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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비·한 알의 유혹…청정지역 위협하는 욕망의 덫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26-06-22 17:25 게재일 2026-06-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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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황리단길 업그레이드, 태국 방람푸에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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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형상화 한 대마초 등 불법 약물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미지. /chatGPT

-글 싣는 순서
1. 젊은 여행자들의 핫 스폿 태국 방람푸의 형성과 전성기
2. 오늘날, 방람푸와 카오산로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3. 세계가 주목한 황리단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4. 경주와 인근 관광지를 불법 약물 없는 ‘청정 여행지’로
5. 방람푸와 황리단길, 뭘 배우고 어떤 걸 경계해야 할까

 

“인간은 욕망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대명제에 이론(異論)을 제기할 학자는 거의 없을 것 같다. 보통의 사람들도 ‘욕망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에 관해 잘 알고 있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 이른바 ‘골드 러시의 시대’가 있었다. 19세기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선 다량의 금이 발견됐고,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금광을 찾아다녔다. 때론 일확천금을 노리는 ‘황금 사냥꾼’의 숫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큰 이익이 있는 곳엔 ‘큰 위험’도 있다. 창궐하는 수인성 전염병과 미국 전역에 걸쳐 살고 있던 원주민과의 갈등, 법을 우습게 보며 일단 총부터 겨누는 무도한 범죄자들과의 대립까지. 그 시절 금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생명을 내놓는 행위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1930년대 한국 역사 속에서도 ‘금광에 미쳐’ 떠돌며 허망한 인생을 살았던 몇몇 이들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대량의 금을 찾아낸다는 한탕주의에 유혹돼 매우 낮은 확률에 자신의 전 재산을 탕진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걸었던 인간들. 이걸 한계가 없는 물욕(物慾)이란 인간의 욕망 외에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성욕(性慾)도 인간의 주요한 욕망 가운데 하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고대 중국에선 다음과 같은 일도 있었다.

 

당나라의 6대 왕 현종은 아들의 아내였던 양옥환에게 매료된다. 정치적으론 탁월한 성과를 이뤄낸 지도자로 평가받는 현종. 그러나, 며느리였던 여자를 자신의 후궁으로 취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닌 듯하다. 당시는 물론, 현대사회의 윤리로도 그렇다.

 

우리가 통상 ‘양귀비’라 부르는 여성을 부친에게 빼앗긴 아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보통의 상식으론 상상하기 어렵다. 이 비극적 에피소드에서도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드러난다. 성욕에 정신을 놓아 버리면 자기 자식의 절망과 피폐한 삶도 살펴보지 못하게 되니까.

 

△대마초 등 불법 약물 사용은 ‘욕망의 비정상적 메커니즘’ 탓

 

대마초를 포함한 불법 약물의 사용 역시 ‘욕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법 약물과 인간 욕망의 관련성을 추적해온 연구자들은 길고 긴 인류 역사에서 마약이 온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욕망의 메커니즘을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자극하는 게 바로 마약이기 때문”이라고.

 

한 개비의 대마초, 또는 한 개의 알약이나 주사 한 대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강렬하게 자극해 쾌락을 주는 불법 약물은 중독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 뇌의 ‘보상 회로’가 그 쾌감을 기억하는 탓이다. 이는 여러 차례 처벌을 받고도 중독자의 불법 약물 사용이 계속해 반복되는 이유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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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람푸와 카오산로드 일대에선 대마초 흡연을 금지한다는 스티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홍성식 기자

태국이 지난 2022년 대마 합법화를 전격적으로 시행한 이유는 ‘더 많은 관광객 유치’라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방콕 카오산로드 인근에서 숙박업을 하는 한국 교민은 “단지 대마초를 피우기 위해 태국에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마 합법화가 관광객을 늘어나게 했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고 했다.

 

소개를 받아 만난 태국 상인 역시 “2022년 이후 물가와 유가 상승으로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대마 합법화=관광객 증가’라는 등식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행을 하는 이들은 너나없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보다 즐거워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누구의 제지도 없이 자유롭게 대마초를 피우는 것도 그런 욕망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환각과 중독을 야기해 육체·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일상생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는 불법 약물의 사용이라면 그 행위는 보편적 욕망 해소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미루어 짐작건대 대마 사용 경험이 있는 외국인 관광객은 태국만이 아니라 한국도 방문한다. 경주의 황리단길과 대릉원을 걷는 여행자 가운데도 그런 사람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한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선 앞으로 보다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2026년 현재 불법 약물의 사용은 비단 한국을 찾는 외국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인의 불법 약물 중독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성관 진료과장의 논문 ‘한국의 마약 문제에 대한 역사적 고찰’은 이런 진단에 힘을 실어준다.

 

“마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의 마약류 사범 수는 1999년 1만589명으로 처음 만 명을 넘어선 후 2014년까지 증감을 반복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급격히 증가해 2019년에는 1만6044명을 기록했고, 2022년엔 1만8395명에 달했다. 2023년 2만7611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라는 게 양 과장의 지적이다.

 

논문은 “마약류 사범이 증가한 데에는 마약 단속이 강화된 것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하지만 마약이 실제 널리 확산되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라고 이어진다.

 

양성관 진료과장은 “마약류 사범 수는 검찰의 ‘마약류 범죄백서’ 등에서 집계하는데 여기에는 수사기관에 적발된 건수만 포함된다. 하지만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수, 즉 마약 암수(dark gure)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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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과 인근 대릉원에선 한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여행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chatGPT

△황리단길 상인 “마약으로 인한 문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경주 황리단길에서 소품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상인을 만났다. 그는 “대마초 등 불법 약물 사용으로 인한 소란을 목격한 적이 있냐”는 물음에 “마약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는 관광객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겉으로 보기에 20~30대 한국인·외국인 관광객이 다수인 황리단길에선 밝고 환한 분위기와 긍정적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여기선 마약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마냥 안심할 수 있을까?

 

2025년 경북경찰청은 전국에 불법 약물을 유통한 일당 46명을 검거했다.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수사를 벌여 판매책 13명을 포함한 46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들 가운데 9명을 구속한 것.

 

수사 과정에선 미국에서 오는 국제우편을 통해 불법적으로 국내에 반입된 필로폰 850g도 압수됐다. 이는 동시에 3만 명이 투약 가능한 양이다. 그 가격이 2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교묘하고 비밀스럽게 변화된 불법 약물 유통 방식과 마약 사용자 연령의 하향화는 이제 한국 사회가 간과할 수 없는 주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와 관련해 경북경찰청 마약 수사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봤다.

 

“과거 마약 유통 방식은 유흥가와 지인 중심의 대면 거래였다. 그랬기에 수사 역시 첩보 입수와 정보원 운영, 잠복과 탐문수사 중심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이젠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거래 방식이 변화했다. 수사 기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텔레그램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거래 대금으로 주고받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 내역과 자금 흐름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유통 조직과 총책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국 사회에 침투한 대마초와 필로폰 등 불법 약물의 어두운 그림자는 단순한 부정과 안일한 대응만으론 걷어내기 힘들다. 

 

‘21세기형 관광 거점’ 경주 황리단길을 필두로 동해의 푸른 물결과 만날 수 있는 포항, 먹을거리와 볼거리 가득한 울진과 영덕 등 경북의 크고 작은 도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력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제 그곳들을 불법 약물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여행지로 인식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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