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 껍질은 빗방울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햇빛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구름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안개의 휘젓는 팔에
어쩌다 닿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당신이 기대게 하기 위해서
당신 옆 하늘의
푸르고 늘씬한 허리를 위해서
강은교 시인의 `나무가 말하였네`라는 시다. 나무에는 빗방울이 모이고 햇빛이 어리고 구름이 앉는다. 우리는 한 그루 나무 아래서 지친 영혼을 잠시 내려놓고 맑은 숨을 들이쉬며 서로를 교감한다. 푸른 숲과 맑은 공기, 고운 꽃과 실한 열매, 시원한 그늘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는 나무는 단순한 감상과 관조의 대상만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나무 한 그루가 주는 혜택은 엄청나다고 하겠다.
나무와 숲이 주는 혜택은 무엇이며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나무는 목재 등 직접적인 혜택 외에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물과 공기를 정화시키며 이상기후를 완화시키고 토사유출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거기다 문학, 예술, 교육, 종교 등의 문화적 가치까지 생각한다면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하겠다.
미국에서 발표한 한 보고서에 의하면, 나이 50년의 나무 한 그루는 일생 동안 우리 돈으로 7천만 원이나 되는 혜택을 베푼다고 한다. 그렇다면 숲이 주는 혜택은 얼마나 될까? 산림청 임업연구원의 연구자료에서는 숲의 기능을 금전적으로 환산한 결과 총 49조 9천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는 국민총생산의 10퍼센트를 넘는 금액이며 국민 1인당 106만원의 혜택을 매년 제공하는 셈이라고 하니 우리는 그동안 나무와 숲의 고마움을 너무 모른 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무와 숲이 주는 혜택이 엄청나기에 각 지자체는 앞 다투어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포항시 역시 나무 심기사업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최근 포항의 관문로와 시내 주요 교통섬, 가로대 등에 나무를 심어 삭막한 도심의 숨통을 틔우는 작은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나무들의 대부분은 시민들로부터 기증 받은 것이다. 말하자면 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는 우리 시민의 지역사랑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녹색친환경도시를 지향하는 우리시는 앞으로도 녹지공간을 더욱 넓혀 나갈 계획이다. 폐철도를 걷어낸 자리와,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동빈내항 복원사업에도 나무심기가 포함되어 있다. 폐철도 부지나 동빈내항은 모두 우리 고장에 새롭게 탄생될 친환경 명소가 될 것이다. 이 명소를 우리 시민의 손으로 푸르게 만들자는 뜻에서 여기에 심을 나무를 시민들로부터 기증받는 `범시민 헌수 운동`을 지금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시민 헌수 운동은 예산절감과 시민화합, 지역사랑의 효과를 거둘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에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도 소중하게 여기는 생명존중의 정신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시민이 기증한 나무는 곧 시민의 소중한 마음이기에 헌수목마다 기증자의 표찰을 달거나 예쁜 표지석을 만들어 그 마음이 언제까지나 나무와 함께 자라도록 할 것이다.
살고 싶은 푸른 포항! 땅 위에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고 했던가. 그 아름다움을 심어나가는 뜻있는 일에 우리 시민의 마음이 푸르게 우거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