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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아이의 세상 알아가기

슈퍼 관리자
등록일 2009-06-29 00:00 게재일 2009-06-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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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책 `일곱 살 아이의 세상 알아가기`에 푹 빠져 있다. 마침 딸아이가 일곱 살이라 정독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일곱 살 딸아이에게 무엇을 체험하게 하고 무엇을 할 줄 알게 하고 무엇을 알게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겼다. 아마 직장 때문에 아이랑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일 게다.

이 책에는 한 아이가 일곱 살이 되는 동안 무엇을 체험하고, 할 줄 알고, 알고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적어도 접해봐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서 기술되어 있다.

일곱 살 아이라면 살림살이 가운데 네 가지, 예를 들면 계단 청소, 침대보 깔기, 빨래 널기, 손수건 다림질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선물을 포장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과 친구 한 명 또는 친구 세 명을 위해서 두 가지 요리 정도는 해낼 수 있어야 하고, 한 번 쯤은 아기 기저귀를 채워보았거나 그것을 도와준 적이 있어야 하고,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물어본 적이 있어야 하고, 감기에 걸렸을 때 자기 몸에 어떠한 일이 생기는지 알아야 하고, 상처를 처리할 줄 알아야 하고, 각기 다른 동물 세 마리에게 어떻게 먹이를 주는지 알아야 하고, 꽃에 물을 줄 주 알아야 하고, 한번 쯤 묘지에 가본 적이 있어야 하고, 점자가 뭔지 알아야 하고, 점자 혹은 수화로 세 단어 정도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하고, 간단한 마술 두 개쯤은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노래 세 곡을 부를 줄 알아야 하고, 그 가운데 한 곡은 외국어로 부를 수 있어야 하고, 한 번쯤은 악기를 만들어 보았어야 하고,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교향곡의 느린 악장을 지휘해본 적이 있어야 하고, 외국어 세 가지 정도와 방언을 소리로 구할 줄 알아야 하고, 수수께끼와 우스갯소리 세 가지는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고,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 하나쯤 부드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기도문 하나는 알아야 하고, 한자를 써본 적이 있어야 하고, 망원경을 본 적이 있어야 하고, 별자리 두 개는 알아야 하고, 해시계를 본 적이 있어야 하고, 시내 지도나 건축 모형 따위를 알아야 하고, 도서관과 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어야 하고, 한 번쯤은 무대 위에 서서 다른 사람과 함께 관객에게 뭔가 준비된 것을 보여준 적이 있어야 하고, 부모나 조부모의 인생 혹은 어린 시절 등 가족사 몇 가지는 알고 있어야 하고, 비밀이 무엇인지, 손님을 환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면의 소리가 무엇인지, 질투심, 향수, 오해가 무엇인지 그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기고자 하는 것과 패배할 줄 아는 것을 알아야 하고, 배고픔과 짜증을 혼동하지 않고, 피로와 슬픔을 혼동하지 않고, 밤에 오줌을 싸는 것이 정서 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마치 풍선이 터지듯이….”, “통이 가득 차 넘치는 것처럼….” 등의 비유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아빠가 면도하는 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어야 하고, 아플 때 아빠의 병간호를 받아본 적이 있어야 하고, 눈사람을 만든 적이 있어야 하고, 모래성을 쌓아본 적이 있어야 하고, 다른 집어서 자본 적이 있어야 하고, 생으로 먹는 것과 익혀 먹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뭔가를 수집해 보기도 하고, 싸움을 중재해본 적이 있어야 하고, 못을 박고 나사를 끼울 줄 알고 건전지를 교환할 줄 알아야 하고, 북을 칠 때나 안마를 할 때 힘을 적절히 배분할 줄 알아야 하고, 자기 맥박뿐만 아니라 친구나 동물의 맥박을 느껴본 적이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따 끝낼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그리고 `어린이`임을 자랑스럽게 여긴 적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일곱 살 아이의 세상 알아가기는 계속해서 열거되어 있다.

읽어내려 가면서 딸아이는 무엇을 할 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손으로 세어 가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나는 아이를 위한다고 하면서 내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더 확장할 수 있는 아이의 능력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딸아이가 여덟 살이 되기 전에 생활 속에서, 자연 속에서 많은 것을 체험하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서, `어린이`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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