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해빙기 안전 점검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낙석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점검의 실효성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고 현장에 낙석 방지 시설이 일부 설치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리 부실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0시 47분쯤 대구 남구 용두낙조 지하차도 보행로에서 대형 암석과 나무 등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보행로를 지나던 50대 남성이 매몰돼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고산골 초입으로 인근 마을과 신천 둔치를 연결하는 통로다. 일방통행 도로와 보행로가 함께 조성돼 있어 차량과 주민 통행이 잦은 지역이다. 현재 해당 구간은 대구시 도시관리본부와 남구청이 각각 앞산과 보행로를 나눠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구시가 불과 한 달 전까지 해빙기 취약시설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시는 지난 2월 23일부터 4월 6일까지 43일간 구·군과 함께 건축공사장, 옹벽·석축, 굴착공사 현장 등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벌였으며, 당시 “대형 재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점검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기간 이어진 시장 공백 속에서 대구시와 남구청 등 관리 주체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며 안전 관리가 소홀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사고 구간 가운데 약 5m 구간에는 낙석 방지용 안전 펜스와 망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보행로 폭이 좁아진다는 이유로 시설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암반이 돌출된 지형 특성상 일반적인 낙석 방지 펜스 설치가 어려운 구간이었다”며 “당시 조사에서는 설치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사고 현장은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약 100m 떨어진 인근 구간은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돼 낙석 방지망 설치 등 보강 공사가 이뤄진 상태다. 현장 주변에는 일부 낙석 방지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여전히 암석이 노출된 구간이 있었고, 바위 곳곳에서는 균열과 파편화 흔적도 확인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는 지휘통제소가 설치됐고 관계기관 회의가 이어졌지만 초기 대응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현장을 방문한 이후에야 상황이 정리되며 공식 입장이 발표됐다.
대구시는 현재 전문가를 투입해 추가 낙석 위험과 사면 안정성에 대한 정밀 점검에 착수했으며, 지하차도와 도로변 옹벽·석축 등 유사 시설물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위험성을 제기해 왔다고 주장한다. 고산골 주민 이모(61) 씨는 “해당 구간의 정비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왔다”며 “작은 돌이나 토사만 굴러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지역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