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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 ... 박용래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4-30 22:03 게재일 20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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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빛이 있어 좋다


먼 산 가차운 산


가차운 산에


버들꽃이 흩날린다


먼 산에


저녁해가 부시다


아, 산은


둘레마저 가득해 좋다



- 먼 바다(창자과비평사·1984)





한국문단에서 전설로 전해내려 오는 이름 ‘눈물의 시인’ 박용래. 그의 시를 읽으면 눈물이 뺨으로 흘러내리듯, 마른 논에 물이 들어가듯, 달빛이 초가집 지붕 위로 떨어지듯 단박에 그의 깊은 서정에 우리는 감염되고 만다. 다시 박용래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그가 노래한 시의 한 구절처럼 “함부로 노(怒)한 일 뉘우쳐 진다”는 느낌이 절로 일어난다. 어쩌겠는가, 그렇다는 것이다. 시 ‘둘레’는 ‘현대문학’1960년 9월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 시는 누가 붓 한 자루를 잡고 한두 번의 붓놀림으로 쓱쓱 그려놓은 담백한 수묵화 같다. 한두 번의 붓놀림이지만 보면 볼수록 깊은 풍광(風光)이 자꾸 빛을 발하는 그림 같은 시, 박용래 시의 본 모습이 바로 이러하다. 온갖 화려한 수사도 배제한 무욕(無慾)의 “산빛이 있어 좋다”는 시구는 얼마나 좋은가, 또 시의 중간부에 가차운 산과 먼 산의 대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먼 산 가차운 산이 함께 빚어 만들어내는 커다란 풍광인 ‘둘레’를 두고 “둘레마저 가득해 좋다”라는 종결부는 또 얼마나 빛나는가. 사실 그 ‘둘레’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림살이 모습이고, 더 크게는 끝없는 우주 전체의 본 모습이 아니겠는가.


해설<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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