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중미발 돼지 인플루엔자(SI)의 세계적 유행과 관련, 국가재난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1단계 격상하자 지역의 돼지고기 유통·판매업소와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양돈농가·유통업계 촉각 곤두
28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의 한 양돈농가에서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축사 소독작업이 한창이다.
농가주인 최모(48)씨는 “돼지 인플루엔자가 아직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고는 하지만 만일에 대비해 축사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번 일로 돼지고기 소비가 줄지나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지역 유통업계는 아직까지는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한 돼지고기 매출급감은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매출이 14%로 올라갔다”면서 “아직까진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한 매출 변동은 없지만 장기화 될 경우에 대비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돼지 900두를 유통시키는 대구축산물도매시장도 “아직까진 별 다른 조짐은 보이고 있지 않지만 소독강화 등 예방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취급식당 ‘직격탄’
국내에 수입되는 돼지고기 중 절반이상이 미국, 캐나다 등 북미산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통업계와는 달리 돼지고기 취급식당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구시 동구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박모(54)씨는 “안그래도 불경기로 손님이 없어 죽을 맛인데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해 아예 찾는 손님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회사원 김대승(36)씨는 “익혀서 먹으면 안전하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수입 돼지고기 절반이 북미산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왠지 불안해서 돼지고기를 아예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28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돼지고기 33만9천990t 가운데 미국산이 가장 많은 10만 6천300여t이고 그 뒤를 이어 캐나다산과 칠레산으로 나타났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 3개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을 합치면 16만7천t이 넘어 전체 수입량의 49%에 달한다.
▲여행업계도 비상
국내에서 돼지 인플루엔자 추정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8일 지역 여행업체에는 여행취소와 관련한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당장의 예약감소와 취소는 없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으로 인해 다른 해외 여행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조인철 대구관광협회 여행위원장은 “지역에선 중남미 여행객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 인근 국가인 미국에서도 간염환자가 발생해 미국 여행객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일주일 정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국립포항검역소 대구국제공항지소도 28일 돼지 인플루엔자와 관련해 대구공항에서 인플루엔자 비상검역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공항지소는 27일부터 기존에 실시하는 AI(조류 인플루엔자) 인체감염에 대비한 비상검역체와 연계해 외국에서 도착한 여행객 전원을 상대로 검역대에서 열 탐지기 발열검사대를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
공항지소 관계자는 “돼지 인플루엔자 인체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검역체계를 강화했다”며 “위험지역을 여행한 뒤 입국한 사람이 1주일 내 콧물과 코막힘, 기침, 발열 등 급성호흡기증상을 겪으면 보건소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김낙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