 같은 마음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산소에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게 하는 관습이 있다. 중국 같은 곳은 사람을 매장한 곳에 자연스럽게 초목이 자라도록 하여 오랜 시간이 흐르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관습이 더 많다. 유독 우리나라만 수십대 산소까지 풀을 깎아 말끔하게 단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항공 사진을 보면 산 곳곳에 뿅뿅 구멍이 나 있다.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한히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벌초를 하면서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풍습도 곧 부담스러운 노동이 되겠구나.

그렇다면, 자식들이 괴로워하기 전에 좋은 방법을 생각해야겠구나.

일정한 장소나 날을 정하여 조상을 기념하고 자손들이 다정하게 만나기는 하되, 오래 된 조상의 산소는 자연으로 돌려보내 드리는 것이 그분들에게도 그리 결례되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깊은 산에 나무가 우거져 길을 찾지 못하는 요즘, 조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방안을 찾는 것이, 후손된 우리와 아름다운 자연에 모두 해롭지 않은 길이 될 듯하다. 이런 일을 잘 아시는 분 어디 없는가.

/可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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