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재] 황리단길 업그레이드 방안, 태국 방람푸에서 배우다
-글 싣는 순서
1. 젊은 여행자들의 핫 스폿 태국 방람푸의 형성과 전성기
2. 오늘날, 방람푸와 카오산로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3. 세계가 주목한 황리단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4. 경주와 인근 관광지를 불법 약물 없는 ‘청정 여행지’로
5. 방람푸와 황리단길, 뭘 배우고 어떤 걸 경계해야 할까
관광은 굴뚝 없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21세기형 산업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국경을 열어 외국인 여행자를 끌어들이려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도 이런 경향과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른바 ‘K-팝’ ‘K-뷰티’ ‘K-드라마’ 등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해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가를 특정할 것 없이 인기 있는 관광지가 갖춰야 할 요소는 뭘까?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역사 유적과 미려한 건축물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더해 편리한 교통 인프라와 깨끗하고 저렴한 숙소가 더해져야겠고, 바가지 상술 역시 없어야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안전’이다. 거리에서 소매치기나 폭행을 당하거나, 밤이 깊어 어두워진 이후에 호텔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에 위험을 느낀다면 그런 곳은 관광지로선 실격 아닌가.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불법 약물의 남용은 범죄의 위험성을 높인다. 대마초를 포함한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는 범죄율 또한 높다. 각종 내외신 언론을 통한 관련 보도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태국은 아시아인은 물론 유럽과 북미 사람들에게도 인기 높은 관광지다. 사파이어 색채로 빛나는 해변과 나라 곳곳에 산재한 고대와 중세시대 유적, 에너지 넘치는 수도인 방콕 도심의 각종 즐길거리는 1년 내내 그 나라를 여행자들로 북적이게 했다.
▲2022년 태국 대마초 합법화, 이후 어떤 변화가?
그런데, 지난 2022년 태국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거리의 상점에서 대마초를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구입한 대마초를 흡연할 수 있는 카페 형태의 가게들이 줄줄이 오픈한 것이다.
대마초 합법화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대마 흡연이 또 다른 불법 약물의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그렇기에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대마초 합법화 문제’는 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합법화 이후 해마다 대마 재배지가 늘어나고, 관련 산업이 예상을 뛰어넘어 성장하고 있으며, 대마초와 얽혀 발생하는 범죄도 합법화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 태국 언론의 보도다.
특히, 통증 완화 등의 치료 목적이 아닌 말초적 만족을 위한 향락의 방식으로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는 게 대마초 합법화의 ‘어두운 그늘’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태국 정부의 우려가 작지 않다.
그래서인지 2024년엔 태국 총리가 나서 대마초를 다시 5급 마약으로 지정해 판매와 구입, 흡연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를 위해 태국을 찾은 지난 5월에도 대마초 판매점과 대마 흡연 카페는 여전히 영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방콕 방람푸 지역의 카오산로드 역시 그랬다.
한때 방콕의 카오산로드는 ‘배낭여행자의 천국’으로 불렸다. 이웃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의 국가로 향하는 저렴한 교통편을 편리하게 예매할 수 있었고, 한국 돈 1만원 미만으로 하룻밤 머물 수 있는 도미토리형 숙소도 흔했다.
비슷한 또래의 장기 여행자가 모이는 공간이기에 여행 정보도 쉽게 얻는 게 가능했다. 볶음국수와 매콤한 새우탕 같은 길거리 음식은 주머니 가벼운 20대 관광객에게 싼 가격으로 태국 요리를 맛볼 기회를 제공했다.
기자 역시 흔한 한국 배낭여행자와 마찬가지로 30대와 40대에 걸쳐 대여섯 번 태국 방콕의 방람푸 일대를 돌아본 경험이 있다. 카오산로드에 숙소를 잡고 밤늦도록 열대야의 거리에서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국적 다양한 여행자들과 어울렸던 지난날은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대마초 합법화 이후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런 의문을 머릿속에 품고 8년 만에 태국을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수십 년 이상 ‘아시아 여행의 허브(hub)’로 불리며 지구 도처의 젊은이들을 끌어들였던 방콕 방람푸 카오산로드의 오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5월 3일 밤늦게 한국 김해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는 5시간쯤을 날아 자정을 넘긴 시간에 태국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방콕의 야경은 화려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방콕은 어떻게 형성된 도시일까? 이 궁금증에 동국대학교 건축공학부 한광야, 신재영, 하성현이 공동 저술한 논문 ‘태국 방콕의 도시 성장 특성에 관한 해석’이 아래와 같은 답을 들려준다.
“방콕은 차오프라야강(江) 중상류 지역의 지배세력인 아유타야 왕조의 항구도시(1538~1767)에서 라타나코신 왕조의 수도이며, 하천·운하의 항구(1767~1851), 라타나코신 왕조와 유럽 세력과의 해양-대륙간 철도·트램의 교역거점( 1851-1945), 독립 후 태국의 수도이며, 고가철도·지하철의 광역도시(1945~현재)로 확장돼왔다.”
이와 함께 “방콕은 태국 반도 내륙의 핑강과 난강의 합류지인 나콘사완에서 시작해 남쪽의 방콕만-타이만으로 흘러가는 차오프라야강에 형성돼 성장해온 교역항구이며 행정거점”이라는 부연 설명도 이어진다.
▲방콕 카오산로드 숙소 “대마초 흡연은 금지입니다”
그렇다면 해마다 3000만 명 이상의 동서양 관광객들이 찾는 태국, 그 가운데서도 젊은 여행자에게 특히 사랑받아온 방콕의 방람푸 지역으로 포커스를 좁혀보자.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방람푸로 향하게 하는 것일까.
방람푸(Banglamphuู)는 방콕 프라나콘 지역에 위치한 유서 깊고 활기찬 공간이다. 광대한 크기는 아니지만, 태국의 옛날 모습을 지척에서 만날 수 있고 각국 배낭여행자들이 지닌 특유의 문화가 어우러져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풍광을 밤낮 없이 만들어낸다.
바로 거기에 한국 청년 여행자들에게도 익숙한 ‘카오산로드’가 있다. 저마다의 경제적 형편에 맞춰 다양한 가격대의 숙소 선택이 가능하고, 스웨덴과 독일, 캐나다와 일본, 노르웨이와 싱가포르 등에서 온 배낭여행자와 가볍게 칵테일 한잔 나누며 친구가 될 수 있는 술집과 클럽이 넘쳐나는 곳이 카오산로드다.
새벽까지 네온사인 환하게 밝혀진 밤거리의 낭만도 젊은이들에겐 선물처럼 느껴진다. 방람푸에서 사흘을 머물며 지켜보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열정 가득한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었다.
여기에 더해 카오산로드 인근엔 태국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방람푸 전통시장이 있고, 방콕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방콕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도 지척이다. 차오프라야강 선착장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강물 위를 떠가는 즐거움도 1천원 안팎의 티켓만 사면 느껴볼 수 있다.
비교적 긴 시간의 휴가를 내고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를 여행하는 유럽 관광객 중에는 카오산로드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산티차이프라칸 공원에서 두꺼운 책을 들고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에 빠진 이들도 없지 않다. 땡볕이 쏟아지는 한낮에도 아름드리나무가 있는 공원의 그늘은 두텁고 시원하기에.
어쨌건 1980년대 중반부터 태국을 찾아오는 ‘배낭여행자의 성지(聖地)’로 이름을 높인 카오산로드. 기자가 수완나품 공항에서 픽업 차량을 타고 카오산로드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한 건 5월 4일 새벽 무렵이었다.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며 직원에게 주의 사항을 설명 들었다. 그런데, 이전에는 없던 문구 하나가 추가돼 있었다.
뾰족한 대마 이파리 그림과 함께 굵은 글씨체로 ‘우리 호텔에선 대마초를 피울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 그리고, “당신은 혹시 대마초를 피우는가?”라는 질문. 아마도 대마초 합법화 이후 생긴 새로운 주의 사항인 듯했다.
숙소에서 대마초 흡연을 금지한다는 경고를 해야 할 만큼 방람푸 일대, 특히 카오산로드에서의 대마 사용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 상세히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