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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친구일까, 적일까?

권오신 기자
등록일 2009-04-28 20:36 게재일 200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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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지금 널리 회자되는 중국 위험론은 1990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 했다. 그때부터 시장에 나온 책들의 제목은 중국 위험론의 핵심적 주장을 추리할 ‘곧 다가올 중국과의 충돌(1997년)’ ‘아시아와 세계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계획(2000)’이나 ‘중국은 어떻게 미국을 겨냥 하는가’등이다.


미국은 구소련이 붕괴된 이후 자국의 패권에 도전할 유일한 국가세력은 중국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중국과 사사건건 마주치게 될 것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북경이나 상해 여행에서 만난 관료나 경제인 등 행세깨나 하는 중국인들이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G2이며 어느 사이 신문· 방송에서 등장되는 말 역시 G2, 양극체제가 세상을 주도하는 것으로 돼 버렸다. 세상에서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가장 크고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는 얘기이니 얼마 전 영국에 모였던 G20국가의 다른 지도자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이 더욱 놀라운 것은 아시아·아프리카에서 사사건건 미국과 충돌하는 경제· 자원외교를 떠나 군사문제에서도 패권을 다투려 하는 것.


남중국해에 위치한 하이난섬 부근 해상에서 지난 8일 미국 함정 임페커불호가 중국해군 함정 5척에 의해 항해를 방해받은 사실은 일단짜리 뉴스에 불과했었지만 주변국에는 관심 이상 꺼리가 됐다.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은 ‘중국은 친구인가, 적인가?’ 라는 특집기사에서 최근 공개적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현대화에 나선 중국이 군사 패권에서도 라이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4척의 핵추진 잠수함 물론 핵항모까지 보유할 중국 해군이 인도양· 태평양을 내해(內海)처럼 휘저어 다닐 경우 19세기말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중국의 국방예산이 아직은 미국의 6천930억 달러에 비하면 10분의 1수준(600억 달러)이 안 되지만 신흥 경제 강국답게 년 18%씩 국방예산을 증가시키는데 내심 놀라는 것 같다. 군사전문가들은 실제 중국이 지난해 쓴 국방관련 지출은 1천50∼1천5백억 달러로 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북한의 로켓발사나 6자회담 탈퇴 선언은 일본의 재무장 명분을 주고 미국과 미사일 방어시스템까지 만들 경우 중국을 긴장시킬 수도 있어 중· 일 틈바구니에 낀 우리의 처지는 어떻게 될까.


중국은 지난 시절 ‘동아시아의 병자’로, 가난하면 중국인으로 생각했었지만 막대한 국부를 아시아·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에 무차별 살포, 자원을 선점하고 이들 국가의 청년들을 국내에 데려와 공짜 공부까지 시켜 주면서 환심을 사고 있다.


이달 초 영국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중국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이 나눈 얘기는 주변국 입장에서 보면 앞날이 꾀나 걱정될 화법(話法)이다.


외신을 보면 버럭 오바마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다.” 후진타오 “중·미관계는 출발점에 서 있다.” 오바마의 말에서는 겸손함이 묻어나올 정도다.


이러니 포식자 중국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고조선과 발해사는 물론이고 한강 유역이 중국 땅이었다고 말하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동북 공정으로 중국의 포식자 근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예전에도 그랬었다. 1882년 임오군란에는 3,000명의 군인을 데리고 조선에 들어와서는 12년 뒤인 1894년 청일전쟁으로 일본군에 패해 쫓겨 날 때까지 경제적 군사적 지배 아래 놓아둠으로써 조선의 근대화를 막았다.


대한제국시대에서도 개화파 몇 사람을 뺀 대다수 지식인들은 중국을 보호자로 알았다.


멀지도 않은 세월 한 세기 전 우리의 역사를 두고 살펴보면 당시 조선의 운명은 슈퍼 파워 나라 영국이나 프랑스가 아니라 인접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가 쥐고 흔들었다.


지금도 작통권에서 손을 떼려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의 위협적인 국가는 중국과 일본이 가장 기분 나쁜 존재다. 미국은 지나치게 자국 보호정책을 쓰지만 적어도 영토는 내다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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