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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출신 전향규 작가 자전에세이 ‘생각풍경’ 출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05-12 20:35 게재일 20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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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쓴 삶의 풍경

살아가면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울기도 한다. 만나서 기쁨으로 울고, 헤어지면서 가슴 아파 운다. 너무나 그리워서 사무치게 울고 너무나 외로워서 소리 없이 운다. 때로는 너무나 행복해서, 너무나 아름다워서, 감격하도록 만들어주신 신에게 감사해서 울기도 한다. 소리 없이 흐느끼기도 하지만 펑펑 소리 내어 울기도 한다. 울음이 있다는 것, 눈물이 있다는 것, 그것은 살아있다는 방증이다.


시인 전향규가 펴낸 자전적 산문집 ‘생각풍경(시디안)’은 온통 눈물로 채색하고 있다. 자신의 살아온 자전적 고해성사이면서도 글을 읽는 독자들의 가슴으로 이유 없이 전율하는, 같은 시대, 같은 감성의 공감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이 결코 타인의 것일 수만은 없음을 작가는 매 편마다 울림으로 웅변하고 있다.


지천명이 넘은 나이이면서도 스스로 ‘청춘시대’라 강변하는 작가의 삶 저변에는 우리가 자칫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는 인간 전체 삶의 희로애락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오랫동안 언론 현장에서 일선 기자로, 편집장으로 세상을 섭렵해온 전직 언론인이자 시인 전향규씨가 인생 3막을 열어가는 지천명을 넘기면서 펴낸 ‘생각풍경’은 하나같이 ‘행복한 눈물, 혹은 마음 따뜻해지는 감동’으로 통일되고 있다.


33편의 이야기들로 묶은 이 책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가 어머니, 형, 아들, 그리움, 눈물…. 이런 것들이다. 일상의 잔잔한 풍경들을 작가만이 빚어낼 수 있는 유려한 문체로 귀결시켰기 때문에 책을 잡는 순간 누구나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로 이어진다. 읽을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풍경들을 보게될 것이다.


지천명 넘은 아들에게 건널목 조심 하라는 8순의 어머니, 입대하던 아들을 대로변에서 끌어안고 펑펑 울어버린 사연, 수학여행비 8천 원이 없어 힘이 빠진 어깨를 다정히 감싸주며 1만원을 쥐어주던 의형제 누부야 이야기, 그리고 세상 떠난 지 20년이 다 되었건만, 여적지 살아있음,보다 더한 그리움 안에서 형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들은 가히 눈물로 찍어 쓴 삶의 일지라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세상, 내 집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친구의 핸드폰 번호까지 기억하기 어려운 디지털 시대에 작가는 자칫 망각해버릴 수 있는 삶의 그리움과 그런 추억의 풍경들을 붙들어놓자고 호소한다. 메말라가는 가슴에 습지같은 풍경을 만들면서 또 한 시대를 열어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편편이 묻혀있다.


펑펑 울고 나면 후련해지듯이 ‘생각풍경’은 삶에 지치고 고단한 중년들에게 소중한 동반자적 위로의 메시지로 채워져 있어 마음 따뜻한 치료제 역할로도 제격이다. 작가 스스로도 ‘눈물을 찍어서 쓴’ 산문들이라 할 만큼 서른세 편 모두가 장편소설의 모티브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생각풍경’이 가진 넉넉한 힘이다.


전향규 시인은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문예창작, 신문방송, 커뮤니케이션 과정까지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1985년 서울신문사에 입사, 방송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KBS인터넷 라디오 매거진 월간 ‘콩’편집인과 노마드WW미디어그룹 CEO로 재직 중이다.


김대중 대통령 민심동향 보고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과 시집 ‘풍경화를 읽다’를 펴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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