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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간질환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4-29 20:31 게재일 200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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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일교수 <동국대 경주병원 소화기내과>


술은 천의 얼굴이다. 기뻐서 마시고, 괴로워서 마시고, 마실 때 마다 술에 깃든 감정이 다양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술에 대해 너그러운 독특한 음주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술과 관련된 단어도 무수히 많다. 폭탄주, 물레방아주, 기차주, 깔때기주, 소폭 등 새롭게 지어지는 술의 이름을 외우기가 벅차다.


우리나라 사람이 마시는 술 소비량은 OECD 국가 중에서 1-2등을 다툰다. 특히 2007년 통계에 의하면 중고등학생 가운데 음주 경험률이 68.6%이고 10세∼19세 청소년의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수가 5만 6천명이 넘어서고 있어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음주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1차, 2차, 밤새도록 마셔야 무언가를 했다는 사회적 관습에 만연해 있다.


술은 우리 몸 여러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


식도, 위, 췌장, 대장 및 간에 골고루 병을 일으킨다. 신물이 올라오고 가슴이 따갑다고 호소하는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킬 수 있고, 술 마시고 구토한 후 식도점막이 파열되어 피를 토해서 응급실에 실려갈 수 있고, 위, 십이지장에 심한 궤양을 일으켜 속이 쓰려 새벽에 잠에서 깨기도 한다, 폭주 후 명치 밑이 칼로 도려내는 듯이 심하게 아파 급성췌장염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고, 술만 먹으면 무른 변을 보거나 설사 때문에 고생할 수도 있다.


특히 술과 관련된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있다.


지방간은 간세포 속에 지방이 축적되어 간이 커지고 노란 빛을 띠게 되는 것이고 간염은 간세포의 염증과 파괴로 간수치가 상승하는 것이고 간경변증은 간세포의 염증과 재생이 반복되면서 간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말한다. 지방간 상태에서 술을 끊으면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음주를 계속할 경우 간염, 간경변까지 진행된다.


간경변으로 진행되면 배에 복수가 차고, 간성 혼수가 유발되고, 식도정맥이 풍선처럼 늘어나서 혈관이 터져 피를 토하는 식도정맥류 출혈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신다고 무조건 간경변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매일 소주 2홉들이 1병을 10년 이상 마시는 경우 10∼20%에서 발생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유는 여자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무게가 적게 나가기 때문에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많은 양을 마신 것과 같고, 술을 대사하는 첫 관문인 위장의 ADH라는 효소의 활성이 여자에서 떨어져 있고 그 외 호르몬 대사의 차이 때문으로 설명되고 있다.


양주, 와인과 같은 좋은 고급술을 마시면 괜찮고 막걸리, 소주를 마시면 간경변증이 잘 오는 것은 아니다. 음주패턴과는 전혀 무관하며, 마시는 술의 양과 기간이 중요하다. 즉, 많은 양을 오랫동안 마시면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특히 B형 바이러스 간염이나 C형 바이러스 간염이 있는 환자가 술을 마시게 되면 기존 간질환이 더 악화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금주를 해야 한다.


또한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릴 위험도가 개인마다 차이가 심한데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효소의 유전적인 다형성 때문으로 설명되고 있다.


만성 음주자에서 해열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할 때 주의를 요한다.


정상인과 달리 습관적 음주자인 경우 CYP450 2E1 효소가 정상인에 비해 5배 이상 항진되어 있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이 같은 효소에 의해 대사되므로 아세트아미노펜의 일차대사산물이 많이 생긴다.


적은 양이면 생리적으로 일차대사산물을 제거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과량의 일차대사산물이 생기면 이차적으로 간독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치료는 우선적으로 금주를 해야 한다. 심한 알코올성 간염인 경우 스테로이드 또는 펜톡시필린이라는 특수 약물을 투여한다.


술에 중독되면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만을 신경쓰게 되는데 정신적 문제도 함께 병행해서 고쳐야 근본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으면서 내과, 신경정신과와 협진해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 의존성이 있는지 여부를 보기 위한 4가지 간단한 질문이 있다. ▲당신의 음주량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당신의 음주습관에 관하여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귀찮게 구는 적이 있습니까? ▲당신의 음주습관 때문에 죄의식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아침에 기운을 차리기 위하여 해장술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이 중 두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알코올 의존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몸에서 간은 매우 중요한 장기이다.


중요한 단백질을 생성하고 약물, 술을 해독하는 화학공장이다. 침묵의 장기인 간이 나빠질 때 까지 방관하지 말고 평상시에 간을 보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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