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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약초꾼? "그저 평범한 경찰관이랍니다"

김낙현기자
등록일 2007-08-13 18:28 게재일 200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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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중부署 경비작전계 김천일경위

그의 겉모습은 여느 도사와는 다르게 그저 평범하게 생겼다.


순탄한 인생을 걸어온 여느 중년 남성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는 또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수십년을 살아온 만큼 인상 자체도 믿음직스럽다. 직장에서도 맡은 임무에 충실한 직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대목까지만 보면 그는 결코 별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도사’ 또는 ‘약초꾼’으로 부른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그가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는 동료의 사주팔자도 잘 봐주고, 아기 이름도 많이 지어줬다. 또 초능력과 기이한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자주 어울리는 사람들도 스님 아니면 ‘기 수련 도사’ 들이다. 그리고 주말이면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몸에 좋은 약초를 캐 와 동료에게 아낌없이 내 준다. 그는 직장에서 인기 최고의 ‘무르팍 도사’보다 더 신통하고, 더 재미있는 사람으로 불린다.


이런 별난 도사의 직업은 별명에 맞지 않게 경찰관이다. 대구시내에서 일어나는 시위와 집회 중 70%를 관할하는 대구중부경찰서의 경비작전계 소속 김천일(48) 경위가 그 주인공.


김 경위는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 미혼이다. 그냥 그렇게 살고 싶어 자신이 선택한 길이란다.


“하늘이 내려준 경찰관이란 직업과 결혼한 셈이죠. 나는 도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마니도 아닙니더. 평범한 경찰관으로 봐주이소.”


그가 느닷없이 던진 한마디다. 재미와 취미로 했던 일들이 주변사람들에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영락없이 도사로까지 불리게 됐으니 그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김 경위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자의 사주팔자를 봐주고 있었다.


“초능력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만난 ‘백 도사’라는 친구와 함께 무당이 혼령을 보고 정신을 빼앗기는 모습을 목격한 이후 초능력 또는 초 현상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 기 수련도 하고 신통하다는 스님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더욱더 몰두하게 됐죠.”


눈으로 보고 느꼈기 때문에 관심이 갔고, 공부를 하게 됐지만 주변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많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최근 들어 사주팔자도, 아기 이름 작명 요청도 정중히 사절하고 있다고 했다. 대신 약초에 대해 공부하고, 약초 캐는 일에 매진하고 싶단다. 본격적으로 약초 공부를 한 지도 벌써 2년. 웬만한 약초의 모양새와 이름, 효능에 대해서도 통달했다. 이제는 입소문을 듣고 그의 산행에 동참하는 동료도 많이 늘었다. 그리고 경찰서 사무실에는 아예 약탕기까지 갖춰 놓았다. 약초를 달인 물을 나눠먹기 위해서다. 동료들은 힘들게 구해 온 약초를 그냥 먹는게 미안해 십시일반으로 찻값을 낸다. 그렇게 모인 찻값은 의경대원들의 회식비로 쓰인다.


"저는 세상에 찌들어 산삼이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욕심을 부리면 결국 화를 입게 되는 게 세상 이치죠. 그저 좋은 약초 많이 캐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재미로 산에 오르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캔 더덕을 암투병중인 아주머니에게 줬더니 병세가 크게 호전됐다는 얘길 들었을 때 무척 기뻤죠."


그의 앞으로 남은 인생 계획은 이미 욕심 없는 자연을 닮아 있다.


“자연 속에서 삶을 배우고, 100년을 더 산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대신 경찰관 신분에선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일하는 멋진 경찰관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김낙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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