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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가득한 여섯 자매의 여행 이야기

등록일 2025-06-12 20:05 게재일 2025-06-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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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퍼플섬 여행 중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한 여섯 자매들. 

우리는 인연의 깊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지극한 인연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깊은 인연의 끈이 있어야 형제자매의 연을 맺게 될까? 피를 나누고 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인연은 그 어떤 인연보다 크고 깊은 인연일 것이다. 우리 친정은 모두 칠 남매다. 아들 하나에 딸 여섯. 말 그대로 딸 부잣집이다. 얼마 전에 하나뿐인 오빠가 갑자기 암 수술을 했다. 예상치 못한 일에 모두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 중이다. 그래서 가족회의 끝에 언제나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니니 갈 수 있을 때 여행을 가자고 의기투합하여 여섯 딸 모두 여행을 가기로 했다.

장소는 신안 퍼플섬으로 정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사느라 바빠 여섯 딸이 다 모여 여행을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여섯 중 넷은 인천에 모여서 살고 셋째는 백령도, 넷째인 나는 문경에 살기에 인천으로 모여서 출발했다. 퍼플섬 검색에서 보라색 옷이나 장신구 등을 하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단체로 보라색 티셔츠도 준비했다. 먼 거리라 주변 팬션에서 1박을 하고 전날 폭우가 내려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날이 맑았다. 고대 로마에서는 보라색은 귀족과 왕족만이 누릴 수 있는 색이라고 했다. 아마도 보라색이 주는 화려함과 환상적인 느낌 때문이리라. 보라빛에 대한 기대감으로 퍼플섬을 향해 가는 우리의 마음은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설렜다. 어릴 때 동화를 읽으며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보랏빛 섬에 다다랐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듯 보라색 다리를 건너며 우리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보라색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보라색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흥겨움에 젖었다. 하나의 색을 정해 섬을 명소화 시키는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벤더 정원에 다다르자 세상이 온통 보랏빛으로 가득한 것 같았다. 보랏빛 라벤더의 행렬에 왜 옛날 사람들이 보라색을 귀하게 여겼는지 알 것 같았다. 색깔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풍성한 보랏빛에 물들어 세상의 걱정거리도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어떤 인연의 끈으로 여섯 자매로 세상에 오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여행을 통해 참 소중한 것이 핏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에서 만난 그 어떤 친밀한 관계라도 혈육의 정만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일 년에 한 번은 시간을 맞춰 여행을 다녀오자고 약속했다. 각자 흩어져 서로의 삶을 살기에 바쁜 요즘이지만 여행만큼 돈독해지는 기회도 없다. 모두 건강해서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멋진 곳이 우리를 기다릴까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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