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주민 복지 증진을 내세워 추진 중인 대형 공공 시설물들이 ‘보편적 복지’와 ‘민간 생태계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가파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청림문화복지회관의 무허가 영업<2월 2·3일 자 5면 보도>과 호미곶 해수탕의 ‘부실 경영 시설 인수’<2월 5일 자 2면 보도>가 행정의 절차적 하자를 짚었다면 최근 개관한 남구 오천읍 ‘다원복합센터’는 공공 서비스의 시장 침투가 가져온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오천읍에서 운영되던 한 민간 실내 수영장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인근에 다원복합센터가 들어선 뒤 이용객이 급감한 것이 결정타였다.
가장 큰 쟁점은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가격 격차’다. 폐업한 민간 수영장의 성인 일일 입장료는 1만 1000원이었으나 다원복합센터는 성인 3000원, 65세 이상 경로 할인이 적용되면 단돈 1500원에 불과하다. 민간 업소의 7분의 1수준이다. 월 이용료 역시 민간은 약 15만 원, 다원복합센터는 6만 8000원으로 절반 이하다.
한 소상공인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이 시장 가격을 파괴하면 자영업자는 설 자리가 없다”며 “이는 복지가 아니라 민간에 대한 사형 선고”라고 성토했다.
다원복합센터 헬스장 확충 논란 역시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와 인근 업소의 생존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시 행정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포항시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적법성’과 ‘공익성’을 들어 항변한다. 시 관계자는 “문체부 공모 사업으로 선정된 ‘생활 밀착형 시설’로서 법적 하자가 없으며 수지 타당성보다 주민 복지 증진에 무게를 두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폐업 사례에 대해서도 “해당 업소는 센터 정상화 전부터 경영난을 겪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고 시 차원에서 대출 지원 등 구제책을 모색했으나 업주의 개인 채무 문제로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주민들은 헬스장 등 더 많은 시설을 원하고 있다”며 다수 시민이 누리는 복지 혜택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시의회와 전문가들은 시의 ‘적극적 복지’가 가져올 부작용을 경고한다.
포항시의회 A 의원은 “복지는 민간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소극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표심을 의식해 소상공인 영역까지 치고 들어가는 행정은 시장 질서를 파괴한다”며 “민간 상권이 무너진 뒤에는 결국 그 운영비와 관리비를 고스란히 시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악순환이 올 것”이라고 짚었다.
성영태 계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러한 편의 시설은 정부 공급이 필요한 ‘가치재’ 성격을 띠지만, 민간 생태계가 공존하는 도심에선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해법으로 ‘이용 대상 선별’과 ‘민간 협력 체계’를 제시했다.
그는 “이용 대상을 취약 계층이나 특정 연령층으로 한정해 민간의 일반 시장을 보장해야 한다”며 “직접 운영 대신 ‘바우처(이용권) 제도’를 도입하면 주민 혜택과 민간의 사업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무분별한 저가 정책은 민간 고사와 세금 부담 가중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민간과의 소통을 통해 복지와 생존권이 공존하는 정교한 행정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