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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자체가 정화수가 되는 곳 바이칼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08-28 21:17 게재일 2009-08-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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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그 곳은 태고적인 순결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새우와 같은 물 속 청소부의 도움도 물론 있지만 스스로 뒤집어엎는 수행을 쉼 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일 년이면 수백 차례의 지진이 바이칼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수천 길의 바닥으로부터 물을 뒤집어 위 아래를 흔들어놓는 것이다.

썩지 않으려고. 실로 큰 울림이다. 내 안을 뒤집어보라고, 내 삶 자체가 정화수 되어보라고.”

풍성함과 여유를 느끼며 가을의 문턱을 맞이해 보자. 바이칼처럼 나 스스로가 정화수가 되어보면서….

지수옥 한국청년지도자연합회 경북포항여성지회장이 최근 러시아 바이칼호에 다녀온 여행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 이르쿠츠크 가도 가도 끝없는 벌판

이르쿠츠크!

시베리아 남단에 위치한 바이칼호수를 가기 위해서 머무는 곳.

밤 12시경 도착한 이르쿠츠크공항에는 입국절차를 밟기위해 장사진을 치고 줄을 서있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도대체 줄이 줄지가 않는다. 한사람이 지나가는데 7~8분 정도 소요된다. 나중에 알고보니 워낙 기다리는것이 습관이 된 탓도 있지만 빨리 해주고 싶어도 전산사정이 좋지 않아 그럴 수 밖에 없단다.

유학생이라는 청년이 마중을 나와서 새벽 2시가 지나서야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할수 있었다. 국영호텔인데 우리나라 무궁화5개 짜리라고 했다. 방은 작지만 그런대로 호텔이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식 아침을 먹고 일정이 시작되었다.

바이칼호수에는 30여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크고 이세상에서 때묻지 않고 아름다운 섬 알혼섬!

제주도의 절반 정도 된다고 했다.

인구가 1천500명정도 메마르고 햇빛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알혼섬을 가기위해 이동하는 길은 시베리아에서 보기드물게 끝없는 평원이 펼쳐졌다.

잔디같은 풀이 드넓은 평원을 뒤덮고 간혹 소떼들과 양떼들이 군데 군데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 풍경이 아름답게 보인다.

양쪽에 나무들이 있는 도로를 달리다가 약간 넓은 곳에 정차를 하고 인솔자가 화장실을 다녀서 가겠다고 설명을 한다.

아무리 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데 어디서 어떻게?

“도로를 중심으로 아버님들은 왼쪽 어머님들은 오른쪽으로 가셔서 시원한 곳에서 상쾌하게 볼일을 보십시요!”

너무 황당해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난감해 했지만 어쩔수가 없이 그대로 따르기로 이곳 저곳으로 흩어졌다. 별난 체험했다며 서로 무안하게 웃으며 다시 달려가는 똑바로 생긴 아스팔트길이 굴곡이 너무 심해서 맨 뒤에 않았다가 혼이 났다.

말로만 듣고 책에서나 보았던 시베리아 벌판! 그곳이 바로 여기였다. 이름모를 만발한 야생화 군락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일정표에는 통나무집 전통가옥에서 머문다고 했다.통나무집 듣기만 해도 낭만이 가득하지 않은가.

1시간쯤 더달리다가 휴게실 같은 곳에서 도시락에 점심을 먹는다. 도시락에는 쌀밥에 상추로 경계를 하고 고기 3쪽과 고사리나물 양배추무침 그리고 김치. 그 휴게실에서 전통 양고기 스프라며 제공했으나 난 먹지 못했다.

이상한 냄새도 나는것 같고…. 다시 끝없는 평원이 펼쳐지기도 하면서 약 7시간의 버스이동 후 사휴르따 선착장.

알혼섬으로 이동하기위해 배를 타야하는데 자동차나 주민들이 먼저라고 다음배를 이용하란다. 약 15분 정도 배로 이동후 알혼섬에 도착하면 8명씩 분산 탑승하고 이동한다고 한다.

다시 이어지는 평원 3년전에 전기가 들어왔다는 전기를 연결해주는 철탑뿐 아무것도 없이 그냥 낮은 산과 벌판뿐이다.

■ 발콘스키 하우스 러시아 문학의 산실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찾아볼수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삶 속에서 그렇게 하루를 보낸후 배를 타고 돌아오는길에 일명 `발콘스키`라고 불리우는 `제까브리스트 박물관`을 들렀다.

1825년 12월14일 제정러시아 시절 최대의 반란이었던 12월 혁명이 미수에 그치면서 혁명단원들이 시베리아로 추방당했고 그들의 거주지 중 발콘스키의 집을 기념관으로 개관하여 고난으로 점철되었던 역사현장으로 보존하고 있었다.

영국황실에서 엄격하고 심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배온 남편들을 따라 유배지인 이르쿠츠크에 온 아내들의 사진과 그들이 이곳에서 문학과 음악에 아주 큰 기여를 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제독의 연인`, `닥터 지바고` 등 영화나 소설에서의 사랑이야기는 모두가 유배된 남편을 땨라온 그녀들의 이야기이며 지금도 감히 이곳이 러시아 문학에 산실이라고 말할수 있다는 설명과 지금도 그곳에서 한달에 한 두 번씩 음악회도 갖는다고 했다.

■ 바이칼 호수 기차여행 11시간의 대장정

바이칼 호수! 아프리카의 나일강이 발원지인 빅토리아호수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고 가장 깨끝한 호수 깊이가 1637m 길이가 637km 폭이 27~84km이며 육안으로 보이는 깊이가 40m! 면적이 대한민국만 하다고 했다. 이쪽과 저쪽의 끝이 없다 그냥 수평선이다. 바이칼 호수의 담수량은 전세계인구가 40년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11시간을 달리는 기차로 바이칼 호수를 감상하며 사이사이 체험도 하는 코스라고 간식준비도 단단히 하고 떠나자고 한다.

저속으로 달리는 기차 너머로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진다.

다소 추운 날씨임에도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보인다.

유원지가 정해져 있거나 시설물이 있는 곳은 하나도 없고 아무데나 자리잡으면 놀이터가 된다. 꼭 한군데 관광객들이 잠시 머물수 있고 수영체험도 할수 있는곳에서 바이칼 호수 위를 모타보우트로 신나게 달려 보았고 주변 원주민 마을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한 곳 있다. 지금부터 약 60년전 쯤 내가 아주 어렸을적에도 그렇지는 않았던것 같이 마을이 말할수 없이 낙후되고 문화적 혜택은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화장실은 물론 대문밖 저쪽에 우리나라 1950여년 경의 모습과 같다.

한참을 달리다가 아주 근사한 건물이 보인다.

푸틴 전 대통령의 별장이란다. 스카이라이프 안테나도 있고 정원도 예쁘게 만들고 커다란 집에 목조건물이 아주 근사 해서 기차에서 내리지 않은채 구경하라고 잠시 정차했다.

기차안의 풍경은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에 술이 있고 소음이 있다. 초록색 맥주도 마셔보면서 11시간을 기차에 있어야 했기에 역시 화장실이 문제 였으나 그 냄새는 지금도 나는듯하다.

세워논 기차에서도 근처만 가면 냄새가 아주 지독했다.

그러나 러시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 우리도 그런 세월이 있었다는걸 깜빡 한것 같았다.

정차해서 철로길과 터널을 걸어가는 체험도 있었고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잠시 멈춰서 감상하고 가는데 바이칼호수에서만 서식한다는 `오믈`이라는 생선을 시장갈 때 들고 가는 바구니 같은것에 잔뜩 구어서 팔고 있었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청어 비슷한 모양이었다. 11시간을 기차에서 보내야 하는데 “와 경치 좋다” 하면서 2시간 술을 마시면서 2시간 이야기 하면서 2시간만 가면 나머지는 지루해서 힘드니까 천천히 먹고 천천히 놀라고 하더니 5시간도 안되서부터 몸살이 난다.

바이칼호수를 벗어나서 시베리아 횡단 본선 선로로 접어들면서 `슬류지안카` 역사도 구경하고 앵두도 사먹으면서 잠시 쉬다가 빠른속도로 이르쿠츠크로 향했다.

밤 11시가 넘어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문화적 혜택이 있는 호텔로 돌아오면서 다시 하루를 보냈다.

■ 반야 체험 타국에서의 이색 찜질방?

내일은 하늘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전세기로 우리가 그 마지막 관광객이다.

다시 마지막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수몰위기에 있던 목조 건물들을 옮겨 놓은 옥외 민속마을로서 짧은 시베리아 역사에서도 다양하게 혼재해 있는 복합적인 건축양식과 주거문화를 엿볼수 있는 `딸찌 민속촌`을 돌아보고 예전에는 아주 커다란 바위로 바이칼 호수와 앙가라 강의 경계가 되었으나 지금은 조그맣게 튀어나온 바위정도로 보이는 `샤먼 바위`도 보고 9, 10월이면 눈이 내리는 이르쿠츠크의 스키장에서 리프트로 정상에 올라가서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바이칼 호수와 앙가라강을 한눈에 볼수 있었다.

바이칼호수를 자세히 알수 있는 `생태학 박물관`.

서식하는 물고기 `오믈` 꼬리가 세 개 달린 `물개`, `낮에 나오면 몸이 녹아버리는 아주 깊은 속에서만 살수 있다는 물고기(생물체)` 등 설명을 들으면서 직접 1천637m 속까지 내려가 볼수 있는 가상 잠수함 체험. 500여m 까지도 부유물이 떠 다니고 `오믈`이 서식하고 칠흙같은 어둠속에 작은 생물들이 있고 `물개`가 잠수함 유리를 향한다.

맨 믿바닥엔 돌 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직도 바이칼호수에 대하여 모두 다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CD를 직선으로 물 밑에 가라 앉혀 육안으로 보이는 깊이가 40m였지만 지금은 오염이 되어 그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시베리아 벌판이, 바이칼호수가 오염이 되고 있다. 언젠가 환경을 걱정하는 시기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곳 사람들의 생각은 아직도 원시적이고 미래의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데나 땅을 파서 배설물을 처리하고 아무 것이나 물속에 마구 버린다.

바이칼 유람선을 타고 `오믈` 시식과 보드카 시음 후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마지막으로 `반야`체험.

앞에는 앙가라강이 흐르고 오두막집을 지어 자작나무를 이용한 사우나.

밖에서 불을 때서 둥근돌을 달구어 놓고 잎이 붙어있는 자작나무 줄기를 묶어 물을 적시어 뜨겁게 달구어진 돌에 묻히면 증기가 올라가서 자작나무 향기와 열기로 땀을 내고 앙가라 강물에 뛰어들어 열기를 식히는 방법으로 자작나무 향기를 몸에 배이도록 묶어진 가지로 몸을 두드리기도 한다.

추운 날씨지만 온몸에 땀이 나서 강물에 들어가도 춥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하루정도 쉬면서 여러차례 체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어쩔 수 없는 찜질방 좋아하는 요즘 한국 사람이었다.

시설이 낙후되어 비누칠도 할수 없고 머리도 감을 수 없어 물로만 헹구어 내는 정도였지만 자작나무 향기와 피로가 모두다 녹아 흐르는 땀과 시원한 강물로의 샤워는 꼭 한번 체험할 만 했다.

저녁식사로 양고기로 만든 러시아식 전통 꼬치구이 `샤슬릭`과 그들의 주식인 통감자 한접시로 마지막 식사를 끝냈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 이르쿠츠크에서 가장 크다는 마트.

규모는 우리 동네 슈퍼 정도 였지만 집으로 돌아가면서 선물 한가지를 구입할수 없었기에 대표적인 보드카와 러시아 쵸코렛 이라도 사야 했다. 보드카 두병과 쵸코렛 3개를 사가지고 앙가라 강변 산책후 공항으로 향했다. 7월27부터 우리가 떠나는 8월18일까지. 전세기로 바이칼호수 관광이 있었기에 마지막으로 떠나는 우리를 데리러 비행기가 날아온 것이다.

이제는 한국으로 가려면 다른곳을 경유하는 방법뿐이라 했다.

새벽 2시, 그렇게 러시아 이르쿠츠크 여행을 끝내고 문명의 도시 한국! 내가 사는 아주 살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향해서 하늘을 날았다.

인천공항은 시설이 잘되어 있다고 보아도 포항 우리 동네에 들어서니 얼마나 근사하고 편안하고 훌륭한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 4박을 정말 내가 경험하고 온것인지 어떻게 보냈는지 식탁에 반찬이 없어도 시설이 좀 부족해도 이제는 불만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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