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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참하게 짓밟힌 10대 "철없는 꿈"

신동우기자
등록일 2008-01-25 16:03 게재일 200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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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10대 소녀를 꾀어 26일간 전국으로 끌고 다닌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크리스마스인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4시께 포항시 북구 남빈동의 한 찜질방에서 이모(33)씨는 김모(17·여)양 등 3명의 10대 소녀들을 만났다.

이들 일행에게 음료수 등을 사주며 친해진 박씨는 “지갑에 왜 그렇게 돈이 많으냐. 300만 원은 넘어 보인다”는 김양의 말에 “나는 한의사인데 서울 목동 SBS방송국 옆에 내 한의원이 있다. 가수 비도 내 병원 단골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김양이 “나도 노래와 춤에 자신이 있다”고 하자 박씨는 “그럼 내가 성형 수술도 좀 시켜주고 아는 방송국 직원들을 소개해 줄 테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내일 나와라”고 김양을 유혹했다.

이어 박씨는 집을 가출한 김양을 데리고 서울, 수원, 부산, 남원 등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의심하던 김양에게는 “지금은 내가 휴가 기간이라 여행을 하고 싶다. 3월에 오디션을 보게 해주겠다”는 말로 달랬다.

하지만, 이런 박씨의 행적도 가출한 딸을 걱정한 김양 부모의 신고로 끝을 맺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의 직업은 한의사가 아닌 ‘백수’.

14년 전 소위 ‘퍽치기’ 상습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뒤 별다른 직업 없이 PC방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생활비도 대부분 찜질방이나 주차된 차량에서 훔친 시계와 카메라, 내비게이션을 팔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만난 날, 김양의 친구 2명도 박씨에게 휴대폰 등 물건을 도둑맞았다.

포항북부경찰서는 24일 박씨에 대해 미성년자 유인과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도중 박씨의 전과 등이 드러나자 인신매매나 유괴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며 “속인 박씨의 잘못이 크겠지만, 김양 또한 연예인에 대한 비뚤어진 동경이 빚어낸 철없는 행동이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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