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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기행(1)

슈퍼 관리자
등록일 2009-06-26 10:04 게재일 2009-06-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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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태고의 자연과 지하자원이 잘 보존된 나라였다. 이곳은 서양과 동양, 원시와 현대가 공존하며 특히 많은 인종이 함께 사는 다민족국가이다. 미지의 나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 그리고 모든 것이 베일에 갇힌 낯선 나라에 간다는 것은 두려움과 함께 약간의 흥분을 동반하는 기분이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6시간 후에 말레이시아 셋방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5시, 공항을 빠져나오자 무더운 아열대 기온으로 숨이 막힌다.

온몸은 이미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강렬한 태양과 무더운 날씨는 약간의 현기증까지 느끼게 했다. 왠지 습하고 무더운 바람이 이국의 향취가 묻어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말레이시아는 깨끗한 해변과 크고 작은 섬들과 밀림과 정글로 뒤덮인 산악지대가 어우러진 곳이다.

15세기 말레이 반도 남부에 말라카 왕국이 세워졌으며, 18세기 이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에 의해 점령되었고, 19세기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그 후 일본의 침략을 받아 많은 아픔을 겪기도 했다.

푸른색의 팜 나무 물결

말레이시아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수많은 섬이 있는 지상의 낙원이다. 또한 국토의 4분의 3이 밀림과 습지로 우거진 원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비행기에 내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야자수와 팜 나무였다.

그리고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해안을 따라 역사의 도시 말라카로 가는 양쪽에도 팜 나무들이 파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날씨는 더웠지만 푸른 팜 나무를 쳐다보면 더위도 잊었고 끝없이 펼쳐지는 이국적인 경관에 흠뻑 빠졌다. 그것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었다.

말레이시아가 팜 나무에 들이는 관심의 정도는 `말레이시아 팜 오일 위원회(MPOB)`라는 기구를 만들었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팜 나무는 5년이 가기 전에 초기에 들어간 비용을 다 회수할 수 있을 만큼 경제성이 뛰어나다.

팜 나무를 통해서 많은 오일을 생산해내어 부를 쌓기 때문이다.

가이드가 야자나무와 팜 나무를 소개해준다. 야자나무는 쭉 뻗어서 키가 큰 나무이고, 팜나무는 야자나무에 비해 키가 작다. 그리고 팜나무 열매는 대추처럼 작고 붉은색을 띤다.

팜 나무는 대략 수령 3년이 지나면 열매를 맺기 시작하여 이후 근 25년 동안 열매를 맺으며 왕성한 생산력을 자랑한다. 열매는 식용유와 바이오 디젤 등 다양한 용도로 가공되고 있다. 특히 팜 오일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미래의 석유를 대체하는 산업으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각광받고 있는 사업이다. 생산성이 좋아서 몇 년 안에 초기 투자비용이 다 회수되기 때문에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현지인들은 기존의 나무들을 없애고 팜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그리고 팜 나무 농장은 `애국하는 나무` `눈에 보이는 오일 공장` `돈을 벌어다 주는 나무`로 불리고 있다.

다양한 지하자원의 나라

말레이시아는 팜 나무 외에 세계 굴지의 고무 산출국이다. 팜 나무 외에 고무나무도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그밖에 목재, 차, 주석, 철, 구리, 보크 사이드, 석유 등의 광산물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세계 제일의 품질과 생산을 자랑하는 말레이시아 주석은 고무, 팜유와 더불어 말레이시아의 3대 자원으로 꼽힌다.

특히 주석은 은백색의 광택 있는 금속으로, 빛깔과 순도에 따라 가공 용도가 정해지며 은은한 광택이 날수록 질이 높은 자원이다. 주석 제품들을 말레이시아 내에서는 `퓨터(Pewter)`라고 부르는데 조각이 정교하고 색깔이 곱고 맑아야만 관리가 간편하며 또한, 보온과 보냉의 성질을 갖고 있어 음식물을 담아 보관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그래서 찬 음료나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유리잔보다 주석 컵이 더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주석은 부식과 변질이 없어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음료수 캔 속에도 이 주석이 숨어 있다. 캔은 일정 기간동안 내용물이 부패하는 것을 막아주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주석은 물을 정화시켜주는 천혜의 자원이다. 문득 말레이시아를 보면서 이곳이 바로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임을 실감한다.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나라,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나라, 그리고 서민적이고 소박한 사람, 사람들, 문득 이런 땅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밤은 깊어 가는데, 갑자기 그리움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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