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산맥, 그 장엄함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 동부의 한 대학원에서 유학생들의 초대로 일주일 동안 강연과 세미나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며칠의 여유가 있어 귀국길에는 캐나다 로키산맥을 한 번 구경해 보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알프스를 본 적도, 히말라야를 본 적도 없습니다.네비게이션이 나오기 전입니다. 커다란 지도를 사서 출발하기 전에 도로를 충분히 숙지하고 떠나야 합니다. 느릿 느릿, 차창을 다 열고 캐나다의 하늘과 공기, 물소리를 즐기면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드라이브를 합니다. 얼마를 갔을까요? 밴프 국립공원까지 100마일 정도 남겨 놓은 어느 지점이었습니다. 커다란 고개 하나를 넘습니다.“아!”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내 평생에 처음 보는 거대한 산 하나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차에서 내려 숨막히는 자연의 위대함을 구석 구석 느껴보려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도 없었던 시절이라 가져간 니콘 필름 카메라로 여기 저기 사진을 찍습니다.숨이 막힌다, 눈부시다, 장엄하다, 압도적이다, 소름 돋는다, 무어라고 표현을 해야할지 알 길이 없습니다. 중학교 때 설악산으로 처음 수학여행을 가서 울산바위를 보았을 때의 감동의 천 배쯤 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밴프로 넘어가는 고개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난 그 장엄한 풍광, 압도적인 모습은 제 평생 처음 느껴본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을 맞이합니다.에드윈 마크햄은 말합니다. “그는 원을 그려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나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 나는 더 큰 원을 그려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더 큰 원을 그리는 것이 지혜로운 관계의 비결입니다. 캐나다 로키의 그 산을 만났을 때, 아마도 제 마음의 원은 지름이 쑥 늘어났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위대함을 만날 때 그 위대함을 닮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큰 바위 얼굴을 매일 보고 자란 소년이 결국 스스로 큰 바위 얼굴이 되는 것처럼.자연과 마주할 때보다 더 위대한 만남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제대로 만나는 순간입니다. 삶의 정수를 제대로 마주하게 해 주는 지혜가 내 얼어붙은 삶에 도끼처럼 내리칠 때 느끼는 전율과 감동은 우리의 원을 백배, 천배로 크게 넓혀줍니다. 그래서 이구동성으로 고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목소리 높여 외치는가 봅니다./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1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