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대신 ‘조건’을… 영덕 청년 정착의 패러다임 전환
지방소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영덕군에서 청년 정책의 패러다임을 ‘시혜적 복지’에서 ‘구조적 정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주홍 영덕군수 출마 예정자는 최근 발표한 ‘농촌 청년 기 살리기’ 공약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마음’이 아닌 ‘열악한 정착 조건’에서 찾았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내놓은 청년 정책은 대개 일시적인 지원금 지급에 머물렀다. 하지만 조 예정자는 이러한 방식이 지역 소멸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원금 몇 번 주고 끝나는 방식은 실패했다”고 단언하며, 주거와 일자리, 그리고 정서적 유대감이 결합된 이른바 ‘정착 패키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 예정자의 구상은 영덕의 골칫거리인 ‘빈집’에서 시작된다.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해 공공임대 주택으로 전환하고, 여기에 청년들의 창작과 업무가 가능한 공방이나 스튜디오 같은 공동 작업공간을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발을 붙일 때 가장 큰 장벽인 ‘초기 정착 비용’을 행정이 직접 낮춰주겠다는 의지다.
일자리 정책 또한 기존의 ‘1차 산업’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단순히 농사를 짓게 하는 수준을 넘어 가공, 물류, 마케팅, 관광을 잇는 융복합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청년 농민들이 가장 고전하는 ‘판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약재배와 공동 물류 시스템을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해법도 내놨다.
주목할 점은 청년들의 ‘고립’과 ‘외로움’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조 예정자는 청년들이 떠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또래 집단의 부재’를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 행사를 넘어선 상시 커뮤니티 공간과 전문가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이 단순히 시설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관계망’의 설계자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조 예정자는 “청년이 영덕에 남아야 학교와 시장이 살고, 출산과 돌봄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며 “말이 아닌 정착 조건으로 영덕의 미래를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년이 지역의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이번 공약이 소멸 위기에 처한 영덕군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지 지역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