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지갑 닫은 학생들⋯ 상권 침체 장기화 우려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 풍경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북적이던 개강 시즌의 활기는 찾아보기 어렵고, 빈 점포와 임대 현수막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학생들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대학가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7일 오후 지역 한 대학 인근 거리. 개강 후 보름이 지났음에도 교문 앞을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급격히 한산해졌다.
점심시간 일부 식당에만 잠시 학생들이 몰릴 뿐, 대부분의 거리에는 사람 발길이 뜸했다. 곳곳에는 ‘임대’와 ‘매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나붙어 있었고, 심지어 건물 전체가 비어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나마 운영 중인 점포들도 변화가 감지됐다. 무인 복사점이나 뽑기방, 무인 판매점 등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업종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과거 학생들로 가득 찼던 카페와 음식점 상당수는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한 상태다.
대학가 상권의 중심이었던 식당들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개강 시즌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 식당 주인은 “예전에는 신입생 환영회나 모임이 많아 저녁까지 손님이 이어졌지만, 요즘은 단체 손님 자체가 거의 없다”며 “술 소비도 줄어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학생들의 소비 패턴에서도 확인된다. 대학생 이모 씨(21)는 “월세, 식비, 교통비까지 다 올라서 고정지출이 너무 부담스럽다”며 “외식이나 모임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과 만나도 카페 대신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학가 침체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고물가 장기화와 함께 학생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기존 ‘대학생 중심 상권’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인화 확산이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나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고, 이는 다시 학생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상권이 살아나려면 임대료 조정과 함께 업종 재편이 필요하다”며 “대학생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나 외부 수요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자체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골목 상권을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해 온누리상품권 가맹 혜택 등을 제공하는 등 지원책을 확대하는 추세다. 다만 현장에서는 체감 효과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