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까지 포항 흥해읍 카페포토피아서···경주 보문·포항 죽장 등 주변 풍경 섬세한 해설 오랜 시간 자연과 교감해 온 깊고 따뜻한 색채 언어로 관람객 매료 익숙한 수채화 세계 넘어 지속적으로 심화시켜 온 입체적 조형미 눈길
포항의 자연과 일상을 맑고 깊은 수채화로 담아온 중진 화가 김엘리 작가가 5월 17일부터 6월 30일까지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해안로 1744에 위치한 카페포토피아에서 초대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국의 풍광과 계절의 감성을 포착한 수채화와 지난 2022년부터 꾸준히 발표해 온 실험적인 아상블라주(Assemblage·집합미술) 작품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오랜 시간 자연과 교감하며 쌓아온 감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익숙한 풍경을 자신만의 색채 언어로 재해석해 온 작가다. 올해 일흔 둘 안팎에 이른 그의 연륜만큼이나 화폭에 담긴 시선은 한층 깊고 따뜻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작가가 구축해온 미술세계는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투명 수채화의 기법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돼 왔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단순히 맑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기존의 일반적인 수채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자연의 빛에 의한 색채 대비를 선명하게 부각함으로써 화폭 전체에 농밀한 무게감과 채도를 더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본질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선보여온 바다 주제의 작업들은 각박해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상실해가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생명의 따뜻함과 고마움을 잔잔하게 환기해 왔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자연 속의 고요와 삶의 온기를 화폭에 담아온 김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작들은 포항 죽장 갈대, 경주 보문단지의 벚꽃, 양동민속마을 인근의 가을 들녘 등 우리 주변의 풍경을 중심으로 삼았다. 물과 숲, 바람과 빛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인상을 섬세한 색채로 표현하는 한편, 수채 특유의 투명한 번짐 효과를 통해 자연의 서정성과 평온함을 전한다.
대표작 중 하나인 ‘평창에서’는 푸른 숲과 물가의 정취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관람객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화면 가득 번져가는 청록과 연둣빛의 조화는 자연이 가진 생명력과 치유의 감성을 전달하며, 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숙련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와 함께 출품된 목단, 연꽃, 갈대 등의 소재 역시 편안하고 경쾌한 삶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어, 작가가 소소한 미시적 세계가 빚어내는 삶의 본질에 늘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평소 바다와 자연을 그려온 작가가 독창적으로 심화시켜 온 실험적 영역이다. 출품작인 ‘산토리니’는 생활폐기물을 활용해 수채화 세계의 영역을 확장한 작가 특유의 아상블라주 기법이 돋보인다. 일상에서 버려진 포장지와 폐품들을 재조합하고 압축해, 그리스 산토리니의 이국적인 풍경으로 재탄생시켰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상의 쓰임을 다한 다양한 소재들을 새롭게 변형하거나 병치, 중첩, 나열하는 방식으로 배치함으로써 구상적인 화면의 질서와 조형성을 구축했다. 이는 사용가치를 잃어버린 사물들의 극적인 예술적 반전이며,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 중심적이고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김 작가는 그동안 개인전과 초대전 35회를 비롯해 25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지치지 않는 창작열을 보여왔다.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여성작가회 회원, 불빛예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수채화작가협회 포항지부장 등을 맡아 지역 미술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또한 서라벌미술대전, 경북환경미술대전, 대한민국 수채화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포항에서 수채화 아틀리에를 운영하며 후학 양성과 시민 문화예술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갤러리가 아닌 카페 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한층 편안하게 예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물과 빛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잠시 쉼과 여유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정서적 위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김엘리 작가는 “오랜 세월 자연과 교감하며 다듬어온 나의 색채 언어가 누군가의 지친 일상에 다정한 위로로 건네어지길 바란다”면서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삶의 본질적인 희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