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무릎 안으로 더 붙이고! 오른쪽 어깨는 왼쪽과 수평을! 오른팔은 쭉 뻗어야지! 하나! 둘! 하나! 둘! 그렇지! 이제 전력질주야, 더 힘껏! 더 빨리! 대충대충하면 세바퀴 더 돕니다.”
28일 밤 10시30분 포항시 형산강변 체육공원에서는 제43회 도민체전 포항시 대표로 선발된 인라인 선수 8명이 칠흑같은 어둠을 가로등 불빛으로 쫓은채 맹훈련을 하고 있었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신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지친 기색이나 불만 섞인 모습은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김근수 코치의 지도를 제대로 따라하지 못한데 대한 미안함으로 한번 더 자세를 잡아보는등 진지함으로 일관했다.
이색적인 것은 40세를 훌쩍 넘어 보이는 시민 20여명이 인라인 복장을 한 채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며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들은 포항시 대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과 같은 동호회 회원들로서 인라인 무료강습을 받고 있는 셈이었다.
김재민, 정준희, 김영택, 신종혁, 최호열(이상 남자), 서미경, 김태희, 김은정, 이지영(이상 여자)등 포항시 인라인 대표로 선발된 선수는 모두 순수 아마추어들이다.
지난 3월 인라인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선수 선발을 했으며 이때부터 매일 오후 8시30분부터 11시까지 열심히 훈련에 매진해 왔다.
인라인이 좋아 동호회에 가입한 선수들인 만큼 열정 하나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서미경, 김태희 선수는 38세의 비교적(?)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줌마는 강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칠줄 모르는 파워를 과시하며 가장 열성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김근수 코치는 “전문 인라인 선수가 아닌 직장인과 주부들로 구성하다 보니 밤늦게 훈련할 수밖에 없는데 고되고 힘든 훈련과정을 말없이 잘 따라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열정과 자부심, 팀워크가 좋다 보니 짧은 훈련기간에도 불구하고 자세교정은 물론 기록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5천m를 한번도 쉬지 않고 완주할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서미경 선수는 “인라인이 좋아 동호회에 가입했고 포항시 대표로까지 선발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나 남편과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다”며 “나 자신은 물론 포항시 명예를 위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모든 불편을 감수한채 말없이 지원해준 남편과 자녀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성적을 거둘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늦은 시간에 훈련장을 자주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는 신재천 포항시 인라인협회장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선수와 코치가 혼연일체가 돼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것을 보니 협회장으로서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한 점이 미안할 뿐”이라며 “비록 동호회 회원들로 구성됐지만 자부심과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올해 도민체전에서는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있다”고 선수들에 대한 대단한 믿음을 보여줬다.
/권종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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