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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2주 이상 기침하면 `결핵` 의심하세요

결핵은 흔히 과거 소설 속 병약한 주인공들이나 앓던 질병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생활 여건이나 의료 환경이 개선되면서 비교적 결핵 환자 수도 줄었지만,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86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발병률 1위 국가다.특히 결핵은 감염률이 높아 단체 생활을 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이 원인인 공기 매개 감염 질환이다.결핵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 또는 대화 시 배출된 결핵균이 공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폐로 들어가면서 감염된다.대부분 신체 여러 부분을 침범하는데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 10%가량이 결핵을 앓는다. 이 중 5%는 2년 이내 발병한다.주요 증상은 기침, 발열, 수면 중 식은 땀, 체중 감소다. 폐결핵 증상으로는 기침이 가장 흔하고 객담(가래), 혈담(피 섞인 가래)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피를 토하는 객혈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이미 병이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질환이 점차 심해지면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고, 결핵균이 흉막이나 심막을 침범해 흉통을 느끼기도 한다.환자나 의사들은 결핵 초기 증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감기나 폐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증상 대부분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따라서 2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거나 가래가 지속되는 경우 결핵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호흡기 및 전신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면 일단 결핵을 의심해봐야 한다.의료기관에서는 결핵 진단을 위해 의학적 병력 확인에 이어 전문의 진찰, 결핵균 감염 여부를 조사한다.이때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Tuberculin Skin Test)를 시행하고 흉부 X선 촬영으로 활동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결핵균 확인은 객담 도말검사와 배양검사로 가능하다.이러한 초기 검사 결과가 결핵을 진단하는 데 부족하다면 환자에 따라 흉부 전산화 단층 촬영, 기관지 내시경 검사도 시행할 수 있다.이를 통해 결핵을 진단받으면 배양된 결핵균에 어떤 약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약제 감수성 검사와 검출된 균의 결핵균 여부를 확인하는 균 감별검사를 진행한다.결핵 치료 기간은 평균 6개월 정도다.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이종주 원장은 “모든 질병은 예방이 중요하다”며 “특히 결핵은 평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나 손수건으로 호흡기를 가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옷소매 위쪽으로 가려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 후에는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것도 감염병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이라고 설명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3-22

강가의 묘석(墓石)

오래 전에 지운 아버지의 얼굴이내 아이의 얼굴에 돋는다밤마다 강 건너에서 거칠게 흔들던몸짓이날 물리치려던 것이었는지, 부르려던 것이었는지어둔 꿈길을 막니처럼 아릿하게 거스르면겨울 천정에 얼어붙었던 철새들은그제야 낡고 깊은 날갯짓을 한다불온한 전생(全生)이 별자리를 밟고서녘으로 흐른 사이달이 지고 해가 뜨기 전의 지극(至極)이강물에 닿아 문득 시들어버린 내가잎 진 나무로 강가에 몸을 잠그면가지 끝에 옮아 피는 앙상한 길내 몸 빌려 검게 꽃 피는 아버지모두가 한 물결로 펄럭인다생은 몇 번씩 몸을 바꿔별이었다가 꽃이었다가 닻이었다가유곽이었다가 성당이었다가어제처럼 늙은 내 아이가 되는데새벽이 오는 변방의 강가에 기대어아버지와 아이의 멸망을 지켜볼 뿐나는 차마 묘석처럼 깜깜하지 못했다시인은 오래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의 아이의 얼굴에 투영되어 있음을 본다. 천년을 건너온 이 지울 수 없는 운명의 유전을 깊이 깨닫고 있다. 인생은 몇 번씩 몸을 바꿔 별이었다가 꽃이었다가 닻이었다가 유곽이었다가 성당이 된다는 시인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이렇듯 유전하는 것이 인생이다. 아버지와 나와 아이에게로 흘러오고 흘러가는 지울 수 없는 운명의 한 꼭지를 들여다본다.시인

2017-03-21

지상의 방 한칸

신림 7동, 난곡 아랫마을에 산 적이 있지. 대림동에서 내려 트럭을 타고 갔던가, 변전소 같은 버스를 타고 갔던가, 먼지 자욱한 길가에 루핑을 이고 엎드린 한칸 방, 누나와 조카 둘과 나의 보금자리였지. 여름밤이면 집 앞 실개천으로 웃마을 돈사의 돼지똥들이 향기롭게 떠가는 것을 보며 수제비를 먹었지. 찌는 듯한 더위에 못 이겨 야산에 오르면 시골처럼 캄캄하던 동네, 개천 건너 그 동물병원 같은 보건소는 잘 있는지 몰라. 눈이 커다란 간호원에게 매일 아침 붉은 엉덩이를 내리고 스트렙토마이신을 한 대씩 맞고 다녔지. 학교가 너무 멀어 오전 수업을 늘 빼먹어야 했던 집. 아니 결핵을 앓던 나를 따스히 보살펴 주던 집. 겨울이면 루핑이 심하게 울어 조카의 어린 몸을 난로처럼 안고 자던 방. 아니 봄을 기다리던 누님과 나의 지상의 좁은 방 한칸.가난하고 어려웠던 지난 시절, 이 땅 어디에선들 이러한 삶의 풍경들이 없었을까. 허물어져가는 방 한 칸, 볼품없는 생의 여건들 속에서 아이들은 해맑게 자라나고, 찌든 가난이 대물림되는 그 힘겨운 생활 속이었지만 거기엔 사람다운 따스함과 어떤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는 힘이 스며 있었다. 불편함과 결핍 속에서도 희망과 기다림이 얽혀 있었던 것이다.시인

2017-03-17

운동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공부 못 해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부모들은 흔히 아이의 학업 성적과 신체 건강을 별개로 보고 순위를 정한다. 공부 잘 하는 똑똑한 자녀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몸 튼튼한 게 우선이라고 여긴다.하지만 최근 운동하는 건강한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아이의 운동 능력과 학업 능률 연관성이 밝혀진 셈이다. 결론은, 활동적인 건강한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는 것이다.□ `생활습관병` 앓는 비율 상승중학교 1학년인 민준이는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당뇨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이 부족해서 생기는 `소아 당뇨병`이 아니다. 성인 당뇨병이다.원인은 어른들이 당뇨에 걸리는 이유와 같다. 비만과 운동 부족이다. 실제로 민준이 방에는 항상 햄버거,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들이 책상이나 침대 위에 널려 있다.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소는 적은 음식들이다.방과 후엔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거나 TV로 만화영화를 본다. 운동은 말 그대로 숨쉬기 뿐이다. 이러한 생활습관이 일찍이 당뇨를 불렀다.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생활습관병`을 앓는 어린이가 한 해 2만명에 이른다. 스트레스 등으로 만성 위장병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5만여명에 달한다.심지어 소아비만 10명 중에 한 명꼴로 지방간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적절한 운동은 학습능력 향상자녀 교육에 유별난 유대인들은 `아이들을 평생 가르치려면 맘껏 뛰놀게 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운동이 학습 효과를 향상시킨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들은 많다.미국의 초등학생 일과를 연구조사한 결과 체육시간을 늘리고 일주일에 4시간가량 공부하는 시간을 줄였더니 오히려 수학과 글쓰기 성적이 좋아졌다. 운동이 뇌로 공급되는 산소량을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고리를 강화해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아이들이 신체활동을 많이 하면 공격성이 줄어들고 정서적 능력도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케런 샤할 박사는 지역 25개 학교의 어린이 64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24주 동안 운동 프로그램과 비운동 교육 프로그램을 각각 제공했다. 운동 프로그램은 축구, 농구, 격투기, 유도 등으로 구성해 주 3회, 5시간 실시했다.24주후 아이들의 정서적 능력을 측정한 결과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자기 조절, 자기 관찰, 문제 해결, 만족 지연 등 모든 분야에서 일반 수업을 받은 학생들보다 높은 성장을 보였다.샤할 박사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운동이 있다면 그것을 마음껏 하게 해주는 것이 정서적인 성장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역도 같은 중량운동 유익세계보건기구(WHO)의 신체활동 건강지침에는 만 5~17세 어린이 및 청소년이 매일 최소 60분, 중등도 내지 격렬한 강도의 신체활동을 권장하고 있다.스페인 사라고사 대학 연구팀이 2~9세 아동 3천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6세 이하 남자 아이들은 매일 70분간 운동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나이 든 남자 아이들은 매일 80분 이상 운동을 하도록 권고했다.반면 여자 아이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그보다 짧은 60분 정도면 된다고 설명했다.수영은 심폐 능력과 유연성을 길러주며, 배드민턴·조깅·줄넘기·농구·자전거타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몸 안에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하고 심장과 폐 기능을 향상시킨다.운동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라면 학교별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교실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어린이가 역도 같은 중량운동을 하면 `키가 크지 않는다`, `관절이 약해지고 상처를 입기 쉽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제론 오히려 유익하고 반드시 필요한 운동이다.일주일에 근력운동을 2회 이상 꾸준하게 실천한 어린이의 체력은 같은 기간 동안 1회 또는 아예 안 한 어린이보다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체육 교사와 같은 전문가의 지도 아래 운동 프로그램을 따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한국건강관리협회 이근아 진료과장(가정의학전문의)은 “아이들은 쉽게 탈수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운동 전후엔 충분히 쉬며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며 “아침저녁으로 두번 나눠 20분씩 운동해도 좋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가급적 실내에서 운동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3-15

집 안 공기 오염 주범은 가스레인지

▲ 이종주 원장 한국건강관리협회대구지부일상생활 속 여성들은 각종 유해요소로 둘러싸여 있다. 평범한 여성이 하루를 보내며 접하는 화학물질은 무려 126가지나 된다. 여성의 몸은 지방과 근육 비율, 호르몬 체계가 남성과 달라 화학물질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심코 한 행동 때문에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작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대처법을 알아보자.□ 가스레인지 관리주방은 조리 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로 인해 집에서 가장 공기의 질이 좋지 않다. 가스레인지 불이 불완전 연소할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이 주방 공기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집 내부공기를 미세먼지와 유해물질로부터 지키려면 음식을 조리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가스레인지 후드를 켜고, 창문을 여는 것이 좋다.가스레인지 후드 관리를 소홀히 하면 후드에 묻은 기름때와 먼지가 가스레인지 열에 녹아 유해물질로 변해 음식에 들어가기 때문에 필터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섬유 필터는 최소 3개월마다 교체하고, 알루미늄 필터는 세제 물에 10분 정도 담근 후 솔로 문질러 씻는다. 환기통 내부는 먼저 가스레인지를 1~2분간 켜고 후드 내부의 기름때를 녹인 다음 세제와 베이킹소다를 뿌려 닦는다.□호흡기건강 지키는 가습기 사용법호흡기 건강과 직결되는 가습기는 사용 시 매일 물을 갈아주는 것은 기본이다.이때 수돗물을 바로 사용하기보다는 미리 물을 받아 놓고 하루 정도 지나고 나서 바닥에 불순물이 가라앉으면 윗물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가습기 물통을 닦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세제로 씻으면 아무리 여러 번 헹궈도 잔여물이 남는다. 세제 잔여물은 수증기와 함께 배출돼 실내공기를 오염시킨다.따라서 세제 대신 베이킹소다, 식초, 소금 등을 1~2스푼 물에 섞어 헹구거나 뜨거운 물을 담아 10분 이상 살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또한, 가습기를 너무 몸 가까이 두면 수증기가 바로 호흡기로 들어가 기관지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2m 이상 거리를 둔다.□설거지·청소·세탁도 건강하게!설거지나 청소, 세탁할때 합성세제 대신 똑똑한 방법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베이킹소다와 전분을 2대1 로 섞은 뒤 물을 조금씩 넣어 동그란 경단 모양으로 만들어뒀다 설거지할 때 사용하면 기름때까지 쉽게 닦을 수 있다. 따뜻한 물에 베이킹소다를 섞으면 만능세제가 된다. 분무기에 담아 더러운 곳에 뿌린 후 닦아주면 깨끗이 잘 닦이고 퀴퀴한 냄새도 날려준다. 소금, 식초, 베이킹소다만 있으면 세탁도 문제없다. 물 1ℓ에 소금 1큰술을 넣고 면소재 옷을 20분정도 삶으면 기름때도 말끔히 빠진다. 물 빠짐이 우려될 경우 옷을 소금물에 30분쯤 담갔다 빨아야 한다. 땀으로 얼룩진 옷은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30분쯤 담그고 나서 세탁하면 된다.

2017-03-15

경북동해안 최초 전문의 100명시대 열렸다

지난 1950년 문을 연 포항 세명기독병원이 개원 67년 만에 전문의 100명 시대를 맞았다. 포항 세명기독병원(병원장 한동선)은 올해 신임 전문의 9명을 임명, 7일 본관 광제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북동해안 지역 최초로 전문의 100명을 갖춘 병원이 됐다.세명기독병원 의료진은 수(數) 싸움에서 지역 최고를 자랑한다. 이미 지난 2015년 지역최초로 직원 수 1천명을 기록한데 이어 2017년 3월 현재 기준 의사 100명, 간호인력 902명, 의료기사 122명을 포함해 1천250명으로 늘었다. 오는 8월 암센터가 완공되면 1천300명을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명기독병원은 정형성형병원과 함께 심장센터, 뇌신경센터, 소화기내시경센터, 응급의료센터, 건강증진센터 등 5개 전문센터, 23개 진료과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정형외과 16명, 응급의학과 9명, 심장내과 6명, 뇌신경센터 10명, 소화기내시경센터 6명 등 각 센터마다 전문의가 고루 포진돼 있다. 원활한 진료 시스템을 이끄는 주역들이다.적극적으로 전문의를 영입한 데 이어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매년 1회 이상 국내외 학회 참여를 비롯해 의사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한다.그 결과, 지방 병원으로서는 드물게 국내외 학회에서 매년 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의사들의 연구와 학술적인 노력은 그대로 환자 진료에 적용한다. 그 혜택이 고스란히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세명기독병원이 의료진 확보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병원을 찾은 전체 외래 환자수는 57만87명이었다. 포항시민 53만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전체 수술 건수는 1만4천497건으로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전문성을 지녔다.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근 운영 병상도 늘렸다. 지난 2일 혈액종양내과 개설과 함께 226실 710병으로 확대했다. 암센터가 본격 운영되면 800병상 이상으로 증설할 계획이다.세명기독병원 한동선 원장은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은 곧 병원의 얼굴”이라며 “의료기관은 장비와 시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가치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수한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영입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좋은 병원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3-08

오래전 손쓸 수 없었던 자궁·직장 유착 재수술로 통증 완전히 없애버려 `보람`

7년 전 일이다. 스무 살 여성 A씨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지역의 한 여성전문병원으로부터 받은 진료의뢰서를 건네며 수술받고 싶다고 말했다.MRI검사 결과 우측난소의 자궁내막종이었다. 생리 중 하복통, 배변통, 요통, 다리 저림이 있다고 했지만 당시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환자도 별다른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 수술은 차질없이 진행됐다.복강경 수술로 우측난소를 보존하면서 자궁내막종을 제거했다. 수술을 마무리하려는 찰나 자궁 후벽과 직장이 완전히 유착된 것을 발견했다.순간 갈등이 일었다. `아, 단순한 유착이겠지? 떼어내 봤자 다시 붙을 거야. 자궁내막증 병변이 있어도 난 못해, 괜히 사고 나면 어떡할 거야. 소변줄과 장이 손상되면 치료하기 어려워져. 비뇨기과나 외과에 도움을 요청하면 개복할 가능성이 큰데 그건 안돼!` 중요한 시점에서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고민 끝에 더는 수술을 진행하지 않고 마무리했다. 3일 후 환자는 퇴원했다. 일주일 뒤 내원한 환자는 수술 통증이 없고 상처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아물었다.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자궁과 장 사이에 깊숙이 위치한 심부 자궁내막증이 골반 신경과 허리에서 나온 신경을 당기고 염증을 일으킬 것이란 사실을.결국 환자에게 고백했다. 수술 후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당분간 재발 방지를 위해 호르몬 약물치료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약물치료를 마친 후 6개월이 지나 환자는 갑자기 생리통, 배변통, 요통, 다리 저림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점점 심해지는 통증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대뜸 “7년 전에 수술 후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는 말이 무엇 때문이었느냐?”라고 물으며 얼굴을 찡그렸다.7년 전, 사실 그땐 국내 대부분 병원에서는 자궁내막증 병변을 수술로 치료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수술 중 심부 자궁내막증 병변과 유착을 알아챘지만, 외면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괴로움이 컸다. 환자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심부 자궁내막증에 매우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후 많은 경험과 새로운 수술법을 배우며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여성암 수술을 배우던 중에 심부 자궁내막증이 여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질환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한창 열정을 갖고 연구하며 수술에 집중했지만, 요관과 직장까지 침범한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은 한국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반면 해외 몇몇 나라에 전문의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 의사를 찾아 비행기를 타고 40여시간을 날아가기도 했다. 심부 자궁내막증 제거를 위한 안전한 치료법을 배우고 싶었다.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다시 환자 A씨를 마주하게 됐다. 물론 예상했던 일이었다.그제서야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환자에게 하나씩 풀어냈다. 7년 전 환자 난소에 생리혈이 고여 생긴 자궁내막종은 치료했지만, 정작 통증의 주요 원인인 골반 유착 뒤에 숨어 있던 심부 자궁내막증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젠 어떤 방식으로 치료해야 하는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었던 말 “다시 수술하자”고 제안했다. 고맙게도 환자와 보호자는 흔쾌히 승낙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환자를 오랜 시간 괴롭혔던 만성 골반통과 요통, 다리 저림 증세는 수술 다음날 바로 사라졌다. 몇 달 후 생리를 시작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호르몬제 없이, 생리통 없이, 건강하게 지낸다.지난 배움의 시간이 힘들었지만, 적어도 비겁한 의사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어쩌면 평생 살아가면서 A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외면하고 싶진 않았다. 골반염, 방광염, 장염이라는 핑계를 들어 약물로 적당히 통증만 조절하는 의사는 되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남들이 하지 않고 회피하는 심부 자궁내막증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이유, 그 숙제를 준 환자들에게 감사하다.

2017-03-08

소쩍새는 어디서 우는가

귀가 밝아진다는 건 그래도 슬픈 일만은 아니었다지나간 다큐멘터리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데작년 첫울음 울다 간 소쩍새가 한 문장 속에서 다시 깃을 친다홀로 밤늦게 찾아와 길게 목을 풀던 첫손님누군들 그 울음을 받아 적을 수 있었을까늘 멀리만 보려던 닫힌 창가에 바짝 다가앉았다손때 묻은 수첩을 꺼내든 이의 등 뒤로 눈이 까만 밤새가 울었다올해 소쩍새 울음을 들으려거든며칠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아니 더 늦을지도 모른다고 바람이 아직 차다고그때나 한번 찾아와 보라고정작 나는 그 새가 언제 우는지 기다려지기보다어디서 우는지 울어야 하는지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저 울음이 배어나왔을 저녁 어둠은아직 창밖의 나무옹이 속에 웅크려 있었다저물녘 누군가 앉아 있던 자리도 그러하였을 것이다울창하고 맑은 밤의 창을 가진 이가 부러운 게 아니었다아직 내 마른 묵필은 그 어둠을 가질 수 없었다깊은 봄밤 시인이 시를 쓰는 창가로 정적을 깨치며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시인은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어둠을 뚫고 짙은 어둠 속으로 뱉어넣는 처절한 그 울음소리에 시인은 자신의 삶의 태도와 시를 써 온 열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간절하고 처절하게 울음을 뱉는 소쩍새처럼 자신의 창작에 대한 열정도 더 불태우고 더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7-03-07

콧 속 건강 위해선 적절한 습도 맞춰야

▲ 이종주 원장 한국건강관리협회대구지부겨울철에는 몸이 건조해진다. 이때 코는 차가운 외부 공기를 정화해 온도와 습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코가 건조하거나 질환에 걸리면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없다. 점액이 마르고 섬모세포 운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콧속이 건조해 마른 상태가 되면 `비강건조증`에 걸리기 쉽다. 코가 당기듯이 간지럽고 따끔거리거나 숨쉬기 곤란하기까지 하다. 코 안을 후비거나 코를 풀면 코피가 나기도 한다.비강건조증은 코 점액의 분비 기능이 떨어진 노약자나 코를 자주 후비는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한다. 건강한 성인도 콧속 질환으로 인해 비강건조증이 나타날 수 있다.그중에서도 비염은 비강건조증을 부르는 주요 질환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급성비염, 건조성 비염 등이 있는데 증상에 따라 치료를 달리해야 한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과 급성비염(코감기)은 구분하기 어려워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코감기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될 수 있다.먼저 알레르기성 비염은 유전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반려동물의 털이나 비듬, 바퀴벌레 따위의 곤충 부스러기처럼 환경적인 요인으로도 발생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어떤 사람은 1년 내내 증상이 있고 어떤 사람은 한 계절에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항원 물질을 확실히 진단하려면 피부반응 검사나 혈액검사 등을 실시해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알레르기성 비염은 급성 비염으로 오인하기도 쉽다. 환절기 감기 증상인 콧물, 재채기, 코막힘 같은 급성 비염과 비슷한 증상 때문이다.하지만 일반적으로 코감기가 1~2주 내 증상이 나아지는 것과 달리 알레르기성 비염은 원인 물질이 사라지지 않으면 수개월 지속된다.또한, 감기처럼 발열과 전신의 근육통을 동반하지 않는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일반적인 사람에게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물질에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이 발생한 것이다. 주로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 간지러움 등이 나타난다.급성비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코 안을 덮고 있는 코 점막에 발생한 염증성 질환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는 감기라고 부르며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환절기나 겨울철 추운 날씨 탓에 실내 환기가 부족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급성비염에 걸리면 두통, 오한, 근육통이 나타난다. 코에서는 자극감과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후각 감퇴 등이 발생한다. 2차 세균감염으로 인해 누런 콧물이 생기고 코막힘이 심해질 수도 있다.하지만 대부분은 합병증 없이 보통 1~2주가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 간혹 코의 분비물이 목으로 흘러들어 가 인두염이나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돼 급성 중이염이 발생할 수 있다.비염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코 옆쪽이나 광대 아래쪽 동굴과 같은 구조인 부비동으로 바이러스 또는 세균이 전파된다. 코 점막 부종으로 인한 부비동 배출 구멍이 폐쇄되면 부비동염(축농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하게는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으로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을 앓게 된다.콧속 건강을 지키려면 적절한 습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조한 곳에서 잠을 잔 후 코를 풀면 코피가 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실내 습도는 50~60% 정도가 적당하다. 습도가 낮은 겨울에는 더 신경을 써야 한다.더불어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몸 전체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코가 간지럽다고 코를 자주 후비거나 파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코가 건조하면 바셀린처럼 기름기가 많은 연고를 코 입구에 바르는 것도 방법이다. 비염과 같은 질환이 있다면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비전정염(코 앞부분 바닥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나 습진, 염증 같은 질환이 있다면 항생제나 부신피질호르몬제가 포함된 연고를 사용하면 좋다.

2017-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