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발생 시 진화 헬기가 고농도 염분이 유입된 형산강 물을 살포해 인근 지역 산림은 물론 고가의 장비가 부식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4일 포항시 북구 양학동 인근 야산에 발생한 산불현장에는 포항시 임차 및 산림청 소속 등 산불진화용 소방헬기 3대가 투입됐다.
이날 산불진압에 참여했던 공무원 A씨는 헬기에서 뿌려진 물을 뒤집어 쓴 뒤 입에 흘러 들자 매우 짠맛이 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화재진압이 마무리 된 후 자신의 옷을 본 A씨는 깜짝 놀랐다. 하얀 가루가 여기저기 묻어 났기 때문이다. 주변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A씨는 “처음에는 땀과 함께 섞여 짠맛이 나는 줄 알았는데, 옷에 묻어 있던 하얀 가루는 소금이었다”며 “염분이 섞인 물은 헬기 뿐만 아니라 산림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짠물이 사용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지역에는 저수지가 상당히 많으므로 대부분의 산불진화용 소방헬기는 화재현장에서 가까운 저수지에서 용수를 담수해 온다”며 “형산강에서 담수해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보를 설치해 염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류지역에서 담수를 하므로 염분이 섞일 확률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시는 산림청과 정확한 담수 한계선에 대해서는 협의를 한 적이 없어 영일만과 형산강의 풍속과 해류 등이 영향을 미치는 염분 문제에 대해 대책이 부족함을 드러냈다.
한 헬기 조종사는 “가능하면 염분의 영향이 없는 곳에서 담수를 하고 있다”며 “헬기는 민감한 특성이 있어 염분이 섞인 바람 조차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일대교 부근의 염소이온농도는 1만5천cl로 바닷물 2만3천cl의 65.2%에 이를 정도이다. 특히 연일대교에서 3.68km 떨어진 상류인 유강정수장 부근 역시 6천cl로 나타나 정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갈수기에는 염소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어, 헬기는 물론 산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시산림조합 관계자는 “염분에 강한 해송 등의 수종이 있지만 산소가 흡입되는 기공에 염분이 침입하면 나무들은 고사한다”며 “산림은 물론 새싹 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초토화 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공무원 A씨 역시 “형산강 하구 등 바닷물과 접한 곳은 어느정도 거리가 떨어져도 상당한 염분이 섞여 있어 명확한 담수 한계선이 지정돼야 헬기 뿐만 아니라 산림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남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