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地選 이슈 = 출마 예정자에게 묻는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도시의 미래는 더 또렷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포항의 선거판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현실을 직시한 정책 경쟁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근거와 실행 계획이 불분명한 장밋빛 약속들만 쏟아지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포항시장 선거판에는 유례없이 많은 출마 예정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10여 명을 훌쩍 넘는 인사들이 시장 선거에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후보군이 늘어나면서 정책 경쟁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정작 시민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후보는 많아졌지만 도시의 미래를 두고 깊이 있는 정책 토론이 이어지기보다는, 서로 앞다투어 대형 공약을 내놓는 경쟁이 선거판을 뒤덮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포항 시내 곳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공약이 발표되고 있다. 철강 산업 재도약 구상에서부터 초대형 테마파크 유치, 첨단 의료복합단지 조성, 미래 산업 클러스터 구축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규모만 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작은 계획이 없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예비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모두 합치면 이미 수백 개에 이를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공약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시민들의 혼란과 피로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문제는 공약의 규모가 아니라 내용이다. 상당수 공약이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나 실행 로드맵 없이 제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프로젝트라면 최소한 사업비 규모, 추진 방식, 재원 확보 계획, 그리고 현실적인 추진 일정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그러나 일부 공약은 이러한 기본적인 설명조차 부족한 채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 공약들이 모두 실현된다면 포항은 현실 도시가 아니라 공중에 떠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는 냉소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누구의 공약이 무엇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이 차별화된 정책 경쟁보다는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공약 물량 경쟁에 나서면서 정책의 책임성은 희미해지고 구호만 남았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선거 분위기는 포항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와도 거리가 있다. 포항은 이미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 지역 경제 침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철강 중심 산업 구조의 한계, 청년 인구 유출, 도심 공동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판에서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논의보다, 눈길을 끌기 쉬운 대형 개발 사업 공약이 더 크게 부각되는 모습이다.
결국 지금의 선거판은 정책 경쟁의 장이라기보다 누가 더 크고 화려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느냐를 겨루는 무대처럼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시민들은 더 이상 단순한 장밋빛 약속에 쉽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 과거에도 수많은 대형 공약들이 선거 때마다 등장했지만 상당수는 임기 동안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거나 아예 잊혀진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 정책 전문가들은 선거 공약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라고 강조한다. 공약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을 얼마나 책임 있게 제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포항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수백 개의 공약을 말하기 전에, 그 가운데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비용과 책임은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