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보다 면제가 핵심··· 글로벌 관세 확산이 더 큰 리스크” 한국은행 포항본부·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공동연구 결과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이 한국 경제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주고 있으며, 수출액의 감소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포항본부(본부장 이덕배)는 19일 경북대와 공동으로 최근 강화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공동연구(‘미국 철강 관세 인상의 한국 경제 파급효과-다국가 · 다부문 일반균형모형 기반 정량분석-’)는 한은 포항본부 한상진 과장과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이영재 조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이번 연구는 철강이 자동차·기계 등 주력 산업의 핵심 중간재라는 점에 주목해, 관세 충격이 산업 간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영향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할 경우 한국의 실질소득은 약 0.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5년 기준 약 3조2000억원 규모 손실에 해당한다. 문제는 영향이 철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강 가격 상승은 자동차·기계 등 하류 산업의 생산비를 끌어올리며,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되는 구조를 보였다.
특히 철강 관세에 더해 비철강 제품에 대한 15% 추가 관세까지 겹칠 경우, 한국의 후생 감소폭은 0.175%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세율보다 면제’다. 관세율이 25%에서 50%로 올라가더라도 추가 손실은 제한적이지만, 관세 면제를 확보할 경우 실질소득 감소폭을 0.023%포인트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복관세보다 효과가 크고, 한·미 양국 모두 후생이 개선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협상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관세율을 단순히 인하시키기 보다는 면제 확보 자체가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관세 면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도 확인됐다. 미국이 다른 국가에 부과한 관세가 글로벌 공급망과 가격 구조를 왜곡하면서, 한국이 면제를 받더라도 전체 손실의 약 83%는 여전히 남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철강 관세 충격이 양자 간 무역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산업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는 구조적 문제임을 의미한다.
연구는 미국의 조치가 EU·인도·일본 등 주요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이어지며, 한국이 복합적인 통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는 관세와 쿼터, 반덤핑 조치 등이 연쇄적으로 확대되며 ‘규제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철강은 미국뿐 아니라 주요 수출 시장 전반에서 동시 압박을 받는 구조에 놓였다.
공동 연구자들은 정책적 대응 방향도 제시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동시에 면제로도 해소되지 않는 구조적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시장 다변화 △공급망 복원력 강화 △외교적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철강을 단순 산업이 아닌 경제안보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제도적 보호와 경쟁력 강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과 저탄소 공정 혁신 등 산업 구조 고도화가 중장기 대응의 핵심으로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철강 관세를 통상적인 수출 규제라기 보다는 글로벌 산업 구조를 흔드는 변수로 규정했다. 한국 경제 역시 이에 맞춰 대응 전략을 기존 통상 대응을 넘어 공급망·산업정책·경제안보를 아우르는 종합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공동 연구자들은 “글로벌 철강 관세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후속 협의 과정에서 관세 면제 확보를 촉구하는 한편, 철강을 경제안보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여 통상 압력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보호·육성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관세 면제만으로 해소할 수 없는 잔존 손실에 대비하여, K-스틸법을 토대로 경쟁력 강화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정부의 노력과 고부가가치 강종 전환, 저탄소 공정 연구 개발 등 기업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