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간 통행료 면제 약속에도 “향후 보험 수수료 도입 권리” 명시 해운업계 “사실상 통항료 우회 징수” 우려 확산 통항량 평시의 18% 그쳐…전쟁보험료는 26배 급등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당분간 통항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향후 ‘보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아 해운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운업계에 배포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 명의 문건에는 “모든 선박은 PGSA가 승인한 유효한 보험증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PGSA는 이란 정부가 지난달 설립한 기관으로 호르무즈해협 통항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해당 보험은 당분간 무료로 제공되지만 PGSA는 향후 보험 수수료를 도입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무료 통항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험료나 각종 서비스 비용 명목의 사실상 통행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이슬라마바드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라 이란은 60일 동안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별도의 이용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이란이 ‘보험 수수료’나 ‘안전 서비스 비용’ 등의 형태로 우회적인 비용 징수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PGSA는 지난 18일 공지를 통해 선박들이 해협 도착 최소 48시간 전에 통항 신청을 제출해야 하며 지정 항로와 통항 시각을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또 기뢰 위험 지역 회피와 안전 항행을 위해 PGSA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FT에 “양해각서 발효 후 60일 동안은 어떠한 요금도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후에는 이란과 오만이 역내 국가들과 협의해 새로운 통항 체계를 마련할 것이며 서비스와 안전 통항 관련 수수료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호르무즈해협 서쪽 영해를 보유한 오만도 항행 안전 관리와 환경 보호, 도선 및 보안 서비스 제공 비용을 명목으로 일정 수준의 부과금 징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항 재개가 선언됐지만 해협 긴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FT는 이란이 19일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던 선박들을 향해 경고사격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선박들에 보낸 무선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와 해상 봉쇄 해제, 미국 병력 철수가 합의 조건”이라며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호르무즈해협은 폐쇄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령을 무시하는 선박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 기간 이란은 선박당 200만달러(약30억6600만원)의 통행료를 암호화폐로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실제 통항량 회복도 더딘 상황이다. 호르무즈해협 모니터에 따르면 20일 기준 최근 24시간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0척에 불과했다. 이는 평상시 하루 평균 60척의 18% 수준이다.
재화중량톤수(DWT) 기준 통행량도 하루 190만DWT로 평상시 평균 1030만DWT의 18%에 그쳤다. 전쟁위험 보험료율은 4%로 평시 0.15%의 26배를 웃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란이 60일 유예기간 이후 안전관리와 보험 비용을 명분으로 사실상의 통항료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해운 운임과 원유·LNG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세계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의 비용 증가가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