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로 청와대 지하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꾸린 지 100일을 맞았다. 실용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특유의 추진력과 국정운영능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간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비상경제체제 100일이 어떻게 지났는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명박 대통령은 매일같이 세계 경제지표를 보고 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지난 1월6일 비상경제상황실 발족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비상경제상황실에서 올리는 경제지표와 분석보고서는 이른 새벽 대통령 관저로 배달된다. 이 대통령은 집무실 출근 전에 이미 그날의 ‘수치’를 머리 속에 넣고 있다.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에는 12개 부처에서 파견된 14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18개 부처에도 비상경제상황실이 구축돼 상황실장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2월 초부터는 전국 시·도 및 시군구에도 비상경제상황실이 가동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14차례 열어 28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 대통령은 1월 설 명절 휴가 때도 비상경제상황실의 비상연락망을 들고 갔다. 상황실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받았다. 최근 해외 순방 때도 이곳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국내 자료 중 최우선 순위로 챙겼다. 지난 3월 뉴질랜드·호주·인도네시아를 다녀온 바로 다음날 예정에 없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하벙커에 상황실을 마련할 때 “형식에 치우쳤다”는 일부 비판이 없지 않았으나, 그 형식에 내용을 채움으로써 ‘MB실용주의’의 면모를 유감없이 내보였다.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비상경제상황실은 결코 ‘전시용’ 공간이 될 수 없었다. 바로 옆방에서 진행되는 비상경제대책회의 때 이 대통령이 쏟아내는 송곳질문으로 인해 항상 개인적인 ‘비상’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주문은 항상 한 발 더 나아갔다. 관계장관들이 “열심히 챙기고 있다”고 하면 대통령은 “현장을 자주 가 보라”고 주문했고, “현장에서 챙기고 있다”는 답변에는 “헬기를 타고 돌아보라”는 식이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한발 물러서 관전하는 조연을 원치 않는다. 국무위원과 청와대참모, 공공기관장 모두 ‘경제위기 극복’의 주연으로 뛰어 달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요구”라고 말했다.
“훗날 여러분이 오늘을 되돌아보면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뿌듯하겠느냐” “경제살리기는 경제 관련 부처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는 이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도 그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OECD가 “한국이 회원국들 중 가장 빨리 경제를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지난 1·4분기의 성적평가표일 수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올 연말에 가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하다”며 신중을 기하면서 “결과로 말을 해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평소 철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