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영 선
평원을 달린다 나는
아직도
질주하고 있는 누우떼의 한가운데서
선두, 혹은 후진으로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면서
한가운데라고 재난이 결코 피해가지 않는
그 한가운데를 지키면서
어느 순간 덮쳐 목을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악어가 우글거리는 강을 건너
멀리서 너 역시 정신없이 뛰고 있는 모습을
생존이 그토록 몰아치는
외로운 모습을 훔쳐보면서
마음의 갈기를 날리면서
팽팽해지는 뒷다리의 근육을 느끼면서
목동에서 청량리로
청계천에서 종로로
안 보이는 초원을 찾아
아직도
초원에서 맹수의 추격에 쫓기는 누우 떼의 필사 질주를 보며 시인은 비슷한 상황을 인간에게 적용시켜 보는 것이다. 안 보이는 초원을 찾아 필사적으로 이동하는 누우 떼에게서 생명의 진지함과 간절함을 품은 역동적인 모습을 시인은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네 한 생도 푸른 초원을 향해 달리는 누우 떼와 같지 않을까. 순간순간 사생결단으로 이동해 가는 누우 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