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업무는 단순히 서면을 작성하고 법률 지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의뢰인의 인생에서 가장 절박한 순간, 법정이라는 마지막 공간에서 그 목소리를 대신 전달하는 것이 변호사의 존재 이유이다. 그렇기에 변호사에게 있어 재판 출석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직무이다.
그런 점에서 ‘조국흑서’의 저자로도 유명한 권경애 변호사의 이른바 2023년 ‘재판 불출석 패소 사건’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2015년 학교폭력 피해 후 극심한 고통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故) 박주원 양의 유족은 가해 학생과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긴 법적 투쟁을 시작했다. 1심은 일부 학교폭력 사실은 인정했지만, 학교폭력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대부분의 청구를 기각했고, 이에 유족은 항소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권경애 변호사는 항소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나 출석하지 않았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두 차례 불출석한 뒤 다시 지정된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의 변론 불출석으로 항소는 취하 간주되었고, 유족들은 억울함을 풀 기회를 영영 잃게 되었다.
변론 불출석의 불이익이 이처럼 크기 때문에 통상 변호사가 재판에 나가지 않는 일은 극히 드물다. 변호사의 업무는 재판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론 출석은 다른 업무보다 우선되며, 불가피하게 출석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영상재판을 신청하거나 기일 변경을 요청하고, 다른 변호사를 대리 출석시키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그러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패소 결과가 나온 이후였다. 권 변호사는 항소심이 사실상 패소로 종료된 사실을 약 5개월 동안 의뢰인에게 알리지 않았고, 그 사이 상고 기간마저 지나가 버렸다. 법이 보장한 마지막 재판의 기회가 변호사의 과실로 사라진 것이었다.
이후 유족들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얼마 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었다. 법원은 권 변호사의 책임에 대해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를 결여한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하며, 위자료 6500만 원과 이행약정금 9000만 원의 지급을 명했다.
재판은 판사가 하지만, 법정의 문을 열고 의뢰인의 목소리를 법정에 전달하는 사람은 변호사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으로 딸을 잃은 부모의 대변인이 되어주기는커녕, 이미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유족의 가슴에 또 하나의 깊은 대못을 박았다. 이 사건으로 2023년 대한변호사협회는 권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를 내렸다. 아마 지금 그는 아무런 제한 없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혹여 실수로라도 재판 시간을 놓칠까 봐 늘 긴장하며 일하는 수많은 변호사들에게도 이 사건은 큰 수치로 남았다. 변호사로서 감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그 잘못의 대가가 과연 1년간의 업무정지로 충분한 것일까. 과거 특정 정치인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권경애 변호사는 이제 다른 누군가를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이 변호사로서 저지른 과오의 무게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 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