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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천 년을 품고 만 년을 내다보는 영주, 그 나침반을 찾다

김세동 기자
등록일 2026-03-18 10:32 게재일 2026-03-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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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부 김세동 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영주 부석사. 그 장엄한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아래에서 우리는 흔히 찬란한 불교 예술과 건축미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부석사 인근에서 발견된 옛 대가람 부석사 유적은 우리에게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건넨다.

취재 과정에서 단순히 유적의 규모나 시대를 넘어,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방식과 그 가치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과거의 박제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뿌리이자 거친 풍랑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정신적 지주다.

부석사 인근의 유적은 영주가 아주 먼 옛날부터 삶의 터를 잡고 영위해 온 축복받은 땅이었음을 느꼈다.

이는 영주 시민들에게 단순한 유적지 이상의 역사적 자부심을 심어준다.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정체성의 근간이 바로, 이 흙 속에 묻혀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역사의 발자취를 소중히 여기는 인식이야말로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우리는 흔히 모든 것을 자본과 효율, 그리고 경제적 파급효과로만 계산하려 든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는 경제적 가치의 경계선상에 놓일 수 없는 영역이다.

무엇보다 역사는 비가역성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한 번 훼손된 역사의 현장은 수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결코 그 본연의 진실성을 되돌릴 수 없다.

잘 보존된 역사 자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는 ‘정신적 공공재’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거나 경제적 손실을 따져 보존의 경계를 짓는 것 자체가 역사의 숭고함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역사는 수많은 위기와 그것을 극복해낸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기록이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현대적 위기를 이겨낼 회복 탄력성의 원천이 된다.

과거를 돌아보는 성찰은 단순히 옛것을 그리워하는 감상이 아니다. 그들이 견뎌낸 시간과 해결한 지혜를 현재의 자양분으로 삼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추진력을 얻는 행위다.

즉, 역사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설계하는 가장 정확한 나침반인 셈이다.

이 유적지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다. 유적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은 ‘우리의 찬란한 유산을 너희에게도 온전히 전해주겠다’는 미래 세대와의 엄숙한 약속이다.

아이들이 자기 뿌리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때, 비로소 건강한 가치관을 지닌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주시는 이번 유적 발견을 계기로 부석사의 건축적 가치와 그 주변 민초들의 생활사적 가치를 통합적으로 조명해야 한다.

왕실이나 종교 중심의 거대 담론뿐만 아니라 평범한 이들의 삶이 담긴 주거 유적까지 아우를 때 비로소 영주의 역사는 입체적이고 완전해진다.

역사를 아끼고 보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야말로, 가장 찬란한 영주의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영주가 천년의 세월을 품고 만년을 내다보는 진정한 역사 문화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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