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지급하면 2만원 신규 소비”… 소비 진작 효과 확인 단기 경기부양엔 효과… 지속 성장 위한 보완책은 과제 한은 “정교한 차등지원 땐 정책효과 더 커질 것”
정부가 지난해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실제 소비 진작과 소상공인 매출 증가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소비쿠폰 지급으로 약 2조80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했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2%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경제적 효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소비쿠폰 13조5220억원 가운데 신용카드로 지급된 9조1000억원을 분석한 결과 소비쿠폰 사용처의 월평균 매출은 비사용처보다 2.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를 전국 규모로 환산할 경우 약 2조80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재정 투입액 대비 약 30.9%가 실제 매출 증가로 연결된 셈이다. 추정 방식에 따라 추가 매출 규모는 1조4000억~3조6000억원 수준으로 분석됐다.
지역별 효과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훨씬 크게 나타났다. 비수도권 지역의 매출 증대 효과는 6.37%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인구감소지역도 5.51%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은 사실상 효과가 없는 수준(-0.04%)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역경제 여건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일수록 소비쿠폰이 추가 소비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북은 전국에서 전남 다음으로 많은 15개 인구감소지역을 보유하고 있어 정책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경북 지역은 소비쿠폰을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수령한 비율이 높아 신용카드 매출만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효과가 일부 반영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업종별로는 생활밀착형 업종이 수혜를 입었다. 의류·식료품·안경점 등을 포함한 잡화점의 매출이 8.32% 증가해 가장 높은 효과를 보였고, 음식점(5.84%), 여가·레저 업종(5.39%)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학원(-9.25%)과 병·의원(-5.91%)은 상대적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가계 소비 측면에서도 일정한 효과가 확인됐다. 한은이 소비쿠폰 수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소비쿠폰의 한계소비성향(MPC)은 0.20으로 추정됐다. 이는 소비쿠폰 10만원을 받으면 평균 2만원의 새로운 소비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특히 소득 하위 20% 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은 0.25로 상위 20%(0.17)보다 높게 나타나 저소득층일수록 소비 진작 효과가 컸다.
한은은 매출 증대 효과와 소비 진작 효과를 종합할 경우 지난해 소비쿠폰 정책이 GDP를 약 0.12%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단기 경기 부양과 지역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가 일정 부분 달성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다만 보고서는 소비쿠폰 효과가 지급 초기 1~2개월에 집중된 점을 들어 소비쿠폰이 구조적 경기 회복보다는 단기 처방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유사 정책을 시행할 경우 저소득층과 비수도권에 대한 차등 지원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정책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한국은행 분석은 “현금성 지원은 효과가 없다”는 주장과 “무조건 효과가 크다”는 주장 사이에서 비교적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에서 효과가 집중됐다는 결과는 지방소멸 대응 정책과도 연결된다. 경북처럼 소비 기반이 약한 지역에서는 동일한 재정 지출이라도 수도권보다 더 큰 소비 유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GDP 상승 효과가 0.12%에 그쳤다는 점은 소비쿠폰만으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결국 단기 소비 진작은 소비쿠폰이, 장기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투자와 산업정책이 맡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