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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실험노트 제출하세요!

김동찬 기자
등록일 2008-06-26 16:03 게재일 200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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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박사(주)뉴로넥스 대표이사



과학자는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연구 내용을 짜임새 있게 잘 정리하여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기를 원한다.


순수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최고로 손꼽는 국제 학술지는 ‘세포(Cell)’라는 학술지와 ‘과학(Science)’이라는 학술지, 그리고 ‘자연(Nature)’이라는 학술지이다.


전 세계의 훌륭한 과학자들로부터 수많은 연구 논문들이 국제 학술지의 편집실에 보내지면 편집 위원들은 논문 요약서를 보고 1차 선별을 한 뒤, 자신들이 위촉한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심사 대상이 되는 연구 논문을 이메일로 보내어 심사를 청한다.


연구 논문 심사를 요청받은 심사 위원들은 적어도 관련 분야의 최고의 권위자들이다. 심사 위원들은 심사 대상이 되는 연구 논문의 참신성과 진실성 그리고 관련 연구 분야에 얼마나 영향력(impact)을 줄 수 있는 파격적인 연구 내용 인지를 잘 따져서, 최종 연구 논문 심사 결과를 정리하여 학술지 편집위원실로 보낸다.


이때 심사 평가 결과지에 기록된 논문 심사 위원의 한두 마디 코멘트(comment)가 수년간 땀 흘려 고생해 온 연구자의 연구 내용이 결실을 맺느냐 맺지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심사위원이 최종적으로 “수용(accept)”이라고 코멘트를 남기면 그 연구논문은 학술지에 등록되어 전 세계에 발표된다.


하지만 “거절(Reject)”이라고 평을 남기게 되면 그 연구 논문은 더 이상 동일한 학술지에 심사요청 조차할 수 없다. 또 다른 국제 학술지를 새로운 목표로 삼아 처음부터 다시 심사요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어느 분야의 최고의 권위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연구자는 이러한 투고와 심사 및 재투고라는 과정을 3∼4번 더 반복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어단어가 accept 이고 가장 싫어하는 영어단어는 바로 reject 이다.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이 국내외적으로 한창 시끄럽게 이슈가 되었던 때, 한국 유명 대학의 어느 교수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자신의 연구팀이 발견한 새로운 연구 내용을 투고하였다.


그런데 학술지의 한 심사위원이 논문을 투고한 한국의 교수에게 연구 내용을 기록한 실험 노트 사본을 제출하라고 했다고 한다.


심사위원의 이러한 반응의 숨겨진 의도는 바로 “당신도 한국인 교수이고 황우석 박사처럼 실험 결과를 조작할 수 있으니 우리는 당신의 연구 결과를 100%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의 전체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실험노트 사본을 제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심사위원의 이러한 태도는 한국인 과학자 전부에 대한 엄청난 결례이며 인격모독이다. 그리고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우선 그런 요청을 받은 교수는 자존심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일반적으로 어떤 과학자가 유명 학술지에 혁신적인 연구 내용을 발표했을 때, 전 세계의 관련 분야에 속한 다른 과학자들이 그 연구 내용을 인용하여 자신의 연구에 적용한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거쳐 연구 내용을 똑같이 재현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실험 결과가 재현이 되지 않았을 때 관련 분야 연구자들은 그 연구내용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학술지 편집실 쪽과 연구 내용을 발표한 쪽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다.


이러한 문제제기 사례가 급증하고 의구심이 증폭되었을 때 학술지 편집자 측에서 초기에 연구내용을 발표한 쪽에 정식으로 이에 대한 답변서나 증거물을 요청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초기 투고 단계에서부터 실험노트 사본을 제출하라는 경우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인 교수는 심사위원의 억지스런 요청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실하고 지혜롭게 응하여 결국 심사위원으로부터 연구 내용의 참신성과 진실성을 높이 평가를 받아 최종적으로 학술지에 발표되었다고 한다. 진실 된 연구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본다.


최근 ‘광우병 생체조기진단 시스템’ 개발로 인해 매우 유명해진 서울대 우희종 수의학과 교수에게, 한나라당 손숙미 국회의원이 연구 실험노트 제출하라고 요구하였다. 우희종 교수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일이다.


특히 같은 이공계 교수 출신인 손숙미 의원으로부터 정치적 냄새가 솔솔 풍기는 억지스런 요구를 받았으니 화도 나고 배신감도 들고 황당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희종 교수는 손 의원의 이러한 행동에 부화뇌동하거나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겸손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손의원이 요청한 실험노트와 연구 증빙 자료를 준비하여 제출하면 된다.


손숙미 의원은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니다. 그녀는 이제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시대적 여론과 표심과 선동주의에 휩쓸려 행동하지만 우교수는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자다. 그렇기에 과학자의 품위를 보여줬으면 한다.


부디 우 교수가 과학자의 진실한 힘으로 정치인과의 싸움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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