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서울서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

우리나라 사람에게 매운맛을 빼고 먹거리를 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까칠해진 입맛을 돋우기에 매콤한 음식만한 것이 없다. 이제 수확이 한창인 청양고추는 매운맛을 내는 주 재료로 피곤하거나 움추러진 우리의 몸에 다시 생기를 돌게 하는 묘약이기도 하다. 진녹색을 띠는 청양고추는 쌈장에 찍어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각종 요리의 감초로도 더욱 많이 쓰인다. 매운탕·된장찌개 같은 국물요리에 얼큰한 맛을 더해주고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느끼함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영양분 역시 풍부하다. 춘곤증 해소에 좋은 비타민 C 함량은 사과의 수 십 배에 달할 정도다.

전국의 고추를 재배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영양군이다. 값싼 수입산 고추가 밀려들어오고 있지만 아직은 국산 고추의 자존심을 지키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2019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을 열어 수도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전국에서도 으뜸으로 인정되는 명품 영양고추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영양지역 산간고랭지 일교차 커 고추 재배 최적
재래종 수비초, 매우면서 당도 높아 맛 조화롭고
칠성초, 과피 두껍고 말린 후 색택 우수해 ‘인기’

영양고추유통공사, 미국 FDA·HACCP 인증 등
엄격한 위생·품질 관리로 농가 소득 안정 앞장
영양군, 고춧가루 직거래 MOU 등 판매망 확대

지난해  열린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 행사 모습.
지난해 열린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 행사 모습.

◇ 고추의 역사

한국인은 언제부터 고추를 먹었을까?

고추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 전래설의 근거는 광해군 6년(1614년) 이수광이 저술한 ‘지봉유설’에서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됐다고 해서 이를 ‘왜개자(倭芥子)’라고 불렀다. 영양고추는 지역특성에 맞는 수비초, 칼초, 무덤실초 등 우수한 고추 품종으로 개량·발전 됐다. 70년대 비닐멀칭 재배, 80년대 소형터널 재배, 90년대 비가림 시설 재배, 친환경농업 재배 등의 기술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고추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전국 유일의 영양고추시험장에서는 1996년도부터 수비초 같이 지방 재래종 복원화 연구를 통해 2004년 ‘영고 4호’로 품종 등록한 뒤 전국 최고의 고추 명산지로 자리매김했다.

◇ 영양고추의 지리적 특성

영양지역은 산간고랭지로 해발이 높아 여름철 기후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서늘하며 일교차가 10℃이상으로 크고 무상기간이 비교적 길어 일조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태백산간 준고랭지대로서 완만한 구릉지를 이루고 있다. 식양토로 구성된 비옥한 토양과 지형은 고추 재배지로 적합하다. 영양군의 지질은 대부분 화강편마암과 수성암계에 속하는 것으로 경기편마암 복합체로 구성돼 있다. 고추재배지의 경토는 식양토가 대부분으로 우량 품질의 고추를 생산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월산을 중심으로 반변천의 작은 계곡들도 지나가고 있어 고온의 갈수기에도 물이 고갈되는 일이 거의 없어 균일한 고품질 고추생산에 유리한 지형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도창 영양군수가 건고추 수매장을 찾아 농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도창 영양군수가 건고추 수매장을 찾아 농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영양고추 맛의 비결

천혜의 조건에 자란 영양고추는 당질 함량이 많고 비타민A·C와 식욕을 돋우면서 지방축적을 방지하는 캡사이신 함량이 많아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되어 과피가 두껍고 색도가 좋은 것이 특징이다. 영양지역 재래종 고추인 ‘수비초’와 ‘칠성초’는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수비초(영고 4호)’는 약간 매우면서 과실의 당도가 높고 과피의 질감이 우수하며, ‘칠성초(영고 5호)’는 과피가 두껍고 말린 후 색택이 우수하다.

영양고추는 당도가 높아 덜 매운듯 매운맛이 특징이다. 영양고추의 매운맛 비결은 매콤함에 있다. 고추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하고 있지만 영양고추로서 명성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매콤한 맛에 있기 때문이다.

◇ 영양고추 재배현황

국내 고추소비 부진과 중국산 고추수입 급증에 따른 고추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경북도 내 고추 재배면적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영양군도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다가 지난해 재배면적이 약간 늘었지만 감소 추세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농가 일손 부족이 심해져 고추 재배를 하는 농가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추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장기간의 폭염에 따른 전국적인 고추 생산량이 급감했다. 군은 최근 몇 년간 농가마다 점적관수시설 확충으로 폭염에 따른 피해를 크게 입지 않았다. 생산량은 전년과 비교해 볼 때 큰 변화가 없었다. 농가에서는 물건이 없어 판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

군에서는 고추유통공사를 통한 계약재배와 기존에 확보된 판로를 활용하고 있다. 오는 27∼2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되는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 등을 활용해 판로를 확보하면 농가소득 보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고추재배 및 수확 기술 개선

최근 몇 년간 고추가격 하락에 따라 생산 농가들이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농사를 포기하면서 해마다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등 사양화되고 있는 국내 고추산업의 현실에서 고추농사가 농가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에서는 ‘고추의 본고장 영양’을 목표로 차별화되고 다양한 고추농업 정책 추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추 수확을 마치면 고추 관련 제품들의 생산∼유통∼판매까지 일원화 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설립한 영양고추유통공사를 중심으로 고추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매하고 있다. 영양고추 축제를 통해서는 도심의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차별화 된 전략으로 국내외에 불어 닥친 고추산업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양고추유통공사 작업자들이 고추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영양고추유통공사 작업자들이 고추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 유통공사의 고부가 가치 창출

군은 2006년 9월 지방공기업인 영양고추유통공사를 설립해 고추육묘장을 통한 고추 육모를 공급하고 있다. 또 계약재배와 수매를 통한 생산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시설 규모를 갖춘 영양고추유통공사는 미국FDA인증, GAP지정, HACCP, ISO2200인증 등 엄격한 위생관리와 안전한 고추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다. 영양고추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써 지역에서 생산된 고품격의 다양한 건고추와 고춧가루를 위생적으로 생산하고 있어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다.

군은 영양고춧가루의 지리적표시제 등록으로 타 지역 농산물과의 차별화에도 나섰다. 지역특산물 지리적 표시제는 1999년부터 시행, 2017년 기준 전국 103개가 등록 돼 있다. 군은 2005년 3월 고춧가루로 지리적 표시제 제5호로 등록을 했고, 타 지역 고춧가루가 혼입이 되지 않는 순수한 영양고추 가공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 영양고추의 판매와 홍보

군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업무협약 체결로 고추판매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 2016년 7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와 2017년 6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와 빛깔찬 고춧가루 직거래 MOU를 체결해 산하 지부에 직거래 망을 개설했다. 2017년 8월에는 6만 달러 규모의 빛깔찬 고춧가루를 미국에 첫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8월에는 영양고추유통공사와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도특별자치도지회 간의 직거래 판매 MOU를 체결했다.

군에서는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도특별자치도회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전역에 외식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구축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수차례에 걸친 품질 테스트 및 시장 조사를 통해 우수한 고춧가루로 인정 받은 빛깔찬 고춧가루를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거래를 하게 됐다.

지난해 8월에는 CJ제일제당(주)과 영양고추유통공사 간의 농산물 협력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영양군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농식품의 가공과 유통 등 포괄적인 부분에서 사업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군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적극적인 유통 지원과 농산물 생산 및 가공에 대한 공동 연구를 통해 상생 협력하는 등 지역 발전의 정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군, 미서부한식세계화협회, 영양고추유통공사가 농·특산물 상호협력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

1984년 전국 최초 특산물 아가씨선발대회로 시작한 영양고추 아가씨선발대회는 1987년까지 매년 열리다가 1988∼1989년 고추가격 파동으로 잠시 중단됐다. 1990년부터 2018년(제19회)까지는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다.

영양고추 아가씨선발대회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신청 참가인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다양한 재원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제14회(2008년) 대회부터 참가자를 전국 규모로 격상했다.

이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참여하는 참가자의 신청으로 명실상부한 전국대회로 부상했다.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는 영양의 대표적 농특산품인 영양고추를 통한 지역 이미지를 한껏 높이고 있다. 교통이 불편한 영양의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심리적 거리의 축소로 영양군과 영양고추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며 전국 관광객들을 영양으로 불러 들이고 있다.

오도창 군수는 “고추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영양군이 추진하고 있는 명품고추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만큼 보다 세밀하고 맞춤형 정책 추진으로 고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고추산업으로 변신을 추진하겠다”며 “고추만큼은 영양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