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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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4.15 19:47
  • 게재일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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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의 출발은 남달랐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비워진 자리에 촛불민심의 압도적인 지지로 세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총선에서 과반수가 넘는 180석을 얻은 여당은 야당과 협의해 나눠 맡던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채 여당 단독으로 개혁입법들을 처리하는 위세도 보였다. 그랬던 정부여당이 하루아침에 민심이반으로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도도한 흐름은 정부여당에 큰 충격을 줬다. 급기야 지난 13일에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범국민 촛불집회에 앞장섰던 종교계와 시민사회 재야인사들마저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문재인 정권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긴급성명서를 발표한 정지강 재단법인 희망제작소 이사장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쇄신과 촛불 개혁을 위한 범시민전국연대’ 면면을 보면 모두 촛불민심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뼈를 깎는 반성과 읍참마속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겸손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회전문 인사, 내 편 인사, 5대 중대비리 인사는 안 된다”라며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청렴, 강직하고 개혁적인 새 인물을 발탁해 배치해야 한다”고 강도높은 인적 쇄신을 주문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최근 ‘현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를 물은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불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폭발한 공정성 위기’, ‘내로남불식 태도와 오만함’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와 공정성 위기를 지목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문빠’들도 현 정권의 정책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뻗대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과 관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시장이 2월 중순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기존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여당은 규제 일변도 정책이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정책 방향의 전면 혹은 일부 선회를 꾀하고 있으나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획기적인 인적쇄신이 그마나 민심을 되돌릴 절호의 기회이지만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더욱 가파르게 하락할 게 뻔하다.

촛불민심에 힘입어 일어선 문재인 정부가 촛불민심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민심은 바다와 같다. 바다는 거대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단번에 침몰시킬 수 있다. 민심의 바다에 위태롭게 떠 있는 임기말 문재인 정부가 안쓰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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