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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멘(The Omen)

김정호기자
등록일 2006-05-19 18:26 게재일 200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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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멘 The Omen (1976 리차드도너)


지난 1999년 세기말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갖가지 흉흉한 소문들이 나돌았다.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거나 적그리스도가 나타난다는 소문과 함께 컴퓨터 오류로 세상이 ‘다운’된다는 흉흉한 말들이 나돌았다.


이중 가장 유명한 소문은 성경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요한 계시록에 나와 있는 ‘적그리스도’에 대한 공포다.


지난 1976년 이 적그리스도의 출현과 그로 인해 서서히 붕괴돼가는 세상을 가상한 영화 ‘오멘’이 등장해 ‘엑소시스트’와 함께 세계 공포영화계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


당시 우리에게는 생소했던 적 그리스도에 대한 내용이 썩 이해되기는 힘들었을 테지만 악마의 아이가 태어나 부모를 비롯해 모든 장애물들을 처리하는 부분에서 우리 언니 오빠들 또한 오금이 저렸을 터.


게다가 유교적 가치관으로 똘똘 뭉쳤던 군사정부 당시 어린 아이로 인해 부모가 죽어나가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훗날 ‘리셀웨폰’이나 ‘구니스’ 등으로 즐거운 세상을 선사했던 ‘리차드도너’감독은 명랑사회 구성 전 가장 어두운 세상을 맛보게 함으로써 나중에 만들어지는 그의 작품이 더욱 빛나게 하는 ‘명랑기법’을 도입했다.


본 영화는 감독의 훗날 작품만 아는 젊은 세대에게는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적그리스도는 2천여년 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지구별에 내리신 구원자와 반대되는 역할을 하는 인물로 타락천사 루시퍼의 직계 아들 즉 ‘어둠의 왕자’다.


물론 그에게도 아내 릴리즈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 우글거리지만 ‘어둠의 자식’이다 보니 자외선이 강력한 이 땅에서는 생존할 수 없었기에 속칭 ‘스페셜 에디션’을 만들어 낸 것.


영화는 그의 이 특이한 아들의 유혈이 낭자한 성장기를 담아 성경에 유난히 익숙한 서양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던짐은 물론 자신들 문화권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가상의 이야기를 바라보게 만들어 ‘공포’를 선사했다.


이와 함께 무려 4편까지 제작되면서 악마의 아들이 세상을 지배해 가는 과정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대기업과 정치권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자본주의에 찌들어 살아가다 결국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현대인의 우울한 초상을 투과시키고 있다.


최근 이 영화의 리메이크 판인 ‘오멘 666’이 곧 개봉에 들어간다.


아마 리메크판은 최신 기법의 영상으로 관객의 엔돌핀을 사정없이 제거할 것이다.


그러나 ‘흉조’라는 뜻의 본 영화 오리지널 판이 가진 우울한 매력과 희망이 전혀 없는 어두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에 있어 70년대 필름판을 능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서서히 여름을 향해 달려가는 6월, 서서히 공포영화의 계절로 달려가고 있는 6월, 팔다리가 날아다니고 선혈이 낭자한 슬레셔 무비를 보느니 분위기로도 인간을 앞도 할 수 있음을 체득하고 싶은 관객에게 꼭 권장할 만한 영화다.


/김정호기자 k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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