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벼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등록일 2020.08.06 19:39
  • 게재일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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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br /><br />시조시인<br /><br />
김병래

시조시인
 

나이를 먹으니 단순하고 소박한 것에 마음이 간다. 젊은 시절에는 복잡하고 난해한 것에 더 오묘한 진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차츰 바뀌게 되었다. 물질과 현상의 이면에는 물론 아주 복잡한 물리와 화학과 수학적 법칙이 작용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모두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명(自明)하게 드러나서 보이는 것만 보고 사는 것이 순리(順理)라는 생각이다.

사람의 성격도 소탈한 것이 좋다. 가진 것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거만하지 않고 털털한 성격이면 한층 돋보인다. 쥐꼬리만 한 권세라도 잡으면 ‘갑질’을 일삼고, 아니면 허세라도 부려야 성이 차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남이 알아주지 않을까봐 초조해하는 소인배들과는 달리 돈이나 학벌이나 지위가 없어도 소박함으로 오히려 넉넉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행여 소박함을 천박함과 혼동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천양지차로 다른 말이다.


소위 ‘운동권’세력들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던 내로남불, 적반하장, 후안무치, 오만방자, 표리부동, 이중인격과 같은 말들이 버젓이 용인되고 일반화되는 전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른바 ‘대깨문’이라는 무조건적 지지층들에겐 내편이 하는 짓이면 뭐든지 옳고 정당하다는 ‘막가파’식 인식이 팽배해서 윤리나 법치도 안중에 없는 전대미문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적폐로 몰아붙인 지난 정권에는 적어도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는 일말의 양심이나 양식은 없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파탄지경인 경제에다 법치가 무너지고 안보가 위태로운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이 국민들의 의식이 거칠고 천박해지는 거라는 생각이다. 편을 가르고 진영논리에 빠져 물불을 안 가리다 보면 뒷골목 불량배들이나 다를 게 없어진다. 한 마디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천박해지고 지리멸렬해지는 걸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고 인권과 도덕성을 앞세우던 사람들의 이율배반과 자가당착적 행태에 무턱대고 동조를 하다보면 어느새 도덕적 해이와 불감증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권력을 잡다보니 갈수록 부실과 비리가 불거지고 위선과 가식의 민낯도 드러나서 총체적 난국의 양상을 보이는 실정이다. 이 정권의 국정운영이란 것이 그런 무능과 비리와 허구성의 노출을 수습하지 못하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오기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과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사람을 천박하게 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정권을 잡은 자들이 독선적인 이념을 관철시키고자 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가 우민화정책이라고 한다. 백성들이 어리석고 천박할수록 프로파간다나 포퓰리즘이 잘 먹혀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말초적이고 경망스러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정치권까지 앞장서서 천박함을 조장하는 형국이니 실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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