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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는 가라!

김만수 기자
등록일 2009-04-29 21:18 게재일 200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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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수 <경기대 정치전문가대학원 경주분원 주임교수>


장자가 남긴 우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야산에 짐승과 새들이 모여앉아 날고 달리는 자랑을 하는데 노루가 하는 말이 “나는 뒷다리가 길어서 한번 달렸다 하면 60리쯤은 단숨에 달릴 수 있다”고 하자, 토끼는 30리, 다람쥐는 15리를 뛰고, 벌은 60리를 나른다고 자랑했다.


때마침 그 옆을 지나던 적토마는 그 장면을 보고 “그것도 뛰고 나는 것이냐, 나 적토마로 말하면 한번 뛰었다 하면 논스톱으로 천 리를 뛴다”고 했다.


그 말에 모두가 기가 죽어 있는데 그 옆에 있던 똥파리 왈, “내 비록 몸집은 작지만 한번 날았다 하면 천 리는 거뜬히 나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유인즉, 적토마 엉덩이에 빌붙어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장자 가라사대, “더럽다 똥파리야! 가다 못 가면 말 지언정, 달리는 말 똥구멍에 붙어 말똥 빨아 먹으면서 가는 것도 자랑이라고 하다니 내 사람으로 태어나 적토마는 되지 못할지언정 똥파리가 될까 두렵다.”


똥파리! 그래,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에는 똥파리들이 너무도 많다. 구린내 나는 곳을 찾아 다니며 구린 짓만 하다 보니 스스로는 구린내 나는 것을 망각한 똥파리! 이름하여 권력과 금력에 빌붙어 찬양하고 아부하며 권세와 명예를 누리는 자, 크고 작은 벼슬을 이용하여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쌓고 제 잘난 맛에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민의와 역사를 두려워하고 순종하기보다 선거를 앞두고 일정은 어떻게 알아냈는지 공천권을 검어 쥔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려고 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니며 갖은 아첨을 부리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예비 선량들, 이건 모두 똥파리 족속들이다.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족속들은 마치 자신들의 처세와 삶의 방식이 최고의 가치인양 때로는 사회의 질서와 가치관을 혼돈 시켜 가면서까지 자기들 기분 내키는 대로 세상을 온통 휘저어 놓았다.


특히 도덕성을 정권의 최고 가치로 내세우며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입버릇처럼 떠벌렸던 노무현정권 역시 신문을 펼쳐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자신은 물론 그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가신들이 부정과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연일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는 부정에 부정,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측은함과 더불어 구역질이 난다.


역대 어느 정권 가릴 것 없이 입만 벌리면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던 그들이 그동안 벌여왔던 행각들, 정치권력과 밀착하여 부귀영화를 한 몸에 누려온 기업인, 한 손으로는 국가 백년대계를, 또 다른 손으로 검은 돈 보따리를 만지며 아이들에게 바르게 자라기를 바랐던 교육자, 겉으로는 사회정의를, 속으로는 폭력과 부정을 비호한 검·경찰, 국가발전은 뒤로 한 채 부정과 탐욕의 소굴로 둔갑해 버린 공직사회….


이러고도 이 나라가 온전하게 버텨온 것이 신통할 정도로 이 나라는 온통 똥파리 지상 천국이었다. 그래서 세인들은 한결같이 목청을 높이길 ‘이 기회에 아주 똥파리 족속들을 깡그리 없애버려야 한다.’고.


그렇다. 부정부패는 마치 잡초와 같은 것이어서 뿌리 채 뽑지 않고 잎사귀만 뜯으면 그 다음에는 감각이 무디어지고 저항력이 생겨 더 큰 부정에 부정을 낳기 마련이기 때문에 오도된 가치관을 바로 잡고 썩고 부패한 똥파리 세상이 아닌, 진실로 법과 원칙과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뿌리째 뽑힐 때까지 계속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차제에 우리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똥파리들이 이렇게까지 극성을 부릴 수 있도록 그 토양을 만들어 준 우리 모두에게도 그 책임이 적지 않다. 지금에라도 돈과 벼슬만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돈과 벼슬 앞에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자. 돈과 벼슬 앞에 다들 굽실거리니까 조그만 벼슬만 해도 목에 힘을 주고 거드름을 떠는 것이며, 돈푼깨나 만진다고 그들 앞에 머리를 숙이니까 졸부나 가진 자들이 돈이면 세상만사를 주무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도록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세상이치는 간단하다. 우리는 언젠가는 간다. 권력을 가진 자도, 지배자도, 부를 가진 자도, 못 가진자도 언젠가는 간다. 우리에게 영원한 것은 없다.


잘살고 못사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백지 한 장 차이다.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저 주어진 한 생명 내 가정과 내 이웃, 이 사회를 위해 값지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인 것이다.


이제 그 똥파리들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주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천 리를 달리는 적토마 시대가 도래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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