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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환 장편소설 ‘큰돈과 콘돔’ 우수문학도서 선정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05-12 20:35 게재일 20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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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새터민의 삶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작가 이대환씨가 평전 ‘박태준’(현암사)을 집필한 후 4년 만인 지난해 11월 펴낸 장편소설 ‘큰돈과 콘돔’(실천문학사)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2009년 1·4분기 ‘우수문학 도서’의 소설 부문에 선정됐다.


선정위원들(소설가 박범신 외 4인)은 예심을 거쳐 맡겨진 총 35종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소설에서 우선 14종으로 범위를 압축하고 다시 투표를 통해 이대환씨의 ‘큰돈과 콘돔’, 서하진씨의 ‘착한 가족’(문학과지성사) 등 8종을 선정했다.


‘우수도서’ 선정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소외지역에 우수 문학 도서를 보급하고 개별 문학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한다는 취지로 시행하고 있다.


다음은 ‘큰돈과 콘돔’에 대한 선정위원들의 ‘선정평’ 전문이다.


“이대환의 ‘큰돈과 콘돔’은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탈북자의 삶을 형상화한 최초의 본격 장편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탈북자 문제의 탐색이 민족분단의 특수성은 물론 근대 국민국가의 폭력성에 희생되는 소수자들의 삶을 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이 작품에 드러난 탈북자의 삶이 지닌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두 체제와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정체성이 남북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탈북자의 문제는 인권, 전지구적 자본주의, 분단 모순 등이 얽힌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민족분단의 ‘희생자’인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에 방치된 ‘약소자’라는 이중의 멍에를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이에 탈북자의 삶을 다룬 문학은 근대적 일상과 분단 현실, 세계사적 보편성과 민족사적 특수성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따라서 탈북자 문제를 다룬 텍스트는 근대 국민국가의 의미와 한계는 물론 ‘미국-한국(남한)-중국(조선족)-북한’ 순으로 서열화되는 신자유주의 담론의 허구성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대환의 ‘큰돔과 콘돔’은 이러한 과제에 성큼 다가선 소설의 하나이다.”


이대환씨의 ‘큰돈과 콘돔’은 그 제목과는 판이하게 상업주의와 거리가 먼 소설로서 발간된 당시에 주목을 받았다.


식민과 분단의 아픔 속에 신음하는 우리 현대사를 고집스럽게 직시해온 작가 이씨가 4년만에 발표한 이번 장편소설은 새터민으로 21세기 한국형 자본주의체제에 적응해나가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탁월한 리얼리스트이자 우리 시대의 현실을 파고드는 집요한 작가정신의 소유자인 이씨의 ‘큰돈과 콘돔’은 탈북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롯이 한 개인의 삶을 담아냈다는 점이 가장 큰 미덕이다. 이 소설은 특히 새터민인 주인공 ‘표창숙’의 시선에 묻어나는 작가의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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