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아동극 ‘파랑새’는 행복을 찾는 틸틸과 미틸 남매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찾아온 마술 할멈이 건넨 녹색 모자를 쓰고 파랑새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얘기다. 병을 앓고 있던 할멈의 딸이 나으려면 파랑새가 있어야 하기에 그런 부탁을 한 게다. 남매는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행복의 궁전, 미래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파랑새를 구하지만, 마침내 자기들 집에서 파랑새를 찾는다.

많은 사람이 삶의 목적을 행복에서 찾는 세상이다. 본디 삶에 목적이 있을 수 없다. 운명처럼 주어진 삶의 조건을 의식하면서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살아갈 뿐. 더욱이 행복은 추상적이어서 계량하기도 힘들거니와, 사람마다 체감하는 영역과 강도도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는 행복을 입에 달고 산다. 왜 그럴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를 보고 나서 다시 행복을 떠올렸다. 영화는 20대 중반의 게으른 초등학교 교사 ‘유겐’을 주인공으로 진행된다. 부탄에서는 모든 교사와 의사가 국가 공무원이며,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제공된다. 사범대학을 마치면 의무적으로 5년 동안 교사로 근무해야 한다. 유겐이 마지막으로 발령받은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외진 루나나 초등학교다.

해발 4800미터에 위치하고, 56명 인구에 9명의 학생을 가진 루나나. 영화는 루나나에서 유겐이 맞닥뜨리게 되는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사건과 사람들을 잔잔하고 따뜻하게 풀어간다. 무엇보다도 마을 처녀 살돈이 부르는 ‘야크의 노래’와 노래에 얽힌 사연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루나나 사람들에게 우유와 고기, 털은 물론이려니와 연료로 쓰이는 똥까지 제공하는 야크. 야크는 그들에게 툰드라 유목민의 순록과 같은 동물이다.

루나나 사람들이 가장 슬퍼할 때가 야크를 잡는 날이라 한다. 티베트로 팔아넘길 야크를 잡던 촌장이 가장 아끼던 야크를 죽여야 했던 사연을 품은 <야크의 노래>. 살돈은 마을에서 가장 늙고 순한 야크 ‘노르부’를 유겐에게 주고 잘 보살피라고 한다. 야크를 교실에 데려와 학생들과 함께 있도록 하는 유겐. 마을과 사람들에게 동화되면서 유겐은 자신이 목동이라 생각하지만, 촌장은 그를 야크라고 말한다.

교실 안의 야크는 진짜 야크 ‘노르부’이기도 하고, 루나나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존중과 사랑을 받는 유겐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겐은 겨울이 오기 전에 루나나를 떠나고 그토록 열망한 호주로 이주한다. 시드니 어느 술집에서 ‘야크의 노래’를 부르는 유겐. 우리는 유겐이 언젠가 루나나로 돌아가리라고 유추할 수 있다.

촌장의 말이 폐부를 찔러온다. “부탄이 행복지수 세계 1위라는데, 젊은이들은 행복이 외국에 있다고 생각해서 여길 떠나요.” 행복을 찾아 떠난 틸틸 남매나 유겐이나 행복이 어디 있는지 훗날에야 깨닫게 되는 셈이다. 여러분은 어디서 행복을 찾고 있는지, 궁금하다. 행복은 정녕 우리 곁에, 우리 안에, 우리나라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