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장자연씨 자살사건으로 홍역을 앓던 연예계가 ‘공급책’까지 낀 마약사건으로 다시 벌집을 쑤셔놓은 꼴이 됐다. 조연급 여배우 윤모(28)씨가 지난 2007년 8월부터 동료 연예인과 마약 ‘소비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일본까지 건너가 10여 차례에 걸쳐 마약을 구입한 뒤 생리대와 속옷에 숨겨 반입해 1억여 원의 자금으로 구매한 마약을 판매하고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과거 일부 가수와 배우, 개그맨들이 엑스터시 등 환각제를 투약해 물의를 빚은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공급책까지 떠맡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국제사회에서 마약청정국 지위를 받았던 한국으로서 개운치않은 추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정제 형태로 유통되는 엑스터시는 과다하게 복용하면 근육경련은 물론 의식불명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동물 마취제로 사용되는 케타민도 환각효과가 엑스터시나 LSD(합성마약)보다 강해 국내에서 2006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마약 소비자들에 인기품목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각한 걱정거리다.
가수나 연기자들이 직업의 특성상 스트레스와 불안, 심지어 우울증이라는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어려움을 대마초 흡입이나 마약 투여라는 잘못된 처방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연예인 스스로 자성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빨간 불이 켜진 마약청정국 이미지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마약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 한 번 ‘약’에 손을 대면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야무야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활동하는 이들이 얼마나 흔한가. 이런 관행이 계속되는 한 마약의 검은 유혹에 넘어가는 연예인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