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청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 등록일 2020.04.06 19:56
  • 게재일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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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작가

그래도, 꽃은 피고 있다.

서로 반갑지만 그리 반가워하지 못하는 얼굴들 사이로. 새로 학교를 들어간 아이들의 설렘이나 새롭게 만나게 된 인연에 대한 예감을 쉽사리 표현하기 힘든 요즘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어김없이 꽃은 피고 있다.

생각해보면, 형편이 너무 어려워 죽을 것 같이 힘들던 시기에도, 전쟁을 겪으며 온통 세상이 끝날 것만 같은 시기에도, 꽃은 어김없이 이맘때가 되면 피었을 것이다. 그 시기 힘들었던 이들은 그 꽃을 보고 잠시나마 위로를 얻었을지, 아니면, 무참한 시간에 오히려 부아가 났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인간이 자연에 대해 노래하고 썼던 글들은 그렇게 인간이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고됨과 절망에 대비되어, 그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저렇게 ‘저만치’ 놓여 있는 자연의 무심함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연의 시간은 그렇게 인간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원리를 따라 흘러가고 있는데, 인간은 그것을 보며, 때로는 인생을 그것에 비유하거나, 때로는 훨씬 더 심하게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에 비교해 그 무심함을 탓한다.

우리가 마치 청춘의 상징처럼 생각하고 있는 ‘막막함’이나 ‘무분별함’은 어쩌면, 그러한 사고의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서구에서 오랜 기간 동안 문학이 인간과 사회의 운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뤄왔던 소위 ‘성숙한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던 것에 비해, 봄날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처럼, 가볍고 변덕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젊음을 문학의 형식을 통해 말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용기를 필요한 일이었다.

문학이 ‘청춘’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고 독자들이 그것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지금은 문학의 가장 커다란 주제 중 하나인 ‘젊음’이나 ‘청춘’의 유동성과 덧없음은 실은 근대 이후에 ‘발굴된’ 것이거나 ‘재발견된’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막나가는’, 그래서 ‘미성숙한’ 젊은이들은 존재해왔지만, 그것을 문학으로 만드는 대부분의 서사들은 결국 그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상상해왔다. 무분별했던 아이가 세상의 온갖 쓰디쓴 경험을 하고 나서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인간으로 성장하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전형적인 서사들은 결국 젊음이 갖는 독자적인 가치보다는 완성된 인간에 대한 미달형의 상태를 극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미숙한 젊음을 예찬한다는 것은 항상 주류 사회의 관점으로는 정상성에서 벗어난 위험한 ‘신드롬’으로 표상되거나 사회의 올바른 기능을 위협하는 반항적 태도로 간주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음은 예찬할 만한 가치를 갖는 중요한 문학의 주제다. 젊음의 미숙함이란 죄악이 아니라 풍요로운 감정과 감각의 산물인 까닭이다. 진중하지 못하고 끓어 넘치는,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젊음이란, 바로 짧은 순간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일회적이고, 그래서 아름답다.

물론, 이처럼 ‘청춘’의 아이콘이 된 그들의 반항은 오히려 기성 세대들에게는 청춘의 추억을 자극하는 대상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막 힘겹게 그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기억은 언제나 보정되고, 청춘의 고됨은 채색된다.

오랜만에 모처럼 서가에서 어떤 세대에게는 청춘을 상징했을 김승옥과 최인호의 책을 하나씩 꺼내본다. 김승옥이 고백하는 부끄러운 어린 시절의 자아상은 어떤 시기에는 독자들에게 바로 청춘의 미숙함을 고백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아마 지금 시기에 어린 학생들이 읽으며 위안을 얻고 있을 것들 역시 어떤 시기가 되면, 청춘의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채색될 것이다. 그렇게 인간의 시간은 조금씩 흔들리며 변화해가는 것이다.

그래도, 꽃이 피고 있다. 미숙하여 아름다울 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서로를 위로하자.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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