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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서 판다를 본다?

우정구 논설위원 판다는 중국을 상징하는 대표동물이다. 멸종 위기에 놓여있는 만큼 국가서도 국보급 대접을 한다. 최근 청두시를 방문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고급 빌라에서 먹고 자는 판다의 모습을 보고 “사람 팔자보다 더 낫다”고 한 말은 판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예우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중국은 과거부터 다른 나라와 우호관계를 표시할 때 판다를 선물로 했다.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이용한다고 해 판다외교라 부른다. 당 태종 때는 판다 2마리를 일본에 기증했다는 설도 있다.2000년 전 한 문제 무덤에서는 순장한 것으로 보이는 대왕판다의 뼈가 출토돼 고대부터 중국은 판다를 특별한 동물로 여겨왔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중국 쓰촨성과 산시성, 허난성에 걸쳐 있는 진령산맥은 판다의 주 서식처다. 고대에는 중국 남부지역과 베트남 등지에도 자생했으나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지금은 개체가 크게 줄었다.판다의 수명은 야생에서는 약 14∼20년 정도이나 동물원에서는 30년 정도 산다고 한다. 지능은 약 60∼70 정도로 다른 동물에 비해 우수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람을 부릴 줄 안다.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으면 구르거나 나무들을 파헤치는 등 떼를 부린다.다만 사육비가 한해 수십억원이 들고 중국 정부가 허용해야 데려올 수 있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문제다.판다가 대구에 올 수 있을지 많은 시민이 궁금해한다. 청두시를 다녀온 홍 시장이 “중국 정부와 협의해 대구에 판다를 데려오도록 하겠다”고 말한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홍 시장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대구청사에서 만난다. 판다 관련해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이 쏠린다. 과연 판다는 대구와 연을 맺을까?/우정구(논설위원)

2024-05-26

대구의 개방성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는 오래전부터 분지형 도시로 소문나 있는 곳이다. 분지란 산지로 둘러싸인 평평한 지형을 두고 하는 말인데 대구는 분지형 도시의 대표적 도시로 손꼽힌다.그러면서 분지형 도시에 덧붙여 대구를 폐쇄성이 강한 도시라고 얘기하는 이가 많다. 분지형 지형과 도시 폐쇄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들을 수 없다.지리학자들은 70%가 산지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도시가 형성된 상당수 지역이 분지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대표적 도시로 서울을 꼽는다. 도시의 폐쇄성과 분지라는 지형과는 이론적으로 상관관계가 없다는 뜻이다.그런데도 여전히 대구를 정치성향 등과 비교해 폐쇄성이 강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도시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좀 더 개방적 도시로 바뀌어야 대구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대구시가 내년부터 신규 공무원 임용시험 시 적용하던 거주 조건을 폐지했다. 지금까지 대구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면 응시자가 시험일 현재 대구시에 거주하거나 과거에 3년 이상 대구에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전국 광역시도가 공통으로 적용하던 거주 조건인데 대구시가 가장 먼저 이를 폐지한 것이다.이에 대해 대구시는 지역의 폐쇄성 극복과 공직사회의 개방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전국 각지에서 인재가 유입되고 공직사회의 다양성과 경쟁력이 확보되는 계기가 될 거라고도 했다.홍준표 대구시장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대구굴기(大邱5D1B起)다. “대구가 다시 힘차게 우뚝 일어난다”는 뜻이다. 전국 3대 도시 명성을 되찾는 굴기에는 개방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조치는 그런 점에서 잘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5-23

5월 23일은 일본의 ‘키스 데이’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키스(Kiss)란 상대의 신체 일부에 입을 맞춤으로써 사랑, 존경, 우애를 표현하는 행위다.가톨릭 최고 성직자 교황은 자신이 거주하는 바티칸 시국을 떠나 외국을 방문할 때면 비행기에서 내려 땅에 입을 맞추기도 한다. 이는 방문국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성스러운 입맞춤으로 이해된다.유명한 키스는 또 있다.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여름.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남성 해군과 여성 간호사가 키스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은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된 인간의 희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20세기 사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일 터.비단 교황의 키스와 종전(終戰)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키스만이 아름다운 건 아니다. 엄마와 아기의 뽀뽀, 막 연애를 시작한 젊은 커플의 정열적 키스, 존경의 뜻을 담아 스승의 손등에 하는 입맞춤 모두 나름의 숭고한 의미를 담고 있을 게 분명하다.5월 23일은 일본의 키스 데이다. 유래가 재밌다. 1946년 5월 23일.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제목은 ‘20살의 청춘(はたちの9752春)’. 거기 일본 영화 최초의 키스신이 촬영돼 담긴다. 당시는 일본인들이 적극적 애정 표현에 서툴던 시대. 그렇기에 영화 속 키스 장면을 보며 가슴 설렌 관객이 적지 않았고, 그날을 기념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1년 중 특정한 하루를 지정해 ‘무슨무슨 데이’라고 칭하는 게 익숙한 시대다. 키스 데이 역시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한국에는 키스 데이가 없냐고? 물론 있다. 오는 6월 14일이다. 그러나, 그날을 기다려 키스를 아낄 필요가 있을까. 애정 표현은 자주, 그리고 많이 할수록 좋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5-22

영부인(令夫人)

우정구 논설위원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는 대통령이나 수상 등 국가 최고 실권자의 아내를 호칭하는 말이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영부인이다. 대통령의 아내가 유고 시에는 대통령의 딸이나 누이 등이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맡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부인과 결혼생활을 끝냈을 때 그의 딸이 영부인 역할을 맡았다. 우리나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내 육영수 여사가 총상으로 사망하자 딸인 박근혜가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다.영부인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아내를 높여 호칭하는 말이다. 남의 자식을 높여 부를 때 우리는 영식, 영애라고도 부른다.대통령 부인에게는 특별히 주어진 권한은 없다. 그러나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나란히 하는 존재로 인식되기에 국민의 관심이 항상 뒤따라 다닌다. 과거 영부인들을 살펴보면 역할도 제각각이다.박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는 내조형이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에 항상 앞장서면서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희호 김대중 전 대통령 영부인은 전략적 내조형으로 통한다. 2002년 유엔총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도 했다.영부인에게는 권한은 없으나 그들의 역할에 따라 평가는 다양하게 나온다. 그들의 행동이 대통령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두고 외교냐 관광이냐를 두고 뒤늦게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사실 여부를 떠나 대통령 영부인의 처신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과거 경험으로 보아 영부인의 내조는 몸을 낮추고 대통령이 미처 못하는 그늘진 곳을 찾는 봉사활동이 국민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5-21

한동훈의 책읽기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오렌지색 이어폰을 귀에 꽂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낯익은 중년 사내 하나가 카메라에 잡혔다. 어린아이건 나이를 먹은 사람이건 독서는 비판받거나 힐난 받을 행위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칭찬의 대상이 될 일이지.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서울의 한 도서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편안한 복장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의 제목이 뭔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인지를 보도하는 기사는 나쁠 것 없었다.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한 전 위원장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이 마구잡이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 입에 담기 낯 뜨거운 욕설도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직장 잃고 집에서 쫓겨난 노숙자의 폼 잡기 같다”란 반응엔 할 말을 잃게 된다. 책읽기는 실직하고 아내에게 구박받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인가?2차대전 시기 연합군의 최고위급 장교이자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890~1969)는 이런 말을 남겼다.“책을 태우는 사람들과는 말도 섞지 말라. 오류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은폐함으로써 오류 자체를 은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도서관에서 모든 책을 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이 짤막한 문장엔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세계와 인간의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한 가장 유효한 방법은 ‘책읽기’란 뜻이 담겼다.‘책은 사람이 만들지만, 그 사람을 만든 건 책’이라는 이야기에 고개 끄덕일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 이미 인류의 역사를 통해 증명됐으니까. 그러므로 한동훈의 책읽기에는 죄가 없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사람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도 마찬가지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5-20

대구백화점 80년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백화점이 창업 80년을 기념해 특별사진전을 열고 있다. 대백프라자에서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대구백화점 80년과 대구 중구 100년의 기록 사진들이 전시된다.지역 유일의 향토백화점으로 80년을 이어가고 있는 대구백화점의 과거 모습들과 대구 100년의 모습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사진전이다.1944년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잡화류를 주로 파는 대구상회로 출발한 대구백화점은 대구경제 성장사를 이야기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대구역사의 증인으로 등장한다. 현대,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 백화점들의 대구지역 공략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킨 향토 백화점으로 대구를 상징하는 백화점으로 소개된다.대구백화점을 두고 한 대학교수는 “대구백화점은 생존 그 자체만으로 칭찬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자본력으로 밀고 들어온 대기업의 지역시장 진출에도 향토 백화점으로서 존재감을 유지한 데 대한 칭찬의 말이다.지금은 폐쇄됐으나 동성로 소재 대구백화점 본점은 동성로를 대구 중심 상권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1969년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백화점 건물을 짓고 대구 최초 정찰제 판매를 시작한 대구백화점은 동성로를 젊음과 패션의 거리로 전국적 명소로 만드는 데 기여한 공로가 크다.대기업의 지역 진출에도 대구백화점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지역민의 관심과 사랑이다. 전국에서 향토 백화점이 유지되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향토 백화점이란 이름으로 유지되던 모든 곳의 지방백화점은 대기업의 진출로 모두 사라진 게 현실이다.창업 80년 맞는 대구백화점의 저력이 지역의 100년 장수기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5-19

무자식 상팔자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명심보감에 “하늘은 사람에게 저마다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나게 한다”(天不生 無祿之人)는 말이 있다. 지금보다 먹을 것이 훨씬 부족했던 시절에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수는 없다. 산아제한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이라 태어난 자식을 소중히 잘 키워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하면 좋을 듯 하다.유교 문화가 널리 퍼졌던 동양권의 나라에서는 부귀다남(富貴多男)이 최고의 행복 가치다. 잘먹고 잘살며 자식이 많아야 하며, 특히 아들이 많으면 다복하다고 생각했다. 대가족 중심사회의 핵심인 혈연중심 사고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보인다.우리나라는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1960년대부터 산아제한 정책을 시작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는 구호가 등장했던 시절이다. 1970년대 들어서는 “자녀 둘만 낳자”고 했으며 1980년대는 한 자녀 정책으로 바뀌었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란 구호가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산국으로 전락한 지금의 우리 처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은 자식이 없어 오히려 걱정이 없어 편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말과 맥이 통하는 말이다. 자식이 많으면 걱정으로 편한 날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딩크족이란 부부가 맞벌이하며 자식을 의도적으로 가지지 않는 가정을 말하는데 1980년 후반 미국에서 등장한 가족 형태다. 우리나라에도 번져 저출산국으로 전락하는데 일조하는 형태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25∼39세 맞벌이 부부의 무려 36%가 무자녀란 통계가 나왔다. 무자식 상팔자 시대가 온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5-16

다베이 준코, 에베레스트에 오르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이건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또는 “난 여자라서 이런 건 못해”라는 말이 우스워진 시대가 됐다. 남성 혹은, 여성만의 고유한 영역이란 이제 한국사회에 거의 없다. 금녀의 벽은 이미 무너졌다.육해공군 사관학교의 수석 입학자와 1등 졸업자 중에도 여성이 있고, 육중한 공격용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여성 장교도 생겨났다. 더불어 섬세한 감각과 미적 완성도를 요구하는 고급 요리 시장에서 주목받는 남성 요리사도 흔전만전인 세상이다.하지만, 49년 전엔 그렇지 않았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가파른 절벽에 매달리는 일, 여성이 목숨을 걸고 지구 위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오른다는 건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바로 49년 전 오늘인 1975년 5월 16일. 일본의 36세 주부 다베이 준코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산에 올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조그만 체구와 약한 체력이 콤플렉스였던 여자. 그러나, ‘어떤 산이라도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디면 못 오를 정상이란 없다’는 다베이 준코의 신념은 “여자의 힘으론 난공불락”이라던 8848m의 세계 최고봉보다 높았다.그녀의 도전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1981년엔 몽블랑과 킬리만자로, 이후엔 알래스카의 매킨리와 남극 빈슨 매시프에도 오른 다베이 준코는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완등(完登)한 최초의 여성’으로 역사에 기록됐다.힘겨움과 고통을 이기고 끝끝내 목적한 바를 이루는 열정과 에너지를 남자만 가졌을 리가 없고, 여자만이 독점할 까닭도 없다.다베이 준코를 떠올리며 ‘양성평등의 길’을 함께 걸어갈 젊은이들의 미래에 박수를 보내고픈 날이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5-15

대구시장과 의협회장의 난타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광역시장이나 도지사는 ‘도백(道伯)’으로 불린다. 대구광역시의 인구는 대략 237만 명. 홍준표는 그 도시의 도백이다. 또 다른 명칭으로 부르자면 ‘오십만호장(4명을 1개 가구로 환산한 수치·50만 가구를 통치하는 수장)’쯤. 칙령(勅令)이 아닌 시민의 선택으로 오른 자리이니 역할은 더 크고, 책임은 보다 무겁다.임현택은 이 나라 의사협회장. 수십 억 자산을 가진 강남의 부모들을 포함한 한국 아버지·엄마 다수가 제 자식을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의사들의 상징적 우두머리다. 자신의 말이 가지는 무게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최근 이 둘이 인터넷상에서 주고받은 설전을 본다. “한 나라의 흥망은 그 나라 언어의 흥망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그리스 철학자의 말을 가져다놓을 것도 없다. 둘 모두 정제되지 못한 거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한다.임 회장이 “돼지 발정제로 성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고 시장을 하는 것도 기가 찰 노릇… 그러니 정치를 수십 년 하고도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 하니, 홍 시장은 “더 이상 의사 못하게 그냥 팍 고소해서 집어넣어 버릴까보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니 별 X이 다 나와서 설친다”고 받았다.국가의 수준은 그 국가를 이끄는 자들의 어법과 무관치 않다. 여론을 선도한다는 세칭 ‘오피니언 리더들’은 ‘국격(國格)’을 입버릇처럼 말한다.묻고 싶다. 위에 인용한 막말이 국격을 높이고 있나? 자신들의 인격을 의심하게 하는 언사는 아닌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독일 사람 마르틴 하이데거가 쓴 문장이다. 대구시장과 의사협회장, 두 사람에게 던지는 질책 같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5-13

추경호의 사즉생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 달성에서 3선을 한 추경호 의원이 집권 여당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새로 선출됐다. 그는 선출 소감으로 “사즉생 각오로 독배의 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22대 국회가 마치 전쟁터 같음을 예상한 발언이다.또 그는 영남당이란 이유로 “TK출신이 맡아선 안 된다”는 당내 비판에도 출마함으로써 당내에서의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다. 원내대표로서 역할을 잘하지 않으면 영남권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가 사즉생을 꺼낸 것도 당내외의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사즉생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저술된 것으로 전해지는 ‘오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원전에는 “필사즉생 행생즉사(必死則生 幸生則死)”로 돼 있다. “반드시 죽으려 하는 자는 살고 요행히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는 뜻이다.우리한테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명랑대전을 앞두고 병사들에게 일갈한 내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오자병법’에 기록된 이 말이 수천년 전해져오면서 시대를 넘어 널리 사용된 것은 말의 무게감이 그만큼 큰 탓이다. 조선시대 무사들 사이에서도 널리 쓰였다고 전해지니 장수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적합했던 모양이다.영화 명랑대전에서 이순신은 비장한 각오로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살고자 하는 자가 있다니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나는 바다에서 죽고자 이곳을 불태웠다. 더이상 살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목숨에 기대지 마라.”22대 국회가 열리기도 전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거대 야당의 독주가 예사롭지 않다. 추 대표의 사즉생은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전쟁터의 장수와 심정이 같다는 뜻이다. 추 대표의 비장함을 느끼게 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5-12

경주 월정교(月精橋)

우정구 논설위원 남천이 흐르는 경주의 월정교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얽힌 설화 속의 장소다.원효대사가 파계를 각오하고 요석공주와 연을 맺으러 일부러 강물에 뛰어든 곳이 바로 남천(당시는 문천)이다. 요석공주의 아버지 태종무열왕은 원효의 기이한 행동을 알아채고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인물이 신라 문자인 이두를 고안하고 신라 10현의 하나로 꼽히는 설총이다.월정교는 1984년부터 복원을 위한 자료수집과 고증작업을 벌였으나 2018년에야 복원사업이 완료된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통일신라시대 35대 경덕왕 18년에 지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신라 왕궁이 있는 월성과 건너편 남산을 연결하는 다리다. 조선시대 들어와 유실된 것을 고증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완공했다.길이 66m, 폭 13m, 높이 6m로 양끝에 문루(門樓) 두개 동이 세워져 있다. 워낙 오래된 다리인 데다 고증자료만으로 원래의 모습을 복원하기가 쉽지 않아 현재의 모습이 당시와 얼마나 닮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다만 신라 천년의 도시 경주시의 역사성을 재현하고 관광상품을 늘린다는 취지가 복원의 학술적 목적보다 앞섰다는 평가다.경주에는 역사성을 배경으로 야경 명소로 꼽히는 곳이 여럿 있다. 동궁과 월지, 금장대, 첨성대, 월성 등이 있으며 월정교도 그 중 하나다. 고풍스럽고 예쁘게 단장한 월정교에서 바라본 경주의 모습에서 신라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경주시가 2025 APEC 정상회의 국빈공식 만찬장으로 월정교를 추천했다고 한다. 월정교의 역사성과 아름다움, 스토리 등으로 볼 때 손색이 없는 장소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5-09

‘아침이슬’ 그리고, 김민기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아침’과 ‘이슬’이란 2개의 보통명사로 ‘아침이슬’이란 고유명사를 만든 사람이 있다.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로 요약되는 197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이름 김민기(73).작곡가이자 가수, 공연연출가이자 시인에 필적하는 수준의 노랫말을 쓴 작사가인 김민기의 아우라(aura)는 반세기의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빛난다.“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으로 시작해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로 끝을 맺는 ‘아침이슬’. 삶의 무게가 힘겨워 울고 있는 젊은이들에겐 성가(聖歌)와 같은 숭엄함으로 위로를 전했고, 자신과 더불어 공동체를 아끼며 살고자 결의했던 이들에겐 총알보다 더 강위력한 변혁의 무기가 돼주었던 노래다.‘아침이슬’의 작사·작곡자인 김민기가 아픈 모양이다. ‘위암 투병 중’이라는 기사가 경향 각처의 신문에 오르내린 게 올해 이른 봄. 미디어와의 접촉을 꺼리는 김민기의 성향 탓에 병세가 어떠한지는 소수의 사람들만 안다고.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엔 김민기와의 추억담을 털어놓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마치 곧 이별할 사람과의 기억을 반추하듯.2018년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TV 화면에 등장해 아나운서 손석희와 인터뷰를 한 김민기는 이런 말을 했다. “노래의 주인은 그걸 부르는 사람들이지요.” 1987년 6월. 항쟁의 거리에서 ‘아침이슬’을 합창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단다. 과연 김민기다웠다.그가 병마를 이겨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면식은 없지만 이 나라 중년 모두는 청춘의 어느 한 부분을 김민기에게 빚지고 있으므로./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5-08

행복한 어린이

우정구 논설위원 어린이날을 맞아 각 교육기관 등이 어린이와 관련한 설문을 조사해 보면 그 내용에 공통점이 있다. ‘가족과 사랑’이 공통의 단어로 등장한다는 점이다.예컨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대해 질문했을 때 어린이들은 ‘가족과 함께 있을 때’를 가장 많이 대답한다.또 ‘어린이날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에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기’. 부모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사랑’이란 단어가 제일 많다.어린이들은 각종 설문조사에서 행복의 조건을 손꼽으라 하면 ‘화목한 가정’을 가장 먼저 말한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했다. 천진난만하고 깨끗한 동심에서 어른들은 배울 게 많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어른을 닮아가니 어른들이 솔선해 모범적 생활을 하라는 의미로도 풀이한다.최근 교직원노동조합이 어린이날을 맞아 초등학생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초등생 10명 중 6명이 거의 놀지 않거나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논다고 대답했다. 그 외 시간은 학원과 학습지, 온라인 학습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우리나라는 사교육비 지출은 GDP 대비 압도적 세계 1위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8.3%다.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7.2시간, 특히 초등생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은 85.2%로 10명 중 약 9명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OECD 국가 중 우리 어린이의 행복지수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는 수치다. 1년 365일을 어린이날처럼 보낼 수 있는 우리사회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5-07

술까지 끊게한 모정(母情)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최근 할리우드발 흥미로운 가십 하나가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신부들의 전쟁’ 등의 작품에서 호연을 펼쳐 한국 영화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앤 해서웨이(42)가 5년째 금주 중이고, 여덟 살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는 “술잔 들 일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뉴욕타임스와 ABC 등 미국 유수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고백한 바 있다. 과거 앤 해서웨이는 술 탓에 일상생활이 지장을 받을 정도의 주당(酒黨)이었다. 대학 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신 술. 배우 생활을 하면서 주량은 더 늘어났고, 그 음주 습관은 전도유망한 여배우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그랬던 앤 해서웨이가 “아직은 아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나이다. 아들이 대학에 가면 다시 술을 마시겠다”고 했다니 모정이 술을 이긴 것이다.‘모정’이란 단어가 나왔으니 떠오르는 또 다른 한 장면. 케이트 윈슬렛(49)은 영화 ‘타이타닉’을 통해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오른 영국 여배우. 수십 만 파운드짜리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시상식장을 드나들던 그녀가 아들을 등에 업은 꾀죄죄한 모습으로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찍혔다. 화장도 하지 않은 맨얼굴에 낡고 헐렁한 면바지를 입었음에도 등에 업힌 아들 조 알피를 돌아보며 세상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엄마의 행복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같은 무게의 황금을 준다 해도 아들을 금과 바꿀 어머니는 없다”. 중국 속담이다.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 가정의 일상이 행복하게 유지되는데 모정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새삼 거론하는 건 바보짓이다. 부엌에서 아침 짓는 어머니의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면 좋을 날이 내일이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5-06

선관위 채용비리

우정구 논설위원 동양에 복마전(伏魔殿)이라는 고사가 있다면 서양에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전설의 이야기가 있다. 출처는 다르지만 악(惡)을 담아놓은 전각이나 상자의 문을 열면서 인류의 비극이 시작됐다는 내용은 비슷하다.수호지에 등장하는 복마전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다. 열지 말아야 할 전각의 문을 열면서 마귀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세상에는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는 악의 근거지라는 뜻으로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을 부를 때 보통 복마전이라 한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 상자는 인류의 모든 악과 재앙을 담은 상자다. 그 상징성 때문에 비리나 부정, 음모가 있는 곳을 가리킬 때 보통 판도라 상자라고 부른다. 복마전과 비슷하게 부정부패가 상징되는 곳에 사용되는 말이다.중앙선관위와 전국선관위의 채용비리를 보면서 많은 국민이 공분을 하고 있다. 10년 동안 1200건이나 되는 채용비리가 저질러졌음에도 단 한차례 문제도 삼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특히 선관위 고위직 자녀를 세자로 호칭하는 등 특혜채용 사실이 내부적으로 공공연한 비밀이었을텐데도 묵과돼온 사실은 이해할 수가 없다.전문가들은 부정부패 원인을 몇 가지 차원에서 접근한다. 도덕적 접근법, 사회적 관습의 결과, 또는 제도적 결함 등으로 분석한다. 여기서 선관위의 채용비리는 도덕적 규범의 붕괴에 가깝다.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라는 사실을 잊고 권한이 자신의 것인양 착각하고 남용하는 윤리적 가치관의 몰락을 뜻한다. 부정부패의 분위기가 조직 내에 스며들면서 끝내는 본인 스스로도 물들어 가는 과정이다. 복마전의 선관위 비리에는 일벌백계가 답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5-02

누가 하마스(Hamas)가 되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의 이스라엘 영토 습격으로 촉발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의 비극이 지속되고 있다. 휴전과 개전(開戰)의 지루한 반복은 전쟁의 직접 당사자인 이스라엘 군인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아닌 어린이와 여성 등 무고한 희생자를 낳고 있는 형국. 미국 등이 종전을 위한 협상을 종용하고 있으나, 이미 100년 가까이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다퉈온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화해가 쉽사리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인을 자신들의 영토를 강제 점령해 냉혹한 감시와 폭력을 휘두르는 상종하지 못할 이민족으로 인식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감정도 최악이다. 농장을 침탈해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인 하마스를 ‘세상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마’로 보고 있는 것.‘신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군대’로 해석될 수 있는 하마스는 1987년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압제에 반대하는 봉기를 일으키며 태동한 무장단체. 설립자인 아흐마드 야신(1936~2004)은 이스라엘로부터는 “군인과 민간인 가리지 않고 테러를 지시한 악마의 우두머리”로 비난받지만, 팔레스타인은 그를 “우리 민족의 해방을 주도한 지도자”로 추켜세운다. 안중근이 한국인들에겐 의사(義士)지만, 일본 군국주의자에겐 테러리스트로 인식되는 것과 마찬가지.그렇다면 대체 누가 하마스가 되는 걸까? 7개월의 전쟁에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사망했다. 목이 부러져 죽은 일곱 살 여동생의 시체 앞에서 열두 살 오빠가 절규한다. “빨리 커서 이스라엘과 싸우는 하마스가 될 겁니다.” 이 아이를 ‘악마’라고 함부로 부를 수 있나? 종교와 인종이 야기한 반목이 서글프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5-01

책 안 읽는 사회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의 최고 부자들은 독서광이다. 주식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록펠러, 카네기, 일론 머스크 등 엄청난 부를 이뤄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이들은 모두 책벌레라 불릴만큼 독서광이다.워런 버핏은 “당신은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명언을 던지면서 책읽기를 권한다. 그는 그의 스승으로 통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19세 때 독파하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책 읽기를 좋아한 세종대왕의 일화도 있다. 세종이 왕자 시절 책에 병적으로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이를 걱정한 아버지 태종이 세종 처소에 있던 모든 책을 치우기까지 했다고 한다.조선시대 22대 정조대왕은 독서대왕이라는 별명이 있다. 책을 완전히 외울 때까지 읽고 또 읽어 책 구석구석에 어떤 구절이 있는지를 줄줄 외웠다고 한다.소크라테스는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고도 했다.동서고금을 통해 책은 모든 이의 스승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아무리 발달을 해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사회 진전은 어렵다. 책에서 얻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인간관계 해결 능력 등은 기계가 인간만큼 할 수 없다는 것이다.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종합독서율은 43%로 1994년 이래 역대 최저다.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이 독서 분위기를 저해하기 때문이라 한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30

패륜과 유류분(遺留分)

홍석봉 대구지사장 지난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숨지자 1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던 어머니가, 돌연 유산을 나눠달라며 나타났다. 구하라의 오빠와 가족은 키워 준 것도 아니고 고인에게 해 준 것도 없는데 유산을 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소송 끝에 어머니는 유산 일부를 받았다. 당시 민법상의 유류분 제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20대 국회에서 ‘구하라법’이 발의됐다.‘유류분(遺留分)’ 제도는 국내 민법이 처음 제정됐던 1955년에는 없었다. 1977년 도입됐다. 장남이 유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했다. 배우자와 자녀, 형제자매까지 유산을 나누는 비율을 법으로 정했다.헌법재판소가 47년 만에 유류분 제도의 일부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 폐지하고, 일부는 법을 고쳐야 한다고 결정했다.패륜 행위를 한 사람에게 유류분 권리를 상실시키고 반대로 ‘독박간병’과 같이 돌아가신 분을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에게는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패륜아까지 유산을 나누는 건,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국회의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 유류분권 상실 사유를 빨리 법제화 해야 한다.유류분은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유언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미국도 대부분의 주에서 유류분과 유사한 ‘유족부양청구권’을 인정한다.평균 수명과 1인 가구의 증가 등이 유류분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반면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는 보장받게 됐다. 시대 흐름이다.유류분 소송은 지난해에만 2000건을 넘었다. 상속 다툼을 벌이다 소송까지 가고 결국은 가족의 연을 끊는 경우가 허다하다. 패륜의 끝은 소송과 절연인 셈이다. 일생에 한번 이상은 겪는 상속, 잘 풀어야 한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4-29

맹견 사육허가제

우정구 논설위원 이달 24일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생후 15개월 된 남자아이가 맹견 핏불테리어 2마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이 사고는 마을 외딴 이층집 마당에서 일어났는데, 아기의 어머니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순식간에 벌어졌다. 아기의 어머니는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해당 맹견은 동물보호소로 옮겨져 안락사 여부를 결정받는다고 한다.일반적으로 맹견이라함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개를 말한다. 특정한 상황이나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여 사람이나 동물에게 심각한 위협을 주는 개다.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 해당되며 우리나라에선 동물보호법에 따라 해당 맹견이 외출시에는 반드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4년 전 서울 은평구 한 골목길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로트와일러가 산책 나온 소형 스피츠를 물어 죽인 사고가 발생했다. 스피츠는 로트와일러의 공격을 피해 견주 뒤로 숨었으나 끝내 물려 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견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줄을 이었다.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27일부터 맹견을 기르는 사람은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맹견에 대해서는 책임보험 가입, 동물 등록, 중성화 수술의 요건을 갖추도록 법을 강화했다.미국서는 개에 물려죽는 사람이 매년 500명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서도 매년 2000건 이상 개물림 사고가 벌어진다. 맹견이 아니더라도 개는 일반적으로 공격성을 갖고 있다. 맹견관리를 강화한 조치는 잘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4-28

기본소득 25만원

우정구 논설위원 기본소득이란 재산이나 소득이 많든 적든 일을 하든 안 하든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돈이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복지 개념이다.2016년 스위스는 전 국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할지 여부를 물었다. 전국민 투표 결과, 국민의 76%가 반대했다. 18세 이상 성인에게 매달 2천500 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고, 어린이·청소년에게는 650 스위스프랑(약 78만원)의 기본 소득을 나눠주자는 것인데 반대가 훨씬 많았다.스위스 국민의 반대는 지금보다 세금을 2∼3배 정도 더 내야하고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중 상당 부분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소득이 없거나 경제활동을 못하는 국민에게 기본소득은 큰 도움이 된다.그러나 어느 나라든 재정상 국가가 지속적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기는 어렵다. 또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문제다. 기본소득으로 국민이 일할 동기를 잃어버리는 문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놀고 먹어도 생활할 수 있으니 땀 흘려 일할 필요가 없다. 도덕적 해이는 당연하다.대통령과 영수회담에서 민주당은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고 한다. 포퓰리즘이라는 거센 비난에도 이를 관철하려는 야당의 기세가 등등하다. 국가 부채가 1000조를 넘어 빚을 내 빚을 갚는 국가 재정은 안중에 없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두고 “25만원의 합리적 근거를 대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가벼운 경제적 인식을 비판했다. 25만원으로 민생이 살아나기도 어렵지만 국민을 달콤한 유혹에 끌어들이는 야당의 저의가 오히려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